“지금 시대와 맞지 않아” 해답 없는 논쟁 ‘가비지 불문율’ 선수들의 견해는?

정다윤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6 09:4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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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다윤 인터넷기자] 승부의 끝자락에서 맞붙은 예의와 경쟁, 그 경계선에서 농구는 무엇을 지켜야 할까?

경기 막바지, 승패가 일찌검치 기울었다. 점수 차는 벌어졌고, 벤치에 앉은 주전 선수들은 이미 땀을 식히고 있다. 대신 오랜 시간 벤치에 머물던 이들이 코트를 밟는다.

이 자유로운 듯한 시간에도 보이지 않는 룰이 존재한다. 이른바 ‘가비지 타임의 불문율’ 이다.

 

덩크와 같이 상대를 자극할 무리한 득점은 삼가야 하고, 시간을 흘려보내며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기도 전에 ‘악수타임’을 갖는다.

이 안에서 묻어나는 질문이 있다. 과연 이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는가?

누군가는 이를 예의와 스포츠맨십의 상징으로 여길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 시간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시각을 얻기 위해 다섯 명의 선수, 한 명의 해설위원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다 솔직한 의견을 듣기 위해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으며, 각자의 경험과 철학이 담긴 진중한 답변들이 오갔다.

A선수
무조건 끝까지 해야 된다. 불문율을 생각해서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 하는 식으로 하면, 결국에는 안 좋은 시선으로 보일 수도 있다. 선수들끼리도 안 좋은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만, 어차피 끝까지 다하는 마인드로 임하면 팬-선수 모두 문제 될 게 없다.

나는 불문율이 부상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생겼다고 생각하지만, 정확히 존재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골 득실이 중요하든 말든,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B선수
예전부터 불문율이라는 게 존재했지만, 내 생각에는 지금 시대는 바뀌었다고 본다. 팀과 선수마다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거 상관없이 나는 무조건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공격을 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필요도 없고, 안 한다고 해서 불쾌할 필요도 없다.

누가 정해놓은 게 아니다. 불문율이라는 게 예의라고 다들 말하지만, 지금 시대에서 그런 자세는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게 오히려 더 상대에 대한 예의가 없다고 본다. 그런 게 각 팀과 선수에 대한 존중이라고 하지만, 시대와 맞지 않다.

C선수
나는 이기는 팀이 공격을 하는 건 조금 그렇다고 생각한다. 지는 팀이 열심히 하면, 이기고 있는 팀은 ‘넌 끝까지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동일하게 이기고 있는 팀도 끝까지 열심히 하면 된다.

승부가 결정나고 인사하려고 하는데, 이기고 있는 팀이 공격을 한다? 그건 아닌 것 같다. 패배를 인정하고 ‘수고했다. 좋은 경기였다’며 인사를 하려는데, 이기고 있는 팀이 공격을 해버리면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에게 예의와 매너가 아쉬운 것 같다.

하지만 이긴 팀이 골득실을 챙겨야 한다고 하면 할 말 없다. 솔직히 ‘우리 골득실 때문에 끝까지 할 거다’라고 말이라도 한 번 하면 그런 일은 없지 않나. 그러나 불문율을 어겼다고 화를 내고, 삿대질까지 하면서 싸워야 하는가? 서로 배려하면 될 일이다.

D선수
가비지 타임은 사실 기회가 없던 선수들한테는 자신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1분, 1초가 됐던 선수는 나가서 최선을 다해야 되는 게 본분이다. 팬분들도 있고 끝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간이기에 끝까지 하는 게 맞지 않나?

(진 팀의) 감정이 상할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골 득실이 중요한 시기다. 반대로 생각했을 때 나라면 화를 안 낼 것 같고, 공격을 할 것 같다.

마지막에 진 팀이 수비를 안 하고 시간을 흘려보낼 경우 혹은 다 가만히 포기한 상황에서, 이긴 팀이 공격하는 건 서로 존중을 해야 하는 것 같다. NBA도 공격 끝까지 안 하고 그만하라는 식으로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잘했다고 본다.

E선수
아무래도 한국 농구가 예의를 중요시 여기다 보니 그런 게 생긴 것 같고, 그런 게 당연해졌다. 법이 있진 않지만, 우리도 배워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야 되는 걸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상대팀이 오해할 만한 행동, 감정이 상할 행동은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팀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골 득실을 줄이려고 열심히 하는 팀들도 있을 테지만, 기분이 나쁠 수 있을 것 같다.

가비지 타임에 이기고 있는 팀이 굳이 공격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지고 있는 팀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느낌이고, 가비지가 났기 때문에 상대방이 오해할 만한 행동은 안 하는 게 낫다.

A 해설위원
기본적으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6라운드에 골 득실이나 상대 전적의 의미가 없는 경우는 몰라도, 불문율 같은 게 꼭 필요한가 생각이 든다. 수비를 안 하고 있는데 공격을 한다면 조금 그럴 순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

불문율의 존재 이유는 빨리 끝내려는 게 아닌가? NBA 같은 경우에는 샷클락에 걸리게 놔둔다. 그러나 KBL은 특이하게 상대 선수에게 주더라. 이 부분이 이해가 안 가는 게, 결국 본인 턴오버가 올라가고, 상대는 스틸로 기록된다. 그래서 본인 기록도 중요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 시간은 누군가에게 소중한 기회다. 그런 거를 ‘위 아 더 월드’로 끝내는 게 보기 좋진 않다. 미국도 그런 게 심하긴 하지만, 억울하면 이기던가.



인터뷰를 통해 다채로운 시각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기 직전, 예의와 경쟁 사이에서 농구의 마지막 공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해야 할까.

코트 위에서는 여전히, 그 해답 없는 질문이 속삭여지고 있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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