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이규빈 기자] 디트로이트가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1941년에 창단한 디트로이트 피스톤즈는 동부 컨퍼런스를 대표하는 명문이다. 창단 초기부터 플레이오프 단골이었고, 198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일명 '배드 보이즈'라고 불린 데니스 로드맨, 빌 레임비어, 아이제아 토마스, 조 듀마스 등을 앞세워 1989년과 1990년, 2년 연속으로 NBA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에도 디트로이트의 전성기는 계속됐다. 그랜트 힐이라는 걸출한 슈퍼스타가 있었고, 2000년대 초기에는 '배드 보이즈 2기'라고 불릴 정도로 위엄을 뽐냈다. 그리고 2004년 다시 NBA 파이널에 진출해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있던 LA 레이커스를 제압하며 프랜차이즈 역사상 3번째 우승을 차지한다. 우승 이후에도 곧바로 준우승, 3년 연속으로 컨퍼런스 파이널에 진출하며 강팀 면모를 보였으나, 이런 디트로이트에도 시련이 찾아왔다.
2008-2009시즌 1라운드 탈락을 마지막으로 6년 연속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렉 먼로, 안드레 드러먼드 등 로터리픽으로 지명한 신인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2015-2016시즌 동부 8위로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0승 4패로 무기력하게 패배하며 시즌을 마쳤다. 2018-2019시즌에는 트레이드로 영입한 블레이크 그리핀의 맹활약으로 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으나, 이번에도 0승 4패 스윕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국 디트로이트 수뇌부도 결단을 내렸다. NBA의 대세가 된 탱킹에 나선 것이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2021 NBA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획득하며 케이드 커닝햄이라는 초특급 유망주를 지명했다. 커닝햄이라는 확실한 코어가 생겼고, 이를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2022 드래프트 5순위 제이든 아이비, 2023 5순위 어사르 탐슨, 2024 5순위 론 홀랜드 등 유망주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곧바로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22-2023시즌과 2023-2024시즌 17승과 14승으로 동부 15위로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커닝햄과 디트로이트에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고, 2024-2025시즌은 매우 중요한 시험대가 됐다. 그리고 커닝햄과 디트로이트는 마침내 실력을 증명했다. 44승 38패로 6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직행에 성공한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뉴욕 닉스를 만나 6차전 승부 끝에 탈락하며 허무하게 끝나지 않았다.
마침내 디트로이트에도 희망이 생겼다.

성적: 60승 22패 동부 컨퍼런스 1위
로스터 대부분이 젊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경험까지 더해져 매우 기대가 컸다. 오프 시즌에도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으며, 기존 선수들의 성장이 관건이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말릭 비즐리 이탈 정도가 아쉬웠다. 대신 던컨 로빈슨이라는 베테랑 3점 슈터를 영입해 공백을 메웠다.
시즌 초반부터 무시무시한 기세를 보였다. 첫 4경기를 2승 2패로 시작했으나, 이후 13연승을 달리며 동부 1위로 올라섰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경기력이 압도적이었다. 커닝햄을 중심으로 한 공격, 탐슨과 홀랜드 등 포워드 수비수들의 미친 활동량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디트로이트 경기를 보면 젊음과 생동감이 느껴졌다.
이후에도 별다른 위기 없이 시즌이 진행됐다. 강팀이든, 약팀이든, 일관된 경기력을 보이는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자연스럽게 우승 후보로 꼽혔고, 트레이드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보강에 나선다면, 우승도 꿈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잭 라빈, 트레이 머피 3세, 라우리 마카넨 등 구체적인 이름도 등장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수뇌부의 생각은 달랐다. 사실상 아무런 전력 보강 없이 그대로 지나갔다. 부상 이후 전력 외 자원이 된 아이비로 케빈 허더를 영입한 것이 전부였다. 허더는 기량이 쇠퇴해 아이비와 마찬가지로 전력 외 자원이었다. 물론 잘 나가는 상황에서 변화를 줄 필요는 없으나, 디트로이트의 경기력을 보면, 확실한 보강이 있으면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할 수 있었다. 여러모로 아쉬운 선택이었다.
시즌 막판 에이스 커닝햄이 기흉으로 이탈하며 비상사태를 맞이했으나, 2옵션 제일런 듀렌이 커닝햄 공백을 메우며 성적을 유지했다. 커닝햄도 정상적으로 플레이오프 출전이 예고됐다.
60승 22패, 디트로이트 구단 역사상 3번째로 많은 승수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 성적이 운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시즌이다. 이제 관건은 플레이오프였다.
1라운드 상대는 올랜도 매직이었다. 모두가 디트로이트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으나, 정반대 양상으로 흘러갔다. 첫 4경기에서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고, 5차전을 잡았으나, 6차전 원정에서 하프타임 기준 38-60으로 뒤지고 있었다. 탈락이 확정된 것처럼 보였으나, 후반에 믿을 수 없는 대역전극으로 승리했고, 7차전을 압도하며 간신히 2라운드에 진출했다.
2라운드 상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무릎을 꿇었다. 홈에서 2연승으로 시작했으나, 내리 3연패를 당했고, 6차전을 승리해 기세를 타나 싶었으나, 홈에서 열린 7차전에 보기 힘든 졸전으로 94-125로 대패하며 시즌이 끝났다.
정규 시즌 성적은 좋았으나, 기쁨보다 아쉬움이 큰 시즌이었다. 특히 2옵션 듀렌의 부진이 뼈아팠다.

