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늘을 살아가는 타일러 데이비스 “하루하루 더 나아지겠다”

김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3 13: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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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다소 이른 연차에 당했던 큰 부상. 그 부상이 그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KBL 입성 첫해에 수많은 기대를 받았다. 올 시즌 전주 KCC를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는 든든한 기둥, 타일러 데이비스의 이야기다. 데이비스의 플레이를 보고 있노라면 든든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팀이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자신은 괜찮다며 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데이비스는 아직 루키급인 지금 이 시점,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었을까. 하얀 소의 해인 신축년을 맞아 파릇파릇한 소띠인 데이비스를 만나봤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12월 3일에 진행되었음을 알립니다.

시작부터 남달랐던 책임감
지난해 7월 KCC가 데이비스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 농구팬들부터 현장관계자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NBA 도전은 한 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한국농구에 분명 통할 수 있다는 막강한 보드장악력을 지닌 선수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2019-2020시즌 중국 CBA의 신장 플라잉 타이거즈로 진출한 뒤 무릎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는데도 불구하고 본래 지닌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으며 KCC는 우승 후보 중 하나로 떠올랐다. 프로 첫 시즌에는 NBA 1경기, 지난 시즌은 0경기 출전. 사실상 데이비스는 KCC에서 본격적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은 그에게 어색할 수 있었다. 데이비스는 비시즌 동안 연습경기를 전혀 뛰지 못하는 시간을 재활로 견뎌낸 끝에 정규리그 개막과 함께 KBL 데뷔를 알렸다.

Q. 어느덧 시즌이 개막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한국 생활은 어떤가.
가족과 떨어져서 낯선 곳에 와있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최대한 잘 잡으려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그간 부상으로 농구로부터 오래 떠나 있었는데, 이렇게 한국에 와서 다시 코트에서 뛸 수 있게 돼 기쁘다.

Q. 비시즌에도 연습경기를 뛰지 못할 정도로 재활의 시간이 길었다. 새로운 팀에 와서 재활부터 많은 시간을 쏟은 게 견디기 쉬운 시간은 아니었을 텐데.
생각보다 몸 상태가 정상 컨디션까지 빠르게 올라오지 않아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하루빨리 주어진 환경에서 노력해서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비시즌을 보냈다.

Q. 시즌 초반부터 라건아가 부상을 당하면서 홀로 많은 시간을 뛰어야 했다. 몸이 완전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던 상태에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100%의 몸으로 시즌에 돌입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피로가 쉽게 쌓이고 힘들긴 했다. 하지만 나에게 그만큼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Q. 개막 5번째 경기(10월 21일 vs 서울 SK) 때는 전창진 감독에게 걱정하지 말라면서 40분을 다 뛰겠다고 말했다. 어떤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나.
지난 일이라 사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웃음). 그저 팀이 나를 필요로 했기 때문에 감독님에게도 솔직하게 말을 한 거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받아들이고 싶어서 40분을 모두 뛰었던 것 같다.

Q. 팀에 부상자가 연달아 나오는 상황에서도 본인의 활약이 있었기에 한때 단독 선두에 오를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활약에 스스로는 몇 점을 주고 싶나.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 주고 싶다. 지금 보여주는 플레이는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감각이나 센스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말했듯 몸 상태부터 도달해야 할 수준이 상당히 많이 남았다. 빨리 완전한 몸을 만들어서 허슬 플레이도 해야 한다. 그래서 짧지만 이번 휴식기에도 운동량을 최대한 많이 가져갔던 거다.

Q. 절반이 겨우 넘는 점수이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웠던 경기가 있었을까.
팀이 졌던 경기이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휴식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창원 LG와 원정경기가 기억이 난다. 패배했지만, 내 입장에서는 몸에 대한 감각이나 농구적인 면에서 예전 경기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내가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만족스러웠다.

Q. 9개 구단을 모두 만나본 시점에서 인상적인 매치업도 있었나.
예전에도 좋은 선수들을 많이 상대해봤고, 이번에 한국에 와서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항상 가장 큰 적이 나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늘 경기를 치르면서 작은 상황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내 기량이 최대한 발전할 수 있도록 스스로와 싸우는 편이다.

