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인물] 쓰러져도 다시 일어선 우리은행 오승인 “근성 있다는 말 듣고파”

김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8 13: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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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올해 1월, 2019-2020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다섯 번째로 단상에 오른 위성우 감독의 입에서는 청주여고 출신의 ‘오승인’이라는 이름이 불렸다. 당시 장내는 다소 술렁였다. 183cm의 훤칠한 신장에 보기 드문 원 핸드 슈터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오긴 했지만, 두 번의 무릎 십자인대 수술 때문에 성공 가능성에는 늘 물음표가 붙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성우 감독은 충분한 재활을 거치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승인은 그 기대에 부응하겠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비시즌을 보내고 있다.


※ 본 인터뷰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8월호에 게재된 글이며, 인터뷰 진행은 우리은행의 7월 2차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됐음을 알립니다.

프로에서의 재활, 훨씬 좋아지고 있어요
오승인이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처음 다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고향 청주에서 열린 소년체전에 호기롭게 출전했지만, 너무나도 큰 부상을 당했다. 긴 재활 시간이 필요했기에 유급까지 선택했다. 하나, 시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다음 해 체전 무대에서 복귀를 알렸지만, 또 한 번 같은 부위에 통증이 찾아오고 말았다. 어린 나이에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릴 법도 했지만, 오승인은 견뎌냈고, 마침내 꿈꿔왔던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아직까지 오승인은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니다. 2019-2020시즌 중 입단한 이후 퓨처스리그에도 나서지 않은 채 재활에만 힘을 쏟고 있다. 코칭스태프도 건강에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무리시키지 않겠다는 입장. 비시즌이 시작된 지 두 달 동안 오승인은 어떻게 지냈을까. 오승인은 “입단하기 전에 우리은행 훈련에 관한 얘기를 많이 들어서 솔직히 걱정이 많았다. 근데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는 괜찮다. 훈련이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보상을 받기 때문에 잘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 훈련 스타일 자체가 고등학교 때와는 차원이 다르지 않겠나. 고등학교 때는 조직력이 최우선이었는데, 프로에 오니 개인적으로도 연마할 기술들이 많은 것 같다”라며 루키다운 풋풋한 훈련 소감을 전했다.

이내 대화의 방향은 오승인의 몸 상태로 흘렀다. “재활이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라며 뒤를 돌아본 오승인은 “사실 처음 수술을 했을 땐 오히려 몸을 제대로 만들 기회를 얻었다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두 번째 수술을 할 때부터 많이 힘들었는데, 그래도 우리은행에 와서 체계적으로 재활을 하니 더 동기부여가 된다. 혼자서 몸을 챙길 때보다 상태가 훨씬 좋아지고 있는 걸 느껴서 기분 좋게 재활을 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그와 함께 입단한 김해지, 신민지는 지난 시즌 중 퓨처스리그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현재 우리은행에서는 오승인이 유일하게 공식경기 경험이 없다. 때문에 팀 고참들이 갈증이 있을 막내에게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고. 오승인은 “재활을 하다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곤 한다. 언니들도 그걸 알고 아직 시간이 많으니 마음을 편히 가지라고 다독여준다. 천천히 잘 걸어가고 있으니 맘 편히 먹고 운동하라면서 말이다”라며 언니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덕분에 오승인은 지난 6월 우리은행의 아산 전지훈련도 무사히 소화했다. 그의 몸이 점점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오승인은 “아산 체력훈련을 떠나기 전에 영상도 찾아봤다(웃음). 언니들이 지옥훈련이라고 해서 걱정을 엄청 많이 했는데, 감독님도 코치님들도 지도 스타일에 변화를 주시는 시기라 함께 이겨낼 수 있었다. 3일 정도 지나니 적응이 되더라. 다만, 첫 전지훈련 때는 트랙을 뛸 때마다 꼴찌를 했는데, 2차 훈련에서는 내 기록을 새로 쓰고 오려 한다”고 각오를 밝혔다.
 

 

근성으로 버틴다

WKBL의 2020-2021시즌에는 외국선수가 없다. 이 상황에서 정통 빅맨이 없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장신 포워드인 오승인의 성장에 기대를 걸기도 한다. 그래야 김정은, 최은실, 김소니아 등 인사이드의 짐을 나눠야 하는 언니들을 도울 수 있다. 외국선수 제도 잠정 폐지 소식에 오승인도 “다가오는 시즌이 장신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몸을 차분하게 만들어서 기회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급해서는 안 된다. 빠르다면 8월 16일 청주에서 개막하는 박신자컵에서 오승인의 첫 공식 경기가 열릴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오승인은 시선을 더 먼 곳에 두고 있었다. “감독님, 코치님들도 지금 내 몸은 30% 정도만 만들어진 상태라고 말씀하신다. 처음 팀에 왔을 땐 스스로 60%는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산 전지훈련을 마치고 장위동 숙소에 돌아와 보니 내가 잘못 판단했던 거였다. 입단 동기들이 퓨처스리그를 뛰는 걸 보면서 부럽기도 했지만, 계속 조급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시선을 멀리 둔만큼 여유롭게 자신의 데뷔전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활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첫 경기에 대한 상상은 많이 해봤다”는 “공격보다는 궂은일에서 발 빠르게 뛰어다니는 생각을 많이 했다. 열심히 몸싸움해서 자리도 잡고,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속공까지 뛰는 상상을 하곤 한다.” 장위동 숙소 체육관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오승인의 모습을 보면 끈기와 근성은 분명 성공을 가져올 거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머지않아 프로 무대에 이름을 알릴 그가 바라는 선수로서의 이미지는 어떤 걸까. 오승인은 “근성 있는 선수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 지금까지 긴 재활도 잘 버티지 않았나. 힘들긴 했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의 (김)정은 언니를 많이 닮고 싶다. 언니가 방에 직접 찾아와 천천히 노력하면 다 이룰 수 있다고 위로도 해주는데, 앞으로도 이 악물고 훈련에 임해서 내 근성을 인정받도록 하겠다”며 밝은 내일을 그렸다.

오승인 프로필_
2000년 5월 10일생, 포워드, 183cm/67kg, 사직초-청주여중-청주여고(1R 5순위)

#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기자)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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