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절친이 묻고 절친이 답한다 ④ 장재석이 이대성에게

조영두 / 기사승인 : 2020-03-16 0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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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영두 기자] 지난 2월호에서 절친 장재석(29, 203cm)에게 재치 넘치는 질문을 던졌던 이대성(30, 190cm).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이대성의 질문 센스에 여러 차례 놀랐던 기자는 그의 답변 센스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준비했다. 이번에는 차례를 바꿔 그의 절친인 장재석에게 이대성을 괴롭힐(?) 만한 질문을 준비해달라고 한 것. 장재석 역시 이대성의 허를 찌르기 위해 철저히 질문을 준비했다. 하지만 정작 이대성은 시큰둥했다. “저는 진짜 고민 많이 해서 질문 준비했는데, 재석이 질문은 너무 재미없네요. 전화해서 한마디 해야겠어요”라며 말이다. 과연 이대성은 장재석의 질문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 본 글은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재석_우리가 19살에 NBA 캠프에서 처음 만났잖아. 그 때 너는 삼일상고에서 머리 짧게 자르고 운동만 하고, 인생이 낙이라고는 야간 운동 한 번 쉬고 PC방 가는 거였지? 그런데 나를 만나서 내가 강남 클럽을 데려갔잖아. 그때 클럽의 첫 인상은 어땠는지 상세히 말해줘.

대성_새로운 세계에 들어간 느낌이었지. 클럽 입구를 지나 지하로 내려가는데 음악이 흘러나오더라. 들어가서 보니 ‘이런 세계가 있나. 난 왜 지금까지 이런 걸 모르고 살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 19살에 클럽을 데려가준 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20살이 되면 클럽에 갔겠지만 19살에 편법을 써서 가니까 더 좋더라고(웃음). 내 인생에 갑자기 꽃이 활짝 핀 느낌이었다고 할까. NBA 캠프가 19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야. MVP도 되고, 너와 다른 좋은 친구들도 만났지만, 그 중에서도 클럽의 지분이 70%를 차지하고 있지(웃음). 새로운 신세계를 열어줘서 고마워.

재석_학창 시절에 너의 포지션은 주로 스몰포워드였잖아? 그런데 내가 너는 포인트가드를 해야 NBA를 갈 수 있다고 하면서 스티브 내쉬 영상을 보여줬었지. 내가 아니었다면 너는 지금 스몰포워드로 뛰고 있었을 텐데 내 조언이 포인트가드가 되는데 도움이 많이 됐는지 궁금해.

대성_너무 많이 도움 됐지. 내 영어 이름 대쉬(Dash)도 스티브 내쉬의 이름을 따서 만든 거야. 농구를 공부하고, 연습하는데 있어서 내쉬의 영상을 정말 많이 봤어. 너에게 고맙긴 하지만 네 덕분에 포인트가드가 된 건 아니야(웃음). 포인트가드로 뛰고 싶은 마음은 항상 있었어. 너로 인해 알게 돼서 영감을 많이 받았어. 내가 농구를 하면서 네가 이렇게 영감을 준 게 참 많아. 물론 내가 10배는 더 많이 줬지만(웃음).

재석_예전에 네가 포인트가드로서 득점하는 것보다 백 코트에서 혼자 드리블 치면서 프런트 코트로 넘어갈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었잖아. 그 희열을 아직도 느껴?

대성_응. 나는 드리블 치고 프런트 코트 넘어갈 때가 가장 행복해. 평소에 상대 선수를 어떻게 제칠지 내쉬 영상을 보면서 정말 연습을 많이 하는데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공을 오래 소유할 수 있는 경우가 없어. 특히 KBL에서는 아직 가드들이 공을 많이 소유하는 것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지. 현실적으로 공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게 어렵다보니 프런트 코트로 혼자 드리블 치고 넘어갈 때가 가장 좋아. 그때 내가 연습했던 것들을 생각하고, 자신감도 찾는 것 같아. 또 나는 어릴 때부터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로 뛰다보니 드리블을 치고 상대 진영으로 넘어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 그래서 공을 가지고 프런트 코트로 넘어갈 때 ‘내가 가드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가드가 아니었는데 그런 느낌이 드니까 가장 희열이 느껴지는 것 같아.

재석_지금 네 아내를 중앙대 앞 토스트집에서 처음 보고 번호를 물어봤잖아? 네가 그렇게 헌팅을 한 건 처음인데 그때 만약 내가 번호를 물어본다고 했으면 뭐라고 했을 거 같아?

대성_바로 싸대기 날렸지(웃음). 내 눈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얼토당토않은 짓을 하면 친구고 뭐고 없이 바로 싸대기야. 그 당시에 내가 너한테 ‘(장)재석아, 대학 생활도 좋지만 꿈이 있으니 나 이제 여자친구 만들겠다는 노력보다는 농구에 한 번 올인 해볼 테니 지켜봐’라고 말한 거 기억나지? 그리고 불과 몇 분 후에 아내가 토스트집에 들어와서 내가 번호를 물어봤잖아. 내 마음이 몇 분 만에 바뀔 정도로 아내가 정말 마음에 들었어.

재석_예전에 네 꿈이 ‘손흥민 아빠’라고 했잖아? 그렇다면 2세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 밤에 항상 노력은 하는지. 아내가 좋은 걸 차려주는지도.

