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성 대표가 전한 전태풍과의 인연 “그날 내 손에 쥐어준 20만원을 잊지 못한다”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6 16: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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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그날 내 손에 쥐어준 20만원을 잊지 못한다.”

기자의 개인 연재물인 「민준구의 DEBUT」를 준비하다 보면 과거에는 차마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어느 때는 슬프고 또 어느 때는 재밌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가운데 박찬성 프라임타임 대표와 현역에서 은퇴한 전태풍 사이에 존재한 사연은 진한 감동을 전했다.

박찬성 대표와 전태풍의 첫 만남은 2009-2010시즌을 앞두고 있었던 여름에 성사됐다. 당시 중앙대와 전주 KCC의 연습경기가 진행됐고 두 사람은 매치 업 상대로서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전)태풍이 형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였다. 어눌한 한국말로 트래쉬 토크를 하더라(웃음). 한 번은 상대 스크린에 걸려 3점슛을 얻어맞았는데 ‘뭐야, 수비 어디갔어’라며 나를 놀렸다. 어린 마음에 동료한테 볼을 달라고 했고 곧바로 득점을 성공시킨 뒤에 영어로 트래쉬 토크에 대한 답을 전했다. 그랬더니 ‘야, 내가 너보다 형이야’라고 하며 억울해 하더라.” 박찬성 대표의 말이다.

이후에도 두 사람의 맞대결은 이어졌다. 2010-2011시즌부터 데뷔한 박찬성 대표와 KCC 소속이었던 전태풍은 소속팀의 승리를 위해 힘을 다했고 귀여운 트래쉬 토크 역시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박찬성 대표와 전태풍은 2012-2013시즌부터 한솥밥을 먹게 된다. 귀화 혼혈선수 제도로 인해 KCC에서 3시즌 동안 머무른 전태풍이 오리온스로 영입됐기 때문이다. 물론 박찬성 대표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시즌 아웃되며 코트 위에 함께 서지는 못했다.

한때 코트 위에서 열정을 다했던 두 남자의 농구 인생은 고달픔으로 가득했다. 박찬성 대표는 계속된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했고 전태풍은 자신의 농구를 하지 못하며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상황은 박찬성 대표에게 더욱 안 좋게 흘러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2013-2014시즌부터 임의탈퇴 신분이 된 것. 훈련은 정상 소화할 수 있었지만 선수 등록이 되지 않아 제대로 된 급여 지급이 어려웠다.

설 연휴를 위해 오리온스에서 지급한 격려비 역시 박찬성 대표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만원가량 지급된 격려비로 인해 대부분의 선수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지만 박찬성 대표는 남몰래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그러나 초코파이보다 정이 많은 전태풍의 눈에 박찬성 대표가 들어왔다. 그가 건넨 하이파이브에 무심코 응답한 박찬성 대표는 손에 담긴 봉투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격려비를 받은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어디에다 쓸 건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속은 쓰렸지만 겉으로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난 임의탈퇴 신분의 선수였고 자격이 없었으니까. 그때 태풍이 형이 ‘유민~(당시 박찬성 대표는 개명 전이었다)’이라고 부르며 하이파이브를 하려고 하더라. 평상시와 같이 손을 내밀었는데 그 안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직접 눈으로 보니 태풍이 형이 자신의 격려비를 내게 준 것이다.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수천, 수억의 보수를 받는 프로 선수들에게 20만원은 그리 크지 않은 돈일 수 있다. 그러나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 그 마음만큼은 20억보다 더 컸을테니까. 연이은 부상으로 힘겨워하던 박찬성 대표에게 전태풍이 건넨 20만원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한 힘이 됐다. 그리고 힘든 훈련을 이겨낸 그는 2014-2015시즌을 앞두고 복귀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박찬성 대표의 프로 커리어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계속된 부상에 지친 그는 끝내 쉽게 놓지 못했던 끈을 제자리에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일찍 포기할 수 있었던 선수로서의 삶을 마지막까지 짊어지고 가려 했던 것은 힘든 시기에 작고 큰 도움을 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전태풍이 건넨 20만원은 박찬성 대표가 지금까지도 열심히 살 수 있는 힘이 되고 있다.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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