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프볼=유석주 인터넷기자] ‘요즘 농구’는 핸들러 싸움이다. 정관장이 이를 성적으로 증명했다.
안양 정관장은 11일 안양 정관장 아레나에서 열린 서울 SK와의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정규시즌 경기에서 75-66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정관장은 시즌 3승 1패를 기록, 직전 경기 원주 DB전 패배를 씻어내며 시즌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유도훈 감독 아래 설계된 정관장의 장점을 그대로 보여준 경기였다. 정관장은 고양 소노와의 개막전부터 줄곧 3가드를 메인시스템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초반부이긴 하나 정관장은 정규시즌 레이스에서 좋은 흐름을 가져왔다. 과연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던 SK를 꺾은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서로 다른 특색 : 이븐한 균형의 3가드 시스템
3가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보통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서로 겹치지 않을까?’다. 일반적으로 가드는 볼 핸들러를 의미하고, 코트에서 볼 핸들러들끼리 공존하려면 뭔가 각자의 역할을 양보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발 출전한 변준형과 렌즈 아반도, 김영현은 단 한 번도 서로의 동선에서 충돌하지 않았다. 각자의 장단점과 부여받은 임무가 달랐기에 그랬다.
백코트에서 뛰어난 수비력을 자랑하는 김영현은 상대 공격의 시작점인 김낙현 봉쇄에 집중했다. 김낙현이 득점을 시도하는 모든 길목에 악착같이 따라붙으며 압박했고, 김영현의 수비에 시달린 김낙현은 야투 득점 없이 1점(자유투)에 어시스트 5개, 실책 4개로 고전했다.
팀 정관장 역시 ‘김영현 효과’를 제대로 봤다. 이날 정관장은 총 11개의 스틸을 기록했는데, 코트를 밟은 10명 중 8명이 최소 한 번씩 SK의 공격권을 빼앗았다. 김영현이 백코트에서 상대의 어려운 패스를 꾸준히 유도해 낸 덕분이다. 반면 메인시스템이 흔들린 SK는 이날 14개의 팀 실책을 쏟아내며 공격에서 부정확했다. 그 14개 중 8개가 김낙현과 자밀 워니의 손에서 나왔다.
김영현의 수비 존재감 덕분에 공격력이 뛰어난 변준형과 아반도는 힘을 아낀 채 득점 생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정관장이 경기 내내 압도했다고 볼 순 없으나, 팀에게 흐름이 필요한 순간 변준형과 아반도는 어김없이 득점을 뽑아내며 주도권을 가져왔다.
서로의 역할도 미세하게 달랐다. 변준형은 이날 족저근막염 증세로 결장한 박지훈을 대신해 정관장의 전체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역할을 맡았다. 반면 아반도는 팀 오펜스에서 파생된 기회를 마무리하는 직관적인 역할에 더 무게를 두었다. 균형을 맞춘 두 선수는 34점 11어시스트를 합작했고, 화력전으로 SK를 불태웠다.
백코트에서 득점이 터지자 빅맨 조니 오브라이언트와 김종규에게도 자연스레 넓은 공간이 제공되었다. 특히 샷 크리에이팅이 가능한 오브라이언트는 기존 가드진은 물론, 김종규와도 빅투빅 투맨 게임을 전개하는 등 선택지를 만끽하며 다양한 위치에서 야투를 던졌고, 양 팀 포함 최다인 25점을 기록했다. 이 역시 정관장이 원하는 3가드 시스템의 이상적인 파생 효과다.
‘공간은 넓게, 속도는 빠르게’ 긍정적으로 투영된 감독의 철학
유도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정관장의 사령탑 자리에 새로 앉았다. 물론 정관장의 전신 격인 KT&G를 지휘한 경험은 있지만, 대중에겐 인천 전자랜드와 대구 한국가스공사에서의 모습이 더 익숙하다. 그리고 당시 유도훈 감독의 농구는 매우 끈적했다. 거칠게 물고 늘어지는 압박 수비와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직관적이고 선 굵은 농구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유도훈 감독은 시즌 전 인터뷰에서 확실한 변화를 예고했다. 속공과 3점슛 같이 현대 농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얼리 오펜스’를 강조하면서도, 기본에서 화려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유도훈 감독의 자신감엔 근거가 있었다.
빠른 공수 전환을 위해선 빠른 발을 가진 선수를 오래 기용해야 하고, 이는 가드들이 코트 위에서 뛰는 시간이 길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수비 구축과 팀 조직에 뛰어난 유도훈 감독에게 이는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였고, 정관장의 유능한 선수들과 시스템이 만나 좋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었다.
이 시너지는 기록으로도 드러난다. 이번 시즌 정관장은 4경기 기준 디펜시브 레이팅 1위(85.6)로 압도적인 수비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100 포제션 기준 공수 득실 마진을 따지는 넷 레이팅 1위(15.4), 최소 실책 비율 1위(11.5%), 필드골 어시스트 비율 1위(67.3%) 등 모든 지표에서 긍정적인 상승세를 동반하고 있다. 현재의 성적이 단순한 우연이 아닌, 팀 전체의 노력과 감독의 철학이 동반된 결과물임을 증명한 셈이다.
시대에 발맞춰 철학을 제시한 감독과, 그 철학을 현실로 이뤄준 선수들. 과연 정관장의 날개는 어디까지 비상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12일, 백투백으로 치러지는 서울 삼성과의 경기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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