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호민 기자의 느바언박싱 - '뜨거운 감자' 필라델피아 76ERS

서호민 기자 / 기사승인 : 2020-07-30 13: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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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서호민 기자] '언박싱(unboxing)'은 말 그대로 '상자를 열어' 구매한 제품의 개봉 과정을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언박싱 과정을 지켜보면서 어떤 제품이 나올지 기대하고 궁금증을 해소하는 재미를 얻습니다. 그래서 준비해봤습니다. 미 프로농구(NBA)의 한 달을 가장 뜨겁게 달굴, 혹은 기대를 모을 키워드와 이슈를 소개합니다.

파워포워드도 문제 없다. 시즌 재개 앞두고 변신 택한 벤 시몬스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는 웃지 못했습니다. 올 시즌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필라델피아의 성적은 39승 26패(승률 60%)로 동부 6위였습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에 거는 기대가 굉장히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운 순위입니다. 

 

필라델피아는 2019년 여름 토바이어스 해리스와 재계약하고 보스턴 셀틱스에서 알 호포드를 영입하는 등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밀워키 벅스, 보스턴 셀틱스와 함께 동부 패권을 두고 다툴 것으로 예측됐던 필라델피아입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The Process'라 불려왔던 필라델피아의 리빌딩 작업이 올 시즌야말로 빛을 발할 것이라고들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우선 팀 공격이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했습니다. 올 시즌 필라델피아의 공격 지표를 들여다보면 평균 109.6득점은 리그 21위. 오펜시브 레이팅(110.4)도 17위에 불과했습니다. 

 

오프시즌 동안 외곽슛 연습에 열을 올렸던 벤 시몬스의 슈팅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조엘 엠비드는 잔부상에 시달리며 경기력이 들쑥날쑥 했습니다. 여기다 해리스와 호포드마저 팀 전술에서 겉도는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습니다. 

 

우승 후보로 평가 받기엔 경기력 편차가 너무나도 심했습니다. 이 탓에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 내내 경기력을 둘러싼 비판 뭇매를 맞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엠비드와 시몬스의 시너지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자 둘을 갈라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 가운데 필라델피아는 7월 31일 재개될 리그에 참여하게 될 22개 팀 중 한 팀으로 초대받았습니다. 일단 필라델피아는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현 전력으로 최대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심산입니다. 

 

다만 계획은 좀 바뀔 예정인데요. 그 중 하나가 팀의 주전 포인트가드인 시몬스를 파워포워드로 바꾸는 것입니다. 그간 필라델피아는 208cm의 큰 신장에 안정적인 볼 핸들링 능력과 넓은 코트 비전을 보유한 시몬스를 포인트가드로 활용했습니다. 시몬스는 매 경기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화려한 기록지를 작성하며 포인트가드 포지션에 성공적으로 연착륙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완벽한 것 같았던 시몬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슛이었습니다. 커리어 3시즌 동안 3점슛 시도 개수가 단 23개에 불과하고 이중 성공한 슛은 단 2개 뿐이었습니다. 시몬스의 약점은 팀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습니다. 가뜩이나 필라델피아는 올 시즌 슈터 부재로 인해 외곽 득점이 낮은 편이었는데, 시몬스마저 슛 시도를 하지 않으면서 공격 전개가 더욱 뻑뻑해졌습니다. 

 

결국 브렛 브라운 감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몬스의 포지션에 변화를 주기로 칼을 빼든 것입니다. 실제로 브라운 감독은 이번 트레이닝 캠프 동안 시몬스를 파워포워드로, 셰이크 밀튼을 포인트가드로 활용하는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시몬스에겐 포워드 포지션이 그리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이미 대학 시절 포워드로서 활약했고,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도 전술상의 이유로 파워포워드로 주로 출전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번 시즌 중반 이후에도 포인트가드보다 파워포워드를 소화하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시몬스가 파워포워드로 뛰게 되면 필라델피아 팀 전체적으로도 큰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우선 시몬스를 대신해 슈팅 거리가 긴 밀튼이 주전 포인트가드로 출전, 스페이싱이 전보다 훨씬 원활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밀튼과 시몬스의 호흡도 기대되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밀튼은 슈팅뿐만 아니라 어시스트 능력도 준수한 가드입니다. 이미 밀튼과 시몬스의 2대2 플레이는 올 시즌을 통해 충분히 증명됐습니다. 올 시즌 밀튼이 건넨 패스의 10.7%가 시몬스에게 향하는 등 두 선수는 2대2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따라서 밀튼이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경기운영과 스페이싱 등의 역할을 얼마만큼 잘해주느냐도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셰이크 밀튼 2019-2020시즌 경기기록

