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챔프결산] 순위는 숫자에 불과함을 증명한 이명관, 한 번 더 편견을 깼다

김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6 08: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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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분명 의미가 있는 과정이고 결과였다.

용인 삼성생명은 지난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74-57로 승리했다. 시리즈 2-0 리드 후 2-2 원점 허용,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5차전을 승리한 삼성생명은 무려 15년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리그 4위로서 최초의 우승을 거두는 과정에 삼성생명은 모두가 주연이었다.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제 역할을 다해내면서 수많은 성과를 남기게 됐다. 그 중 가장 반가운 수확이 2년차 이명관의 급격한 성장이었다.

이명관은 2019-2020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8순위로 드래프트의 문을 닫으며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당시 드래프트가 열릴 때까지도 무릎 십자인대 재활이 끝나지 않아 불안 요소가 있었던 그는 눈물의 소감과 함께 꿈을 이뤘던 기억이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이름이 불렸던 이명관은 이후 부지런히 재활에 힘을 쏟았고, 올 시즌이 돼서야 코트를 누빌 수 있었다.

사실 정규리그 때까지만 해도 이명관에게 챔피언결정전까지 출전 기회가 주어지리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임근배 감독이 정규리그 후반부터 봄 농구 대비를 위해 저연차 선수들을 조금씩 가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명관도 15경기 평균 10분여 출전으로 예열을 마쳤다. 하나, 우리은행과의 플레이오프에서는 윤예빈의 뒤를 이어 신이슬의 컨디션이 부쩍 올라오면서 이명관은 플레이오프 3경기 평균 2분 10초 출전에 그쳤다.

챔피언결정전 시리즈에서도 1차전 결장, 2차전 1분 12초만 출전했던 이명관. 그런데 그에게 우연찮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삼성생명이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던 3차전. 당시 삼성생명은 김보미가 3쿼터 시작과 동시에 5반칙 퇴장을 당했고, 곧장 윤예빈까지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위기를 맞았다. 이때 임근배 감독의 시선은 이명관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다시 코트를 누비기 시작한 이명관은 수비에서의 활발한 에너지 분출은 물론 자신있는 슈팅까지 선보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비록 3,4차전 결과가 패배이긴 했지만, 그는 4차전에서는 무려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코트를 누비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경험을 통해서 이명관은 삼성생명의 확실한 카드 한 장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감격의 우승 후 만난 이명관은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오늘 우승하기까지 언니들이 많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계속 코트에 나서면서 너무 잘해주셨다.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게 많았다. 우승 소감이라고 말할 건 너무 좋다는 한 마디 뿐인 것 같다. 이게 정말 나에게 일어난 일인가 싶을 정도로 꿈만 같다”라며 기쁨을 표했다.

이명관 개인적으로는 입단 첫 시즌을 재활로 떠나보내면서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었던 2년차의 우승이었다. 이에 그는 “뭐랄까 나는 마지막 라운드에 뽑혔고, 대졸 선수고, 부상도 있었다. 나도 마냥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부상에서 복귀해 잘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컸다. 그런데 주변에서 워낙 많이 격려해주시고, 임근배 감독님부터 언니들과 동생들까지 모두가 괜찮다고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이렇게 챔피언결정전까지 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값진 경험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그는 단국대 시절 에이스 역할을 도맡으며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단지 2년차인 젊은 선수로서 워낙 큰 무대를 급격히 경험했다. 이명관은 자신의 첫 봄 농구를 얼마나 즐겼을까. 그는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다(웃음). 그래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 때는 코트에 들어가면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금이라도 빨리 내가 할 수 있는 걸 찾으려 했고, 언니들의 체력을 지켜줘야 한다는 부분에 집중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명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보여준 깜짝 활약은 또다른 의미가 있었다. 앞서 말했듯 그는 단국대 에이스라 불렸던 대졸 출신 선수다. 최근 몇 시즌 동안 프로 입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퇴단하는 경우가 속출하면서 WKBL에는 대졸 선수 자체에 대한 좋지 못한 시선이 생겨났던 상황. 하지만,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는 강유림(하나원큐), 김진희(우리은행) 등 대졸 출신 선수들이 부지런한 성장세를 보여주면서 그 편견을 다시 조금씩 긍정적인 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이명관이 한 번 더 힘을 실은 것이다.

이에 이명관도 “뿌듯한 마음이 크다. 아직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학 선수들이 많다. 나는 물론이고 대졸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지금 대학에서 꿈을 꾸고 있는 선수들이 희망을 갖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확실하게 가능성을 증명한 이명관. 그가 또 한 번의 비시즌을 거치고 2021-2022시즌에는 어떤 모습으로 삼성생명의 백코트에 에너지를 불어넣을지 더욱 기대하게 했던 시리즈였다.

# 사진_ 유용우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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