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앞으로 향했던 김진희, 그는 그렇게 위성우의 품에 안겼다

김용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1 11: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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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용호 기자] 김진희의 꿋꿋한 일보 전진에 위성우 감독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아산 우리은행은 지난 30일 아산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과의 2라운드 경기에서 61-57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청주 KB스타즈를 한 경기차로 쫓았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40분 내내 초접전이었다. 우리은행이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켜나갔지만, 삼성생명의 끈질긴 추격에 우리은행도 쉽사리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접전 속에서 승부처 주인공이 된 건 김진희였다. 삼성생명 전에서 김진희는 4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10득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수치는 화려하지 않을 수 있으나 김진희는 이날 포인트가드로서 부지런히 코트를 누볐고, 결정적 순간에는 더욱 빛났다.

4쿼터 막판 삼성생명이 김단비의 득점으로 추격한 상황에서 김진희는 상대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 2구 중 하나를 놓쳤다. 이후, 배혜윤이 자유투 2구를 더하면서 우리은행은 다시 57-54, 턱밑까지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그런데 이 때 이어진 공격에서 김진희가 공격제한시간 약 4초를 남기고 볼을 건네받았고, 이내 페인트존까지 진입하더니 버저비터를 터뜨렸다.

사실상 경기를 끝내버린 위닝샷. 곧장 삼성생명은 작전타임을 불렀고, 우리은행의 벤치로 들어오던 김진희는 위성우 감독의 품에 안겼다. 경기 중 감독이 선수를 꼭 안아주는 모습은 흔한 장면은 아니다. 그 흔하지도 않은 상황에 위성우 감독은 자연스럽게 진심을 담아 김진희를 끌어안아 준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그렇다면 위성우 감독은 어떤 마음에서 김진희를 안아줬을까. 승리 후 공식 인터뷰에 임했던 위성우 감독은 “진희의 그 슛이 승부를 갈라버린 가장 중요한 골이었다”라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사실 진희 같은 선수가 갑자기 정규리그를 30분씩 뛰기가 쉽지 않다. 몇 안 되는 즉시전력감이 아니고서야 어떤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해서 예열 없이 많은 시간을 뛰겠나. 진희는 우리 팀에 입단한 이후로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운동을 하다가 지난 시즌에는 부상으로 아예 뛰지도 못했다. 이런 선수가 풀타임을 소화하는 건 정말 대단한 거라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진희가 올 시즌 전까지 정규리그에서 뛴 시간은 총 52분 32초였다. 11경기에 거쳐 누적된 시간. 김진희는 이 시간을 단 두 경기 만에 뛰어넘었다. 올 시즌 KB스타즈와의 개막전에서 박혜진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25분 6초를 뛰었고, 두 번째 경기였던 신한은행 전에서 30분 5초를 소화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김진희는 9경기 평균 33분 18초 동안 출전 중이다. 리그 최다 15위 기록이며, 이미 풀타임 경기도 세 차례 소화했다.

의도치 않게 발생한 환경에서 묵묵히 자신의 몫을 다하겠다고 버텨내는 김진희의 모습에 위성우 감독도 깨달음을 얻는 모습이었다. 위 감독은 “진희가 이런 선수인데 내가 빨리 캐치해서 기용해주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다. 그 정도로 진희가 잘 해주고 있다. 대견하다”라며 김진희에 대한 얘기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김진희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꾸준하게 가능성을 인정받아온 자원이다. 여자대학부에 광주대 천하가 펼쳐졌던 시절, 김진희는 2016년 대학농구리그 여대부 MVP라는 영예를 안았다. 당시 2학년이었음에도 포인트가드로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언니들을 제치고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덕분에 3학년 때 프로 조기 진출을 결정, 2017-2018 WKBL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1라운드 6순위로 우리은행의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당시 위성우 감독은 “우리 순번까지 남아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선수인데, 잘 뽑았다. 열심히 하는 선수다”라고 좋은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프로 입단 후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3x3 대표팀에도 선발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회를 차근차근 잡아나갔던 김진희. 비록 무릎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쉬어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음을 준비했기에 결국 그에게는 빛이 비춰졌다. 물론, 언젠가 박혜진이 부상을 털고 돌아온다면 자연스럽게 김진희의 출전 시간은 줄어들 수 있다. 하나, 단순히 벤치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 팀의 든든한 백업 가드로 자리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확실한 스텝업이라 할 수 있다. 묵묵히 한 걸음씩 나아가다 마침내 위성우 감독의 품에 안긴 김진희가 앞으로 얼마나 큰 성장세를 보일 지도 기대됐던 한 경기였다.

# 사진_ WKBL 제공

점프볼 / 김용호 기자 kk2539@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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