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구도 육성 시스템이 생겼다?' 조상현 감독의 프로젝트, 중요한건 지속성

정지욱 기자 / 기사승인 : 2022-01-25 09: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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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편집장]프로농구 각 팀이 한창 주말 경기 일정을 소화하던 지난 23일 용인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체육관에서는 연습경기가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이날 울산에서 수원 KT와의 홈경기를 치렀다. 그렇다면 누가 구단 체육관에서 연습경기를 치른 것일까?

 

현대모비스 D리그 팀과 남자농구대표팀의 조상현 감독, 김동우 코치가 이끄는 대학농구 유망주 팀 간의 연습경기였다. 이는 대학농구 유망주 발굴 및 기량 발전을 위해 진행 중인 2021-2022 우수선수 육성 강화훈련의 일환이었다.

 

대학 우수선수 강화훈련은 선수들의 동기 부여와 기량 발전을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27일부터 31일까지 1차 강화훈련을 시작으로 2차는 18-9, 3차는 15-16, 4차는 22-23일에 걸쳐 조 감독과 김 코치의 지도하에 진행됐다.

 

의미있는 첫 걸음

한국농구는 그동안 선수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사실상 없었다. 일본, 중국 등은 2000년대부터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 현재에 이르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이 없었다. ‘좋은 선수를 길러내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대학 우수선수 강화훈련은 조 감독과 김 코치가 계획한 프로젝트다. 조 감독은 지난해 농구대표팀 감독 공모에 나섰을 때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유망선수 육성에 대한 계획까지 발표한 바 있다. 조 감독은 내가 선수일 때에도 상비군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계속 나왔었다. 하지만 실제로 구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감독을 하면서는 대표팀은 기본이고 향후 유망주를 육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예정됐던 2023 FIBA 농구월드컵 대륙별 예선이 취소되면서 조 감독과 김 코치는 우수선수 육성 강화훈련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대표팀 감독은 활동 기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 A매치가 없는 시간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고교 선수들도 포함시키고 싶었는데 지금 입시 제도로 인해 안된다고 하더라. 대학선수를 위주로 해서 대표팀과 연계성,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는 육성 시스템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시작만큼 중요한 연속성

강화훈련에는 대학연맹 기술위원회에서 추천한 선수들이 참가했다. 기초를 다지는 데에 목적이 있는 만큼 스텝은 기본이고 수비, 오프 더 볼 무브(볼 없는 움직임) 때 타이밍까지도 세부적으로 짚으면서 지도 했다. 훈련한 것들을 토대로 오리온, 현대모비스 D리그 팀과의 연습경기도 가졌다. 조 감독은 “선수들이 팀훈련을 하다가 주말에만 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뛰는 것은 최소화했다. 포지션별 드릴과 패턴, 수비 전술을 위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짧은 시간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수들도 재미있어하더라라며 웃었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프로젝트가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한국농구는 협회, 남녀프로농구 연맹 모두 집행부가 바뀔 때마다 기존 프로젝트가 삭제되고 새 틀을 입혔다가 또 사라지기 일쑤였다. 육성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행정상에 있어서도 계획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사라진 프로젝트가 엄청나게 많다. 지속성이 없었다. 이번 육성 강화훈련은 20~30년간 말로만 해왔던 것을 어렵게 실행시킨 것이기 때문에 지속성이 더욱 중요하다. 흐지부지 사라진다면 또다시 이를 진행하는 데에 20~30년이 걸릴 것이다. 조상현 감독도 이를 경계하고 있다.

 

조 감독은 미국, 유럽은 기본이고 아시아 국가들도 오래전부터 유망주 육성이 많은 힘을 쏟아왔다. 일본은 20년 사이에 육성에 많은 투자를 한 결실을 최근 들어 맺고 있다. 여자농구는 세계 강호 수준에 됐고 남자농구에서는 NBA 선수가 나오고 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매년 유망주들을 미국의 농구 캠프에 보냈다. 필리핀도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까지 유망주 육성을 위해 지난해 11월 유망주 팀을 꾸려 라스베이거스로 연수를 보냈다. 이를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조금이라도 서둘러 육성 시스템을 꾸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제 첫발을 뗀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훈련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관심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시에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수준의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협회와 연맹, 구단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조 감독은 좋은 취지로 시작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협회, 구단, 대학팀들도 힘을 많이 실어줬다. 대학팀들은 1월에 체력훈련을 가 있는 와중에서도 선수 차출에 대해 기꺼이 응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동시에 더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나중에 감독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이 프로그램만큼은 자리를 잡아 장차 한국농구를 이끌어가는 유망주 육성을 위한 시간으로 유지되길 바란다. 당장 2월에 농구월드컵 예선 준비로 육성 강화훈련을 할 수 없다. 대회를 잘 마치고 더 준비를 잘해서 연속성을 가져가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다졌다.

 

 

#사진/정지욱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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