대성_빨리 2세를 갖고 싶지. 그래도 아직은 아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어. 오래 사귀었지만, 미국 가고 그러느라 정작 떨어져 있는 시간이 많았거든. 1년 정도는 여유를 두고 가지려고 해. 노력하고, 계획한다고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차차 자연스럽게 생길 거라 생각해.

재석_몇 년 전에 불법 스포츠 토토 사건이 있었잖아? 사실 대학생 때는 불법인 줄 몰랐고, 프로에 와서 불법이라는 걸 알고서는 안 했지. 근데 그 스포츠 토토를 나에게 가르쳐준 게 너잖아. 나한테 미안한 마음은 없어? 그리고 우리가 잘못한 건 맞으니까 팬들에게 사과의 한 마디도 해줘.

대성_그건 잘못한 게 맞지. 할 말이 없어. 공인인데 그런 일이 불거져서 팬들께도 너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대학생 때는 진짜 불법인지 몰랐어. 그러니까 친구인 너에게 권유를 한 거지. 만약 마약이나 사설 도박 이런 거였으면 가장 친한 친구에게 권유를 했겠니. 인생 종치는 길인데, 어떻게 권유를 해(웃음). 불법이고, 잘못된 걸 알았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거야. 불법 스포츠 도박 사건은 우리 사이에서 금기어로 알고 있는데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네. 네 무덤을 네가 판 게 아닐까(웃음)? 당연히 반성하고, 잊고 싶은 기억이지,

재석_네가 코비 브라이언트를 좋아해서 대학생 때 24번을 달았잖아. 그래서 말인데 이대성에게 코비란?

대성_내 롤 모델이지. 나에겐 두 명의 롤 모델이 있어. 만나본 사람 중에서는 (김)효범이 형, 못 만나본 사람 중에서는 코비 브라이언트. 코비는 말 안 해도 다들 알잖아. 특정 분야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 인정할 정도라면 본받을 게 많다고 생각해. 특히 코비는 피 나는 노력을 통해 자신의 꿈을 성취했잖아. 내가 가치를 두는 부분도 이런 부분이야. 농구 잘하고, 돈 많이 버는 것보다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을 더 높게 평가해. 나도 그런 선수가 되고 싶어.



재석_대학 시절로 다시 돌아간다면 나와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야?

대성_우리 웬만한 건 다 해봤잖아. 흠,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너와 경기를 뛰면서 투 맨 게임을 많이 못해본 것 같아. 연습 때는 이야기 많이 하면서 맞춰봤는데 내가 중앙대 시절에 출전시간이 적어서 정식 경기에서 해볼 기회가 없었지. 그래도 프로에 와서 2013년 루키 올스타 vs 대학 올스타 경기 때 호흡을 맞춰봤잖아? 네가 (고양) 오리온으로 트레이드 된 직후라 완전 시체였는데 내가 좋은 패스 떠먹여준 덕분에 다시 살아나서 지금까지 선수생활 하고 있는 거야. 내가 그 때 패스 많이 안 줬으면 벌써 은퇴했을 걸? 그 정도로 우리가 호흡이 잘 맞았지. 그래서 FA(자유계약선수)가 되면 너와 같이 뛰고 싶은 마음이 커.

재석_네가 말했듯이 중앙대 시절에 출전시간이 적었잖아? 경기당 3분 정도 밖에 뛰지 못했는데 그래도 너는 그 짧은 시간에 모든 보여줬어. 앨리웁 덩크슛를 한다든지 화려한 플레이를 무조건 하나는 보여줬지. 그만큼 간절했는데 요즘에는 눈빛에 없는 것 같더라. 대학 시절의 퍼포먼스를 다시 보여줄 순 없는 거야?

대성_농구에 대한 간절함은 그때보다 더 커. 다만 그 당시에는 어린 패기가 있었고, 또 중앙대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많이 권장했잖아. 더군다나 나는 경기도 많이 못 뛰는데 짧은 시간 동안 패스 돌리고 있을 성격이 아니라서 앨리웁 덩크슛도 하고 그랬던 것 같아. 오히려 나는 네가 대학생 때 간절함이 없었는데 지금은 애가 둘이라서 그런지 간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그래서 보기 좋더라.

재석_네가 대학교 4학년 때 브리검영대 편입 준비한다고 부산에서 토플 시험 준비했잖아? 그때 지갑을 잃어버려서 쓰레기통에 버렸던 씨리얼을 다시 주워 먹을 정도로 배고픈 생활을 했었지. 한번은 내가 고기 뷔페에 데려갔는데 엄청 많이 먹었잖아? 그런데 요즘은 채식 주의자가 됐더라. 그때의 간절함을 잊어서 채식 주의자가 된 거야?

대성_에이~ 전혀 그것과 무관해. 오히려 더 간절해서 고기를 안 먹는 거지. 그 당시에 공부하면서 부모님께 너무 부담을 드렸는데 하필 카드를 잃어버렸어. 그래서 어머니께 돈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못 보내준다고 하시더라고. 2~3일 밥을 제대로 못 먹으니까 오피스텔 쓰레기통에 버렸던 씨리얼을 다시 먹게 되더라. 그때 절박함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 그 연장선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고기를 안 먹는 거야. 혹시 고기를 안 먹으면 농구를 더 잘하진 않을까? 또 내 몸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먹지 않는 거야.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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