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엄마' 유영주 감독을 힘나게 하는 쌍둥이 아들 방성원·방성인

강현지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9 16: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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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강현지 기자] 코트 위에서 ‘우먼파워’를 뿜고 있는 부산 BNK썸의 유영주 감독은 두 얼굴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훈련, 경기 중에는 보통의 감독들처럼 화통한 면모를 보이지만, 일단 공을 내려놓은 뒤부터는 선수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따뜻하게 소통하는 ‘엄마’로 돌아간다. 일명 ‘맘 리더십(Mom-Leadership)’을 펼치고 있는 것.

이러한 유영주 감독의 면모에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것이 실제 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유영주는 감독이기 이전에 농구선수를 자녀로 엄마이기도 하다. 성원·성인이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독려하고 박수를 보내는 그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하고 있는 것. ‘엄마’ 유영주의 코트 밖 모습을 소개한다.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파
유영주 감독은 워킹맘이자 ‘기러기 엄마’다. 농구인으로서 목표로 했던 프로팀 감독이 되는 것은 성공했지만, BNK썸의 연고지가 부산인 탓에 자택인 인천을 떠나 떨어져 살게 된 것. 그러나 코트 위에서는 ‘근성’을, 코트 밖에서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던 유영주 감독은 ‘마냥 슬픈 것만은 아니다’라는 쿨한(?) 소감을 전했다. 본인은 갱년기, 아들 둘은 사춘기라며 말이다. 말은 쿨하게 하지만, 유영주 감독은 소속팀 일정이 없을 때는 항상 두 아들 방성원, 방성인의 소식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한때 한국 여자농구를 지배했던 ‘금메달리스트’이자 ‘MVP’ 유영주의 DNA를 물려받은 두 쌍둥이 아들 역시 송도중에서 농구선수(2학년)로 활 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 인터뷰를 진행한 7월 4일은 모처럼 유영주 감독이 인천에 올라와 자녀들과 시간을 보낸 날이었다. “(아이들을)오랜만에 보는 거예요. 가끔보다 보면 키가 훌쩍 자라 있는 걸 느껴요. 이제는 저보다 둘 다 키가 커요. 부산에 처음 갔을 때보다 많이 컸죠. 그때 진안 보다 작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진안 보다 커요.”  


훌쩍 큰 두 아들을 볼 때마다 유영주 감독은 기특함과 미안함이 교차한다. 돌봐주지 못한 미안함, 그 와중에도 선수답게 성장한 것에 대한 고마움이다. 유영주 감독이 고마움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예전에는 ‘농 구 선배’로서 두 아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해줬다면, 이제는 아이들이 엄마에게 힘을 줄 때도 있다.

유영주 감독은 BNK썸 감독 데뷔전이었던 2019년 10월 19일을 떠올렸다. 당시 BNK썸은 부천 하나원큐에 78-82로 졌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던 두 아들은 경기 후 엄마를 꼭 끌어안아 줬다. 장남 성원 군이 장문의 문자 메시지까지 보냈다. “개막전에서 엄마 모습을 보는데, 뒷모습이 너무 안쓰러웠어요”라고 성원 군이 이야기를 꺼내자 성인 군 역시 “엄마가 유독 힘들어보였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엄마의 반응은 어땠을까. “둘 다 제게 와서 ‘괜찮아’, ‘잘했어’라면서 안아주더라고요(웃음). 다 컸다는 생각이 들었죠. 장가보내도 되겠죠(웃음)? 아이들에게 저는 농구 선배이자 엄마잖아요.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제 기사가 뜨면 아이들도 댓글을 많이 봐요. 그걸 보고 또 속상해서 연락이 오면 ‘보지마’라고 하는데,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 이 깊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비슷한 점이 많은 母子
두 아들이 농구를 시작한 이유는 역시나 엄마 영향이 컸다. 하지만 유영주 감독의 첫 반응은 ‘반대’였다. ‘유영주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이들을 힘들게 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그러나 성원, 성인의 농구 사랑은 결국 엄마를 포기하게 만들었다. 초등학생이 되면서 강동희 농구교실에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어휴, 정말 농구 안 시키려고 했어요. 농구인 2세들 중 잘 된 선수들이 많지 않잖아요. 죽어도 안 시키려고 오래 싸웠어요. 그러다 클럽 농구를 해보자 했는데, 결국 송림초로 진학을 하게 됐죠. 1학년 때 클럽 농구, 2학년 때는 농구부 생활과 병행을 하다가 3학년 때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두 아들의 농구 스타일은 어떨까. 유영주 감독은 “강점이 각자 다르다”고 평가했다. “플레이 성향이 각각 달라요. 성원이는 일단 절 닮지 않았어요. 저는 슛을 나중에 배운 선수 중 한 명이예요. 슛 감은 성원이가 좋죠. 성인이는 저랑 비슷한 플레이를 해요. 저돌적으로 하죠. 다만 차이는 그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마무리를 했지만, 성인이는 패스를 할 땐 하고, 자기가 할 상황이면 직접 하더라고요. 제 중학교 2학년 때보다는 아이들이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물론 지켜봐야 알겠지만, 고등학교 때는 제가 더 잘 했을걸요(웃음)?”

