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한국 유소년 농구계가 초토화 직전까지 몰렸다. 2020년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처분까지 내려지며 한국 유소년 농구계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수업은커녕 체육관 오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국내의 많은 유소년 농구교실들이 폐업 위기에 몰렸다. 방역 당국의 실내체육시설 집합금지 조치로 인해 농구교실들의 수입원 중 하나인 체육관 대관 사업도 여의치 않고, 농구교실 본연의 업무인 아이들 수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길어지며 많은 농구교실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9월과 10월을 지나며 잠시 회복세에 이르렀던 유소년 농구교실들은 12월부터 급격하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2개월 가까이 농구교실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원주에서 올해로 10년째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 중인 원주 YKK 원구연 원장은 “현재 최악의 상황이다. 농구교실 운영에 필요한 최소의 인력만 유지한 채 버티는 중이다. 말이 버티는 거지 월세낼 자금도 모두 떨어져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원 원장은 “최근에는 지자체에서 학원을 보내지 말라는 권고사항까지 내려와 더 힘든 상황이다. 코로나19 전에 원생 수를 100으로 친다면 현재는 20도 안 되는 아이들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 해도 농구교실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수가 금방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 더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김포시농구협회장을 역임하면서 김포에서만 20년 가까이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 중인 김포 구정회 농구교실 구정회 원장은 “줄넘기나 태권도는 9인 이하의 아이들이 모여 대면 수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너무 답답한 마음에 지자체에 문의해보니 줄넘기나 태권도는 제자리에서 하는 운동이고, 농구는 신체 접촉이 있고, 뛰어다녀서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알아보니 복싱은 수업이 가능한데 킥복싱은 또 수업이 안 된다고 하더라. 정부 정책이라니 할 말은 없는데 기준이 너무 모호한 것 같아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 회전이 어려운 소규모 농구교실들은 이미 줄줄이 폐업을 시작했다. 2주만 더, 2주만 더 하면서 문을 닫은 게 벌써 1개월이 넘었다. 다시 오픈한다고 해도 나갔던 애들이 돌아오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서 다들 힘들어한다. 유소년 농구교실들도 소규모 레슨 정도는 허락해줘야 한다. 농구시설이 있는 체육관은 정말 관리도 어렵고, 운영도 버거운 데 마냥 문 닫고 기다리라고 하는 건 다 죽으라는 이야기나 진배없다”고 농구 역시 타 종목처럼 소규모 수업은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이야기 했다.
TOP 유소년 농구교실 김민규 원장은 “현재는 직원들에게 급여의 70%만 지급하고 있다. 벌이가 줄어든 직원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버티고 있다. 너무 답답한 게 가족 같은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데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게 더 가슴 아프다. 상황이 나아져 농구교실 문을 열게 되면 직원들의 도움이 필요한 데 직원들이 그때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다른 곳과 달리 지점이 5곳이나 되다 보니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김 원장은 “얼마 전 계산을 해보니 올해 총 5개월을 문을 닫았다. 5개월은 수입이 0원이었고, 지출은 그대로였단 소리다. 그나마 이것저것 해서 올해 3월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어떻게 될지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평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역당국의 지침을 충분히 이해한다. 코로나19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문을 닫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우리는 오히려 아이들을 위해 다른 곳보다 더 유별나게 오래 문을 닫기도 했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을 보면 종목이나 시설별로 차이가 너무 심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원장은 “지금 당장 백화점이나 아울렛 매장만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다. 스키장도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가 항의한다고 운영을 재개시켜준다. 그런데 농구계는 조용하다고 아무런 관심도 없고, 무조건 문을 닫고 있으라고 한다. 농구교실 원장님들도 자영업자다. 모든 자영업자들이 다 힘든데 그 와중에 차별감은 안 느끼게 해주셨으면 좋겠다. 10월, 11월에 잠깐 상황이 좋아져 농구교실 문을 열었을 때 60%의 아이들이 돌아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랑 비교해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상황이 더 심각해져서 한국 유소년 농구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며 형평성에 맞는 체육시설에 대한 제한을 고려해주면 한다고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유소년 농구교실 원장들의 의견은 한결같았다. 우리만 살게 해달라는 이기심이 아니라 소규모라도 수업을 진행하는 다른 종목이나 체육시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최소한의 길은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한국 농구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 농구가 초토화 직전까지 몰렸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17일 이후에도 완화된다는 보장이 없는 가운데 속속 쓰러져가는 유소년 농구교실들을 살리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_점프볼DB(김지용 기자)
점프볼 / 김지용 기자 mcdash@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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