32경기 평균 19.1분 출장 9.5득점 2.1리바운드 2.2어시스트 1.9스틸 FG 49.8% 3P 45.3% FT 76.5% ORtg 117 DRtg 110 USG 19.6% (*리그 중단되기 전 기준)

 

시몬스는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득점도 잘하지만 자신에게 파생되는 공격 옵션도 잘 보는 편입니다. 여기에 운동능력이 좋아 포인트가드부터 빅맨의 수비까지 두루 맡을 수 있다는 것도 시몬스의 큰 장점이기도 합니다.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지에서는 시몬스의 파워포워드 전향에 대해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당사자인 시몬스 역시 "팀을 위해서라면 포지션 변경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처럼 시몬스는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성공적으로 새 포지션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재개 시즌, 그리고 다가올 플레이오프에서 필라델피아의 성적 역시 시몬스의 활약과 궤를 같이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파워포워드'로 변신한 시몬스가 이끌 필라델피아의 행보를 주목해봅시다.

 


또 하나의 고민, 호포드 활용법은?


필라델피아는 시즌 초반 벤 시몬스(208cm)-조시 리차드슨(196cm)-토바이어스 해리스(202cm)-알 호포드(206cm)-조엘 엠비드(213cm)를 동시에 기용하는 빅 라인업 체제를 가동했습니다. 선수들의 면면이 워낙 화려해 밀워키, 보스턴 등과 함께 동부의 BIG 3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하지만 이 빅 라인업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여기에는 호포드의 부진도 한 몫을 했습니다. 특히 호포드는 인사이드 파트너인 엠비드와의 조화 측면에서 문제점을 노출했고, 실제 기록을 들여다봐도 득점과 어시스트에서 평균 12득점 4어시스트에 그치는 등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남겼습니다. (※ 호포드와 엠비드 동시 출전 시, 필라델피아는 100번의 공수 기회에서 득실점 마진 기대치를 의미하는 NetRtg에서 –1.3을 기록) 

 

시즌 중반까지 별다른 반등의 조짐을 보이지 못한 호포드는 결국 지난 2월 주전이 아닌 벤치에서 경기를 출전했습니다. 다가올 재개 시즌 브라운 감독이 시몬스의 파워포워드 변경을 예고한 가운데 이에 따라 호포드는 자연스레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문제는 호포드의 비싼 몸값입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해 여름 FA 시장에서 호포드를 영입할 때 계약 기간 4년에 무려 1억 900만 달러(약 1,307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습니다. 4년 간 보장 금액만 9,700만 달러로 팬들 사이에서는 NBA에서 가장 비싼 벤치 멤버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일단 브라운 감독은 호포드 활용법에 대해선 말을 아낀 채 리그가 재개될 때까지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호포드는 분명 리그 탑 클래스 빅맨입니다. 다재다능함을 바탕으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전술적인 활용 면에서 가치가 큽니다. 특히 경험이 풍부한 호포드의 가치는 플레이오프와 같은 중압감이 큰 무대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필라델피아는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한 신선한 재료들은 이미 충분히 모은 상태이며, 이를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브라운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호포드 활용법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박스 | BONUS ONE SHOT | 시몬스 파워포워드 변경에 대한 말.말.말

"전적으로 내가 결정한 사안이다. 시즌 초 구상했던 주전 라인업이 어그러지면서 전체적으로 큰 변화가 필요했다. 시몬스의 포지션 변경도 그중 하나였다. 나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내가 참고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브렛 브라운 감독

"굉장히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한 생각이라고 본다. 시몬스의 탄탄한 수비력은 인사이드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또 시몬스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다. 시몬스에서 파생되는 옵션이 많아질 것이다." - 조엘 엠비드

"시몬스는 굉장히 이타적인 선수이기 때문에 같이 뛸 때 정말 편하다. 우린 코트에서 같이 뛸 때 서로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곤 한다. 둘 다 패스를 할 줄 알고 메이드 능력이 좋다는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코트에서의 우리 둘의 관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 셰이크 밀튼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한다. 나는 여전히 무엇이 내게 잘 맞고 팀을 위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길 것인지 찾는 중이다. 다재다능함은 나의 무기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건 상관없다. 팀이 원하는 어떠한 역할이든 난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 - 벤 시몬스

 

#사진_AP/연합뉴스, 나이키 제공, NBA미디어센트럴

 

점프볼 / 서호민 기자 syb2233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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