KCC에서 높은 곳을 바라보는 막내
데이비스는 지난 11월 23일 1998년생인 이근휘와 곽정훈이 신인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KCC의 막내였다. 1997년생으로 유현준과 함께 팀에서 가장 어렸던 것. 외국선수가 팀의 막내인 풍경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KCC의 국내선수들은 그만큼 데이비스를 아꼈다. 그 진심을 데이비스도 알아챘을까.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팀에 적응하기가 수월했다는 데이비스는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마치 베테랑 같은 책임감으로 제 몫을 묵묵히 해내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본격적인 프로 첫 시즌에 궁극적인 목표를 갖게 한 곳이 바로 KCC였다.

Q. 입국 후 약 반년 동안 지내보니 KCC라는 팀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팀에서 내가 쉽게 녹아들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항상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다. 모든 스태프들과 선수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있어서 더 편안한 것 같다. 한국에 오기 전부터 KCC뿐만 아니라 KBL의 여러 팀들에 대해 얘기를 들었었는데, 그중에서 KCC에 온 게 가장 좋은 선택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것 같다.

Q. 외국선수들에게는 어색한 문화일 수도 있지만, 본인이 팀에서 막내라는 걸 실감하는 순간도 있었나.
실제로 나이와 연관이 있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팀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 같긴 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려는 모습이 보여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내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만큼 원활하게 팀원들이나 스태프들과 소통할 수는 없지만, 언어의 장벽을 최대한 허물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Q. 먼저 친근하게 다가오는 선수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농구에 있어서는 이정현, 정창영에게 가장 편안하게 기대고 모르는 걸 최대한 많이 물어본다. 내가 어떤 수비를 해야 하고, 각 상황마다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조언을 많이 구한다. 농구 외적으로는 곽동기와 가장 친하다. 같은 빅맨 포지션이지 않나. 나도 예전에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았을 때, 즉 바닥부터 올라왔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런 걸 생각하면 동기와 공감대 형성이 잘 되더라. 꼭 농구가 아니더라도 나와 동기 모두 장난기가 많아서 쉽게 친해진 것 같다.

Q. 동포지션에서는 시간을 나누는 라건아가 주는 영향도 있을 것 같은데.
KBL 경력이 풍부한 라건아가 내 옆에서 함께 농구를 한다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항상 나에게 많은 격려를 해주고, 상황마다 알아야 하는 내용도 알려준다. 경기뿐만 아니라 훈련 때도 매번 나를 챙겨주는 편이다.

Q.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미 라건아로부터 얻은 부분도 있지 않나.
매일같이 이어지는 경쟁을 통해서 서로의 기량 발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장 큰 장점은 힘인데, 나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선수를 상대로 훈련을 하고 이겨내야 하니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라건아는 속공 가담은 물론 골대 근처에서의 마무리 능력이 워낙 좋지 않나. 다른 팀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라건아와 내부 경쟁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Q. 라건아와 시간을 나눠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주어진 시간 안에서 최선만 다 한다면, 그게 10분이든 20분이든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내 플레이가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게 중요한 거다. 내가 코트에서 뛰는 시간 동안 팀이 더 나아지는 모습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기록보다는 팀이 잘 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내가 뭔가의 기록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건 팀을 위한 기록일 거다. 무조건 팀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Q. 선수뿐만 아니라 자신을 선택한 전창진 감독은 어떤 지도자 같은지.
감독님의 지도 스타일을 살펴보면 좀 더 기본적인 부분에 충실하라는 주문을 하신다. 어찌 보면 조금 올드스쿨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웃음), 일단 선수들에게 거는 기대치가 상당히 높은 분 같다. 그래서 내가 항상 더 위를 보고 큰 도전을 할 수 있게끔 인도해주시는 좋은 감독님이라고 느낀다.

Q. 비시즌부터 개막을 한 이후에도 전창진 감독이 본인에게 거는 기대가 꽤 커보인다. 이 기대도 실감을 하는지.
감독님이 나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 주시는 건 정말 감사하다. 그럼에도 아마 나를 가장 혹독하게 대하는 사람은 내 자신일 거다. 나는 스스로와 타협이 없다. 감독님이 그렇게 기대를 많이 하신다면, 나는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최대치에 도달하려고 더 노력해야 한다.