IN: 케빈 허더(재계약), 존 콜린스(트레이드), 게리 해리스(트레이드), 아이재아 조(트레이드), 타우린 프린스(트레이드), 이부카 오코리(드래프트)
OUT: 토바이어스 해리스(FA), 카리스 르버트(트레이드), 마커스 새서(트레이드), 아이재아 스튜어트(트레이드)
이번에는 진짜 대형 움직임이 있을 줄 알았다. 타일러 히로, 마카넨, 머피 3세 등 오프 시즌 초반부터 슈퍼스타들과 연결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같았다.
콜린스하며 4번 자리를 보강했고,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서 계륵이 된 조를 공짜 수준으로 데려왔다. 프린스, 해리스 등 뎁스 보강 차원의 영입도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보강은 드래프트에 있었다. 오코리라는 신장은 작지만, 엄청난 돌파 능력을 갖춘 포인트가드를 지명했다. 장기적인 커닝햄의 파트너나, 벤치를 이끌 식스맨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신 디트로이트에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던 해리스가 떠났고, 르버트와 세서 등 벤치 자원도 팀을 떠났다. 디트로이트가 직접 지명해 육성한 빅맨 스튜어트도 멤피스 그리즐리스로 트레이드됐다.
즉, 또 대형 보강은 없었다. 지난 시즌과 전력이 비슷하다. 여기에 제한적 FA인 듀렌의 행보도 결정되지 않았다. 재계약이 매우 유력하지만, 시즌 개막이 눈앞인데도 결정되지 않았다. 디트로이트 팬들을 또 분노하게 만든 오프 시즌이다.

지난 시즌 기록: 평균 9.9점 5.7리바운드 3.1어시스트
아멘 탐슨과 쌍둥이 형제로 유명한 어사르 탐슨은 어린 시절부터 초특급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고등학교 시절 압도적인 성적으로 많은 명문 대학교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탐슨의 선택은 의외였다. 바로 대학 무대가 아닌 프로리그 오버타임 엘리트로 향했다. 오버타임 엘리트에서 활약은 대단했으나, 대학 무대도 아니고, 호주 리그나 유럽 무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확한 실력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따라서 탐슨은 여전히 최상급 유망주로 꼽혔으나, 팬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졌다.
2023 NBA 드래프트 전체 5순위로 디트로이트의 지명을 받았다. 쌍둥이 아멘이 4순위로 지명돼 형제가 연속으로 뽑히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드래프트 당시 아멘과 어사르의 평가는 달랐다. 아멘이 훨씬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유는 공격 능력 때문이었다. NBA 무대에서도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은 손쉽게 기록할 것이라는 아멘과 달리, 어사르는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평가였다. 두 선수 모두 외곽슛에 약점이 있으나, 볼 핸들링과 드리블 기술이 아멘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사르가 5순위라는 높은 순위에 지명될 수 있던 이유는 압도적인 수비력이었다. 1번부터 4번을 수비할 수 있는 범용성과 상대 에이스를 전담 수비하는 능력이 높게 평가됐다.
NBA 입단 이후 탐슨은 드래프트 전 평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3점슛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공격은 별 볼 일 없었으나, 수비 하나는 일품이었다. 신인 시즌 평균 8.8점 6.4리바운드로 무난하게 보냈다.
수비에 능하고, 공격이 약한 선수가 빛을 보려면 팀이 강팀이어야 한다. 신인 시즌 디트로이트는 그런 팀이 아니었고, 탐슨을 향한 관심과 주목도 적었다. 하지만 2년차 시즌 디트로이트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탐슨도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2년차 시즌 평균 10.1점 5.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발전한 탐슨은 플레이오프에서 이름을 알린다. 1라운드 상대였던 뉴욕의 에이스 제일런 브런슨을 전담 수비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친 것이다. 비록 시리즈는 2승 4패로 탈락했으나, 탐슨이 보여준 수비는 대단했다. 브런슨도 시리즈 종료 후 "내가 만난 최고의 수비수였다"라며 극찬할 정도였다.
그리고 3년차 시즌이었던 2025-2026시즌, 탐슨은 디트로이트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자리매김한다. 공격은 커닝햄, 수비는 탐슨이라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결국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올해의 수비수' 3위, 올-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선정되며 자타공인 최고의 수비수가 됐다.
디트로이트도 탐슨의 공을 인정했다. 이번 오프 시즌, 연장 계약 자격이 생긴 탐슨에 5년 1억 5500만 달러를 안기며 팀의 코어로 낙점했다.
다음 시즌 탐슨은 공격에서 발전해야 한다. 아무리 수비를 잘해도, 연간 3000만 달러는 수비만 잘하는 선수에게 주는 금액이 아니다. 만약 탐슨이 공격까지 발전한다면, 디트로이트의 투자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커닝햄-로빈슨-탐슨-콜린스-듀렌
지난 시즌과 비슷한 주전 라인업이 예상된다. NBA 최고의 포인트가드이자, 팀의 에이스인 커닝햄이 공격을 이끌고, 디트로이트 공격의 핵심인 전문 슈터 자리에 로빈슨이 포진한다. 로빈슨의 수비 약점을 메우는 수비수인 탐슨도 당연히 주전이다.
확고한 앞선과 달리, 뒷선은 미지수다. 지난 시즌 주전 파워포워드였던 해리스가 떠난 자리에는 신입생 콜린스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의문은 센터다. 듀렌의 자리지만, 듀렌은 아직도 계약이 확정되지 않았다. 재계약이 유력하나, 아직 변수는 있다. 만약 듀렌이 팀을 떠난다면 마땅한 대체자가 없다.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폴 리드가 있으나, 확고한 주전으로 보기 어렵다.
시즌 내내 2옵션 보강 얘기가 끝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디트로이트가 3년 연속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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