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대 비주류 한국 3x3, 어쩌면 '웁'의 경기에 해법이 있을 수도

김지용 기자 / 기사승인 : 2020-09-03 15:48:26
  • -
  • +
  • 인쇄

[점프볼=김지용 기자] 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세계무대에서 비주류인 한국 3x3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2일 헝가리 데브레센 코슈츠 광장에서 열린 FIBA 3x3 헝가리 월드투어 2020에서 국제무대에 첫 출전한 웁(세르비아)은 4강에서 세계 1위 노비사드(세르비아)를 꺾고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웁의 활약은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로 남게 됐다.

이반 포포비치(193cm), 마르코 브란코비치(200cm), 미로슬라프 파샤흘리치(192cm), 스트라핀야 스토야치치(198cm)로 구성된 웁은 20대 중, 후반의 선수들이 모인 젊은 팀이다. 웁은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국제무대에 처음 이름을 올렸지만 선수들 면면은 새로운 얼굴들이 아니다.

로슬라프 파샤흘리치를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선수는 지난해까지 브르바스 팀으로 활약하며 국내에서 열린 FIBA 3x3 인제, 제주 챌린저에 출전하기도 한 경력자들이다. 이들은 인제, 제주 챌린저에서 연달아 8강에 올랐지만 모두 8강에서 탈락했다.

이번 시즌 로슬라프 파샤흘리치가 새롭게 합류한 웁은 지난해까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이며 세계 랭킹 1위 노비사드(세르비아)도 잡아내는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웁의 신체 조건은 다른 유럽 선수들에 비해 월등하지 않다. 2m의 마르코 브란코비치를 제외하면 모두 190대 초, 중반의 신장을 갖고 있다. 흔히 얘기는 하드웨어도 크지 않아 외형적으로 봐선 크게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스트라핀야 스토야치치는 198cm의 신장에 83kg 밖에 체중이 나가지 않아 ‘너무 말랐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국내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한계를 드러낼 때면 신체적 사이즈의 열세를 늘 말하곤 한다. “우리는 외국 선수들에 비해 키가 작고, 웨이트도 크지 않다”라는 말이 패배의 당연한 변명처럼 따라다니곤 했다.

하지만 이번 헝가리 월드투어에서 웁의 경기를 봤다면 저런 변명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웁이 보여준 경기력은 한국 3x3팀들이 반드시 머릿속에 새길 법한 장면들이 많았다. 유럽 선수 치고 좋은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 않은 웁은 ‘미친듯한 활동량’을 통한 ‘처절할 정도의 강한 수비력’으로 대회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공격력의 경우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다소 편차가 생길 수 있다. 천하의 스테픈 커리도 1경기에서 단 1개의 3점슛도 못 넣는 날이 있다. 하지만 수비는 이야기가 다르다. 수비는 개인의 노력과 의지가 절대적이다.

 

5년 넘게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비사드는 화려한 공격력 못지않게 강력한 질식 수비로도 유명한 팀이다. 강한 수비를 앞세워 상대의 진을 빼놓은 뒤 깔끔한 공격력으로 늘 세계 정상에 서 왔다. 그런데 이런 노비사드를 이번 대회에서 수비로 혼을 빼놓은 게 웁이다.

 

천하의 노비사드가 웁의 수비에 막혀 승부처에서 연속 실책을 범하며 4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세계 1위 두산 불루트도 경기가 끝난 뒤 고개를 절레절레 힘들며 “웁의 수비에 졌다”며 웁의 수비력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비로 세계 1위 노비사드를 잡아낸 웁은 대회 우승팀 리가의 혼도 빼놨다. 결승 상대였던 리가 역시 경기 막판 5점 차까지 앞서며 손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웁은 끈질긴 수비로 20-17로 뒤지던 경기를 20-20까지 끌고 갔고, 역전의 기회를 맞기도 했다.

 

아쉽게 회심의 2점슛이 들어가지 않으며 1점 차로 우승을 내줬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세르비아에 ‘웁’이란 도시가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릴 수 있었다.

웁 수비의 최대 강점은 활동량이다. 어느 정도 힘을 비축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여타 다른 팀들과 달리 웁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모든 선수가 미친 듯이 상대를 압박한다. ‘이젠 지칠 만한 시간인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웁의 발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뒤지고 있거나 승부를 걸어야 할 타이밍이 오면 3명의 선수가 공을 가진 상대 선수를 향해 기습적으로 펼치는 압박은 다른 팀들의 경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단시간에 많은 체력을 써야 하는 3x3의 특성상 10분 내내 4명의 선수가 일정한 활동량을 유지하긴 어렵다. 하지만 웁은 이번 대회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줬고,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팀이 준우승까지 차지하는 기염을 통했다.

사실, 브르바스 시절부터 웁은 노비사드, 제문, 리만에 이어 세르비아 내에서도 중위권 팀으로 분류될 만큼 평범한 전력의 팀이었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인제, 제주 챌린저에서도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강력한 활동량으로 극강의 수비를 선보인 웁은 이번 대회 최고 히트 상품이 됐고, 세계무대에서 여전히 비주류인 한국 3x3팀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한국은 아직까지도 많은 선수들이 수비보단 화려한 공격에 치중하고 있다. 수비에선 힘을 아끼는 모습이 많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국내 선수들의 이러한 모습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한국 3x3만의 스타일이 됐고, 국내 무대에선 통하던 선수들의 기량이 더 높은 레벨의 팀들과 경쟁해야 하는 세계무대에선 통하지 않는 이유가 됐다.

아시아에서 정상급 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몽골의 울란바토르도 이번 대회에서 수비에 허점을 드러내며 8강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그만큼 아시아 팀이 세계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수비의 힘이 절대적이다.  

한국 3x3 도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여러 팀들이 생겨나며 팀별로 선수 구성도 안정되고, 팀컬러도 생겼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은 ’0‘에 가깝다. 한국 3x3가 더 발전하기 위해선 국내에서의 경쟁도 중요하지만 세계무대에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팬들이 3x3에 유입될 수 있고,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한국 선수가 세계무대에서 신체적 조건이나 운동능력으로 외국 선수들을 능가하기란 쉽지 않다. 해법은 '수비'다. 만약, 진심으로 3x3를 통해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고 싶은 한국 3x3 선수가 있다면 이번 FIBA 3x3 헝가리 월드투어 2020에서 나온 웁의 경기를 꼭 찾아보길 권유한다.

#사진_FIBA 제공 

점프볼 / 김지용 기자 mcdash@nate.com 

[저작권자ⓒ 점프볼.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점프볼 연재

더보기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JUMPBALL 매거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