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시간 2.1초’ 우리은행의 오페라 '역전'

현승섭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5 12: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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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현승섭 객원기자] 이번 시즌 최고 명경기로 꼽혀도 손색이 없었던 이 경기. 박혜진이 역전 3점슛을 터뜨렸던 순간을 되돌아보았다.

아산 우리은행은 24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KB국민은행 Liiv M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74-73으로 승리했다. 우리은행은 17승 6패로 선두 청주 KB스타즈와의 간격을 반 경기 차로 좁혔다.

커리어하이 득점을 경신한 박혜진(33득점, 3점슛 8/10)과 데뷔 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린 김애나(19득점)의 득점 쟁탈전으로 경기 막판까지 보는 이의 손에 땀이 흥건했던 경기였다. 박혜진은 4쿼터에 3점슛 2개 포함 8득점, 김애나는 9득점을 각각 기록했다.

김애나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한 치 망설임도 없었던 그의 아이솔레이션 공격에 우리은행은 크게 흔들렸다. 

 

경기 종료 21.9초, 점수는 71-71 동점이었다. 박혜진이 득점 인정 반칙으로 추가 자유투를 얻었지만, 그의 슛은 빗나갔다. 김단비가 수비 리바운드를 따냈고, 공은 김애나에게 전달됐다. 김애나는 천천히 공격 코트로 넘어갔다.

 

김애나는 한엄지의 스크린을 이용해 박지현 대신 홍보람을 수비자로 바꿨다. 왼쪽으로 짧게 돌파한 김애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골밑에 최대한 가깝게, 홍보람에게서는 조금이라도 멀리. 김애나의 점프슛은 링을 통과했다. 71-73, 남은 시간은 4.8초. 위성우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다.

박혜진이 절정에 달한 슛 감각으로 커리어하이 득점(30득점)을 올리고 있었지만, 이미 풀 타임을 소화하고 있었다. 김소니아(28득점)도 거의 풀 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코트에서 보냈다. 4쿼터에서야 처음 득점을 맛본 박지현은 2득점(2점슛 1/10, 3점슛 0/2)에 그쳤다.

프로농구 팀 감독들은 남은 시간에 따른 초 단위 작전을 따로 준비해둔다. 지혜 주머니를 연 위성우 감독은 과감하게 3점슛 패턴을 지시했다. 가용인원이 부족해 연장까지 소화하면 이길 수 없다고 계산했기 때문이다. 마무리를 담당한 선수는 이미 3점슛 7개(9개 시도)를 꽂았던 주장 박혜진이었다.


오른쪽 사이드라인에서 인바운드 패스를 맡은 선수는 박혜진이었다. 박혜진이 공을 잡자 박지현이 우측 45도에서 스크린을 시도했다. 박다정은 박지현의 스크린을 이용해 정면으로 달려갔다.

사실 속임수였다. 이경은이 스크린을 잘 피했고, 박지현도 적극적으로 스크린을 시도하는 척 연기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스트롱 사이드를 압박하던 사슬이 느슨해졌다. 오른쪽 사이드라인에 근접해있던 홍보람을 향한 패스길이 열렸다.

 

한편, 위크 사이드에 있던 김소니아도 자신을 막던 김단비의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외곽으로 빠져나갔다. 김소니아는 달려드는 리바운드에 능하기 때문에 유효한 선택이었다.

박지현이 한엄지에게 범핑(Bumping)을 시도했다. 박지현과 짧게 몸싸움을 벌였던 한엄지의 발이 잠시 멈췄다. 곧바로 박지현은 박혜진을 주시하던 한채진에게 백 스크린을 걸었다. 동시에 박혜진의 손을 떠난 공은 홍보람에게 향했다.

홍보람은 공을 잡고 링을 완전히 등지고 있었다. 그리고 박혜진은 오른쪽 베이스라인으로 질주했다. 기브 & 고(Give & Go), 흔히 말하는 2대1 패스전술이었다. 박혜진을 막던 한채진은 부리나케 박혜진을 따라갔다. 

 

그러나 여태 한채진의 시야에 없었던 박지현이 떡하니 등장했다. 수비자가 스크린을 거는 선수 위치를 인지하기 어렵기에 백 스크린은 위협적인 부분 전술이다.

홍보람은 전속력으로 베이스라인을 향해 달리던 박혜진에게 핸드오프 패스를 건넸다. 홍보람이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향해 서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맡고 있던 유승희에게 자연스럽게 스크린을 거는 모양새가 완성됐다.

 

박혜진이 공을 잡았을 때 남은 시간은 3.9초, 주저할 수 없다. 지금 던져야 만약 슛이 들어가지 않으면 공격 리바운드라도 따내 2차 공격이라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성 탓에 박혜진의 하체는 왼쪽으로 치우쳐졌다. 그러나 허리에서 머리로 올라갈수록 수직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박혜진의 손끝은 곧게 링을 향해 뻗었다.

김소니아와 홍보람이 공격 리바운드를 따내러 골밑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그들은 손을 위로 뻗을 필요가 없었다. 들어갔으니까. 74-73, 남은 시간은 1.7초. 신한은행의 작전 타임 버저가 울렸다.

지휘 위성우, 연주 김소니아/박다정/박지현/홍보람, 프리마돈나 박혜진이었다.

#사진=WKBL 제공

점프볼 / 현승섭 기자 julianmint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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