유영주 감독은 되도록 아이들과 있을 때는 ‘농구인’이 아닌 ‘엄마’로 돌아가려 하지만 직업이 직업이다보니 본능적(?)으로 잔소리를 할 때도 있다며 반성했다.

“힘들게 연습을 하고 나서 ‘힘들다’, ‘아프다’고 할 때면 안쓰럽죠. 그런데 체육관에서 하는 걸 보면 또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웃음). 이왕 하는 거 열심히 하고, 잘했으면 하는 거죠. 엄마가 아니라 농구 선배, 감독이 되는 것 같아요.” 그가 말을 이어갔다. “기본은 습관이라 생각해요. 이왕 하는 거라면 빨리, 열심히 해야죠. 그런 건 어렸을 때부터 해야 하거든요. 이런 부분이 아직 제 눈에 부족해 보여요. 그래서 ‘리바운드 안 뛰어 들어가!’, ‘수비 안해’라고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두 아들이 보는 ‘감독’ 유영주의 모습은 어떨까. 성원 군은 “코트 안에서는 강하게 하시는데, 밖에서나 집에서는 그렇지 않아요. 집에서는 플레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해보라며 방법을 잘 알려 주세요. 잘 챙겨주시죠”라며 엄마의 모습을 전했다.

성인 군은 “잔소리가 많으세요(웃음). 옷을 똑바로 정리하고, 빨래 좀 잘 갖다 놓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가끔은 무섭기도 해요”라고 엄마의 숨겨진(?) 모습을 전했다. 이야기를 들은 유 감독이 반박에 나섰다. “남자애들이잖아요(웃음). 땀난 옷을 그대로 놔둘 때가 있는데, 제가 있을 땐 괜찮아요. 그런데 평소에는 어머니가 도와주시니까. 빨래를 벗어놓은 것만 빨래통에 갖다놔도 어머니가 조금 수월하실 테고, 설거지거리도 싱크대에만 갖다놔도 어머니가 조금 편하실 거잖아요. 제가 있을 땐 괜찮은데, 어머니가 힘들어 하실까봐 잔소리를 하는 편이예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시 아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무리 좋아서 시작한 운동이라곤 하지만,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을 터. 혹시, 두 아들은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적은 없을까 궁금했다. 그러자 유영주 감독은 농구 시작 당시 아이들과 한 약속을 공개했다. “3번 그만둔다고 하면 농구선수를 안 시킨다”라고 선언했던 것.

성인 군은 아직까지 세 번의 기회가 유효하지만, 성원 군은 초등학교 때 한 번 까먹었단다. “어릴 때다보니 농구를 쉽게 생각할 수도 있어 3번을 그만두겠다고 하면 농구 선수를 안 시키겠다고 했어요. 약속하고, 농구를 시작했죠. 그런데 성원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대구 칠곡 전지훈련을 가서 그만두겠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심장이 ‘쿵’하고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엄마의 이야기에 아들이 이야기를 이어갔다.

“기억이 잘 나진 않는데…”라고 쑥스럽게 웃어 보인 성원 군은 “ 5학년 때 경기에 뛰다가 감독님께 계속 혼난 날이 있었어요. 플레이도 안 되고, 혼도 나고, 힘도 들고 그래서 홧김에 그만둔다고 그랬어요”라고 그날을 되짚었다.

유영주 감독은 “하루만 더 생각해보고 결정하자고, 내일도 같은 마음이면 성인이만 남겨두고 가자라고 했어요. 엄마 입장에서 그날 밤에 잠이 오겠냐고요(웃음). 감독님께 ‘왜 그럴까요, 그런 이야기를 잘 하는 아들이 아닌데’라고 걱정을 털어놓으니 ‘아유~ 걱정 마세요’하시더라고요. 다음 날 눈뜨자마자 체육관에 갔는데, 웬걸. 자기가 언제 그만둔다고 했냐는 표정이더라고요. 이제 두 번 남았다 라고 웃어넘기긴 했는데, 그날 밤엔 저도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니까요”라고 웃으며 두 아들을 바라봤다. 그런데 정작 성인 군은 형의 반란(?)을 전혀 몰랐다는 눈치다. 유영주 감독은 “형이 그랬다는 걸 알면 동요될까봐 둘만 알고 있었어요. 그냥 ‘형 많이 혼났어’라고 물어보기만 했죠. 무사히 넘어가서 다행인 것같아요”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표현해야 알아” 소녀감성 풍부한 우리엄마
유영주 감독의 최근 ‘덕밍아웃’을 했다. 바로 「TV 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진’을 차지한 임영웅에 푹 빠진 것. 즐겨듣는 노래도 임영웅 노래이고, 휴대폰 배경화면도 임영웅의 얼굴로 바뀌었다. 아들은 뒷전이 된 셈. 이 이야기를 꺼내자 성원 군은 “원래 폰을 열었을 때는 잠금 화면이 동생, 메인화면은 저였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화면에서)없어진 거예요. 엄마가 전화 안한다고, 그래서 없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라며 서운해 했다.