2021년에 더욱 강해질 데이비스
전창진 감독은 올 시즌 데이비스와 라건아가 골고루 20분씩 뛰는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에 데이비스도 주어진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으려 힘쓰는 모습이 코트에 오롯이 드러난다. 그의 말대로 아직 보여줄 게 많은 데이비스. 그는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너무 먼 미래보다는 당장 내일을 바라보겠다는 가치관이 확고했다. 인터뷰 내내 데이비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하루하루, 매일같이’였다. 더불어 매 경기 실전 경험을 쌓으며 더욱 강력한 빅맨으로 성장할 거라는 기대치를 끌어모으고 있다. 그와 함께하는 KCC 역시 최근 몇 시즌 동안 4강 언저리에 머물렀던 한을 풀고자 올 시즌은 우승을 외치고 있다. 과연 데이비스는 KCC에게 챔피언이라는 호칭을 달아줄 최적의 퍼즐로 변모할 수 있을까. 본지는 2021년 신축년을 맞이해 1997년생 소띠인 데이비스를 찾아갔다. 데이비스에게는 어색할 수도 있는 한국의 문화를 전하며 생기 있는 에너지로 새해를 그려봤다.

Q. KBL에서 첫 시즌은 본인의 농구인생 전체에도 중요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스스로는 올 시즌이 어떤 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나.
내가 어느 리그에서 뛰든 지난 시즌을 쉬면서 한참 동안 농구 경기를 하지 못한 게 가장 힘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 현재 자체에 정말 감사하다. 경기 날이 아니더라도 항상 감각 유지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위치에서 너무 길게 내다보지는 않으려고 한다. 주어진 상황에서 당장 최선을 다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이 농구 선수로서 가장 많이 성장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내 선수 커리어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지금 하루하루를 많이 즐기려고 하고 있다.

Q. 그렇다면 최고의 성장을 할 시간 안에 남기고 싶은 성과도 있을 텐데.
기록적인 면에서는 크게 없다. 사실상 2년을 쉬었기 때문에 하루하루 기량을 발전시키는 게 목표일 뿐이다. 그 기량 발전은 매 경기가 아니라 매일 같은 훈련 때마다도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인 거다. 분명 더 나아질 수 있다.

Q. KCC는 최근 몇 시즌 동안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목말라 있는 팀이기도 하다. 평소에 팀원들과 우승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는가.
가끔 선수들과 정상에 대한 얘기를 하지만, 매일같이 특별하게 ‘우승하자’라고 외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처음에 이 팀에 합류했을 때 코칭스태프, 선수들에게 나는 우승이 하고 싶어서 KCC를 선택했다는 말을 했다. 그 첫 대화를 통해서 우리는 이미 다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단 걸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Q. 아직 저연차이지만, 우승 경험이 풍부한 편인지.
고등학교 때까지는 우승 경험이 종종 있었는데, NCAA에서는 16강에 두 번 올라간 게 전부였다. 일단 과거의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모든 걸 떠나서 결국 프로 레벨에서 우승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일 아닐까. 그래서 KCC와 함께 꼭 챔피언이 되고 싶다.

Q. 챔피언으로 가는 길 위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있다면, 미리 예고해줄 수 있을까.
어떤 특정한 플레이를 떠나서 내 모든 걸 보여주고 싶다. 나는 스스로 다방면에서 좋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내가 최고의 모습이었을 때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상보다 회복 페이스가 느려서 올 시즌 안에 100%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 올라간다면 뭔가 모를 그 감각이 살아날 거다. 그래서 모두에게 내 최고의 모습을 선사해주고 싶다.

Q. 상당한 활약이 기대된다. 그런 면에서 KBL에는 어떤 이미지로 남고 싶은지 궁금하다.
최우선적으로는 열심히 뛰었던 선수라고 기억되고 싶다. 매 경기, 매 순간에 몸을 날리고 공격리바운드를 잡아내서 덩크도 하고, 수비할 때는 시원한 블록도 보여주면서 말이다. 나만의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고 허슬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으면, 그 기운이 팀원들한테도 전해지고, 더 멀리는 KCC의 팬들에게까지도 도달할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내가 농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뛰었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다.

Q. 마지막으로 2021년은 한국 문화에서 하얀색 소의 해라고 불린다. 본인이 소띠에 딱 맞는 1997년생이다. 어색한 문화겠지만, 여러모로 새해 소망을 빌어보면서 인터뷰를 마쳐보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높은 목표를 갖고 있지만, 결국 길게 내다보기보단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길 거다. 하루가 다르게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내 새해 소망이다. 소띠의 해라는 건 처음 들어보는 얘기지만, 왠지 그로 인해서 내가 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다(웃음).

타일러 데이비스 프로필_
1997년 5월 22일생, 센터, 205.6cm/120kg, 텍사스 A&M 대학

# 사진_ 박상혁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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