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계투’ DB 김태술의 바람, 아낌없이 주는 선배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8-04 11: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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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제가 은퇴가 다가온 시점, 선배가 되었을 때 더 가지려고 하지 말고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은퇴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2007년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에 지명된 김태술(180cm, G)은 이제 손에 꼽히는 고참이다. 김태술보다 먼저 드래프트에서 지명된 현역 선수는 오용준(KT, 2003년), 김동욱(삼성, 2005년), 이현민(현대모비스), 조성민(LG, 이상 2006년)뿐이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부터 계약기간을 1년씩 맺고 있다. 코트에서 활약할 시즌이 많지 않다는 걸 의미하다.

원주 DB는 7월 말 경상남도 사천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이곳에서 모든 훈련을 마친 뒤 만난 김태술은 “특별한 훈련을 한 게 아니라 (원주와) 똑같은 훈련을 했다. 한 곳에만 있었으니까 바람 쐴 겸 왔다”며 “선수들도 출퇴근을 하는데 이런 곳에서 같이 지내면 서로를 더욱 알아가고, 새로운 재미를 준다. 좋은 시간이었다”고 사천 전지훈련을 돌아봤다.

지난 시즌 서울 SK와 공동 1위를 차지했던 DB는 비록 김민구가 떠났다고 해도 치나누 오누아쿠와 재계약을 맺는 등 지난 시즌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했다. DB는 2020~2021시즌 챔피언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이다.

김태술은 2020~2021시즌 우승을 할 수 있겠냐고 묻자 “가능성은 높다. 오누아쿠도 KBL을 경험했기에 더 잘 적응할 거다. 뚜껑을 열어봐야 하지만 1라운드가 중요하다”며 “1라운드에 부진했던 팀이 치고 올라가는 경우는 많이 없었다. 1라운드에 6승, 많게는 7승까지 한다면 자신감이 붙어서 이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우승하기 위해선 시즌 초반 출발이 중요하다고 여겼다.

김태술은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 시즌에 우승할 줄 알았다. 우승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는데 (시즌이 조기 종료되어) 너무 아쉽다. 올해보다 작년이 더 기회였다고 본다. 올해는 다른 팀의 전력이 올라간 느낌이다. 지난 시즌에 우승했어야 하는데 손가락이 허전하다. 우리 팀에서 반지 낀 선수가 저 밖에 없다. 아무도 없다.

올해가 우승 적기일 수 있다. 그렇지만 변수가 생기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기본 전력을 고려할 때 4강은 올라갈 거다. 그렇다면 플레이오프에서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 중요한 건 플레이오프에 가야 한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 평균 16분 59초 출전했다. 허웅, 김현호 등 가드진의 부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상범 감독의 의도보다 더 많이 출전한 경기도 있었다. 이번 시즌 출전시간은 지난 시즌보다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술은 DB의 우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줄 것이냐고 하자 “지난 시즌에 했던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다. 저는 코트에 들어가 있는 시간보다 코트 밖에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다. 벤치에서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어린 선수들과 뛸 때 롤러코스터를 탈 때 정리를 해주는 게 저의 제일 큰 할 일이다”며 “(이상범) 감독님도 바라시는 게 그런 거일 거다. 지난 시즌에는 마무리를 많이 맡기셨는데 올해는 득점력이 있는 두경민이나 허웅이 마무리를 하고, 저에겐 그 전에 (두 선수가) 쉬는 타이밍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을 말씀하셨다. 그런 부분을 생각하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이상범 감독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프로야구로 치면 선발과 마무리의 중간에 투입되는 중간계투가 김태술의 역할일 듯 하다. 김태술은 “그런 느낌이다. 정규경기 54경기 포함해 많게는 70경기 가량을 치러야 우승을 한다. 중간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두경민과 허웅의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54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뛸 수 없다. 결국에는 이들이 중요할 때 힘을 낼 수 있도록 중간에 분위기를 잡아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또 그렇게 하는 게 포인트가드의 역할이기도 하다. 그런 역할을 생각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인터뷰 당시 김현호가 부상을 당하기 전이기 때문에 김태술의 역할이 달라질 수 있음).