그러자 엄마도 “큰 아들과 통화하면서 ‘성인이는 어딨냐’고 물으면 벌써 잔다고 하더라”라고 받아쳤다. 얼굴이 보고 싶어 영상 통화를 시도해도 둘째 성인 군은 쑥쓰러워하며 천정부터 보여준단다. 아직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싶은 엄마와 이제는 사춘기가 찾아온 아이들. 사진 촬영 시간에 ‘뽀뽀컷’을 요구하자 유 감독이 활짝 웃는다. 그러면서 두 아들의 사랑과 관심이 여전히 필요하다며 “큰 아들은 자상한 면이 있는데, 작은 아들이 전화 오면 ‘또 뭐가 필요한가~’ 해서 전화를 했나 싶어요. 막상 만나면 잘하긴 하지만요(웃음). 아직 중학교 2학년이다 보니 스킨십은 그래도 잘해줘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만 (스킨십을)해줬으면 하는데, 슬슬 피하려고 해요. 그럼 전 협박하죠(웃음). 딸이 있어야 한다고요”라고 웃어 보였다.

이처럼 코트 밖에서는 모자 관계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코트에서는 아직까지 ‘유영주의 아들’이란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대부분 농구인 2세들이 풀어야 했던 숙제였다. 그러나 마냥 부담과 숙제만 있는 건 아니다. 쌍둥이들에게 “엄마가 프로팀 감독이라 좋은 점이 뭐냐”고 물어보자 “맛있는 것과 농구 용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유영주 감독은 “초등학교 때부터 쫓아다니면서 잔소리를 많이 했어요. 떨어져 지내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엄마 보고 싶어’란 말이 이틀도 안가는 거 있죠웃음). ‘보고 싶다며! 부산 다시 간다!’라고 외치면 다시 옆에 슥~와서 붙어요. 사춘기라 표현을 잘 안 해주는데, 제가 강조하는 편이죠. ‘표현하고, 스킨십을 해줘’라고 갈구해요 아직”이라며 두 아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봤다 

 

쌍둥이들 적이 된다면? “이기는 팀이 우리 팀!”
연세대 시절부터 ‘쌍둥이’로 유명했던 조상현, 조동현 형제는 프로데뷔 후 상대로 만나는 날이 더 많아졌다. 각각 공격과 수비에서 특화됐던 이들이 맞붙는 날이면 부모님의 응원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 기사 소재로 등장했다. 언젠가 성원, 성인 군도 마찬가지. 농구공을 처음 잡던 날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었던 이들이 상대로 만난다면 어떨까.

성원 군은 “성인이와 같은 학교에 있는 게 좋아요. 평소 개인 훈련도 같이 하다보니 합이 잘 맞거든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성인 군도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1대1을 자주 하냐는 질문에 유 감독이 “형이 이기더라고요”라고 답하자 조용하기만 했던 성인 군이 “무슨 소리야”라며 발끈했다. 인터뷰 시작 후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

유 감독은 “부산에서 진안이랑 성인이랑 1대1을 했는데, 성인이가 이겼어요. 그래서 둘이 1대1을 붙여봤는데, 만원 내기에서 형이 이겼던 기억이 있어요”라고 덧붙이자, 성인 군은 “그땐 봐준거죠”라며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영주 감독은 형제가 상대로 만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다. “대학교는 다른 곳으로 보내야죠. 저학년 때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둘이 싸우는 것 보다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게 낫다고 봐요. 그러다 대학 때 붙으면서 운동을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지금은 상황이 여의치 못하니 같이 보내는 중인데, 대학은 각자 다른 학교를 보내고 싶어요.” 


그렇다면 엄마의 응원팀은? 유영주 감독은 “이기는 팀이 우리 팀이죠!”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하지만 동반 활약을 바라는 것이 부모 마음 아닐까. 그는 “사실 제가 힘든 건 많이 없어요. 아이들이 다치면 마음이 아프긴 한데, 그때마다 영상 통화를 하면서 애들 아빠보고 치료를 부탁해요. 재활을 갈 시간이 많지 않거든요. 그래서 집에 물리치료실을 따로 마련했어요. 아플 때 옆에 있어주지 못하니 그게 가장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아이들을 다독였다.

엄마의 마음을 알아챈 쌍둥이들도 ‘지금처럼만’이란 말로 엄마를 응원했다. 우리 엄마가 최고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엄마! 지금처럼 잔소리도 해주시고, 아프지 말고 건강했으면 해요!”

프로필_
유영주 감독

1971년 11월 23일생, 178cm, 인성여고-SKC-삼성생명, 현 부산 BNK썸 감독

방성원
형, 2005년 12월 8일, 179cm, 송림초-송도중

방성인
동생, 2005년 12월 8일, 181cm, 송림초-송도중

# 사진_ 유용우, 한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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