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틴 리버스, 클레이 탐슨, 제이 크라우더, 알 호포드, 래리 낸스 주니어, 데빈 부커, 팀 하더웨이 주니어, 게리 페이튼 2세 등 최근 NBA에서는 대를 이어 뛰는 부자 선수들이 늘어가고 있다. 기량과 더불어 신체조건까지 영향을 끼치는 종목인 만큼 부친의 유전자를 물려 받은 2세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2세는 단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판 커리(33·190.5cm)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세스 커리(31‧188cm) 형제다. 델 커리의 피를 물려받은 형제답게 부친이 현역 시절 주특기로 했던 3점슛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형 커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역대 NBA 최고의 3점 마스터이며 오랫동안 그늘에 가려져있던 동생 커리 또한 최근 들어 급성장한 모습을 과시하며 팀내 주축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모습이다.
KBL에도 커리 형제만큼이나 리그에서 뜨거운 2세, 형제 선수가 있다. 현재 리그 흥행을 이끌고 있는 원주 DB 허웅(29·186㎝)과 수원 kt 허훈(26·180㎝) 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들의 부친은 ‘농구 대통령’으로 불리는 허재(56·188㎝)다. 지금은 예능인으로 더 핫하지만 선수 시절의 기량은 역대 최고로 평가받고 있으며 인기 또한 하늘을 찔렀다. 은퇴한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두터운 팬층을 자랑할 정도다.
동생 허훈은 국내 최고 1번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고 형 허웅 또한 국가대표급 2번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둘다 순수한 기량 자체에서는 부친 허재를 능가하기 쉽지않아보인다. 이들이 못한다는 것이 아닌 허재가 지나치게 잘했기 때문이다. 허재는 다양한 테크닉을 앞세워 내외곽을 폭격하던 득점기계이자 어지간한 퓨어 1번 못지않은 시야와 리딩, 패싱능력을 겸비한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국내 기준 역대 어떤 선수를 데려다놓아도 상대 비교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인기 만큼은 부친과 겨뤄봐도 되겠다 싶을 만큼 허웅, 허훈 형제는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한 인기는 이번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아직 투표 기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허웅은 최고 인기남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16년 만에 10만표 득표를 넘어선 것을 비롯 이상민 삼성 감독이 현역 시절 기록했던 12만 354표까지 깨트리며 역대 최다 득표 기록을 다시 썼다. 이제는 원주 아이돌이 아닌 KBL 아이돌로 불러도 손색없을 듯 하다.
현재 프로농구는 과거에 비해 인기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같은 득표가 나왔다는 것은 허웅이 가진 스타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짐작케해주고 있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KBL로서는 가뭄속 단비같은 소식이다.
형 허웅에 가려서 그렇지 지난 시즌 1위 동생 허훈 또한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형과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지라 1위를 뒤집기는 힘들어 보이지만 3위와 멀찌감치 거리를 둔채 2위를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동생 허훈까지 가세해 이상민 감독의 기록을 형제가 나란히 넘어서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NBA에 커리 형제가 있다면 KBL에는 허웅, 허훈 형제가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기, 기량적인 면에서 허웅과 허훈은 서로의 성장을 위한 선의의 라이벌이 되기에 충분해보인다. 커리 형제같은 경우 형이 워낙 압도적이어서 라이벌 관계가 형성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허웅, 허훈 형제는 그 격차가 상대적으로 적다.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허훈이 기량, 커리어에서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올시즌 허웅이 많은 면에서 부쩍 성장하며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둘다 부친 허재의 승부근성을 쏙 빼닮은지라 적어도 코트 안에서 만큼은 양보를 하지않겠다는 기세다.
특히 형 허웅의 발전은 놀라운 정도다. 동생 허훈이 리그 최고 선수 중 한명으로 위용을 떨쳤던 것과 달리 허웅은 한팀의 주전급 선수 정도로 평가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예전부터 ‘동생 허훈이 부친을 훨씬 많이 닮았다’는 말이 회자되며 둘사이의 격차는 한없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허웅 역시 허재의 아들이었다. 넘치는 탄력과 운동신경, 플레이 스타일 등에서는 허훈이 좀 더 부친과 가까워보일지 모르겠지만 승부근성, 투지 등은 허웅도 만만치않았다. 주변의 비교와 평판에 주눅들만도 하지만 평소 장난처럼 투닥거리는 와중에서도 느껴지듯이 ‘내가 너보다 못할게 없다’는 마인드 만큼은 진짜였다.
자신이 잘하는 ‘오프 더 볼 무브’를 앞세운 슈터로서의 플레이에 더해 돌파, 패싱능력 등 다른 부분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만들어가고 있다. 엄청나게 높아진 인기, 팀내 핵심선수 두경민의 이적으로 인한 부담감 등 내외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요소가 많았음에도 굳건하게 멘탈을 다잡으며 DB의 에이스로 거듭나고있는 모습이다.
시즌초 허훈이 부상으로 늦게 돌아온 사이 허웅은 개인 커리어하이인 평균 17.2득점(국내 1위), 3.68어시스트, 2.68리바운드로 펄펄 날고 있다. 현재의 활약을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국내 최고 선수 중 한명으로 당당하게 허훈과 정면승부가 가능해보인다. 젊은 선수들에게 서로를 자극할 수 있는 라이벌이 있다는 것은 성장의 좋은 촉진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허웅, 허훈같은 경우 형제 라이벌, 인기 라이벌 등 여러 가지 스토리라인이 만들어질 수 있는 관계인지라 KBL흥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고 있다. 두 형제가 뜨거운 경쟁을 펼칠수록 지켜보는 이들은 즐거울 것이 분명하다.
#글 / 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 /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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