김태술은 SK에서 데뷔한 뒤 안양 KGC인삼공사, 전주 KCC, 서울 삼성을 거쳐 DB에 몸 담고 있다 SK에선 6시즌 만에 팀을 플레이오프 진출로 이끈 주역이었고, 나머지 3팀에선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김태술은 옮기는 팀마다 최고의 무대로 이끈 행운의 사나이이기도 하다. 김태술은 DB에서도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선다면 애런 헤인즈와 함께 4개 팀에서 챔피언결정전에 출전한 선수가 된다(경기 출전 기준). 국내선수 중에선 유일한 기록이다.

김태술은 “제가 예전부터 ‘내가 가는 팀은 결승(챔프전)에는 무조건 간다’라는 말을 했다. 3번 올라가서 1번 우승해서 아쉬웠다. 올라가서 지면 기분이 별로 안 좋다. 4강에 올라가면 4강까지 와서 잘 했다는 느낌인데 준우승을 하면 패배자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DB는 지난 5월 배강률과 정준원을 영입했다. 김태술은 삼성에서 배강률과 호흡을 맞춰봤다. 정준원은 처음으로 손발을 맞추는 선수다. 김태술은 “전술 훈련이나 연습경기를 많이 하지 못했다. 장점이 큰 키에 잘 달리고, 슛이 있다.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걸 잘 해내느냐가 중요하다”며 “저는 정준원이 어떤 스텝에서 슛을 쏘는지 본다. ‘이 타이밍에 패스를 주면 되겠다, 슛을 쏘겠다’ 이런 정도만 파악 중이다”고 했다.

선수마다 스텝까지 다 파악하냐고 되묻자 “이게 중요하다. (선수마다) 패스 속도와 타이밍이 다르다. 똑같은 패스를 해도 슛을 던지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가 있다”며 “원투 스텝으로 쏴야 하는 선수가 있고, 세트 슛을 쏴야 하는 선수도 있다. 그런 슛 타이밍에 따라서 패스가 다르다. 돌아 나와서 슛을 쏘는 게 확률이 더 좋은지도 알아야 한다”고 자세하게 설명했다.

선수들은 고참이 되었을 때 계약기간에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다. 2년 연속 1년씩 계약을 맺은 이유가 있을 듯 하다.

김태술은 “1년 계약을 했던 건 ‘안 되면 은퇴를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다. 은퇴를 한다는 게 평생 해왔던 일을 그만 두는 거라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 안 되는데 붙잡고 있는 것도 맞지 않다”며 “1년 단위로 계약을 한 건 ‘계약 기간 1년이 남아서 선수생활을 더 하는 것보다 내가 필요한 선수라는 걸 팀에서 인정해주면 뛰겠다’는 생각이 반영된 거다. 작년에도 사실 감독님께서 ‘계약기간 2년으로 하자’고 말씀하셨을 때 제가 ‘1년만 하겠다’고 했었다”고 1년씩 계약한 이유를 들려줬다.

이어 “프로니까 팀에서 필요해서 선수를 쓰는 거지 이름값이 있다고 기용하는 건 아니다. 전 그런 의미였다”며 “제가 안 된다면 깨끗하게 그만두고, 팀이 더 원한다면 아직 필요하고 해줄 역할이 있다면 뛰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지금 1년, 1년 계약을 한다고 제 몸값이 뛰는 건 아니다. 제가 평생 농구만 하고 살 것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에서 생각을 달리 했다”고 덧붙였다.

2020~2021시즌 개막도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KBL에선 시즌 개막 전까지 두 차례 대회를 구상하고 있다. 외국선수가 들어온 뒤 손발을 맞추고 연습경기를 하다 보면 금세 시즌 개막이 다가올 것이다.

김태술은 “이제 금방이다. 안 다치고 두 달 동안 시즌 준비를 하는 게 중요하다. 작년에도 갑자기 햄스트링이 파열되었다. 한 달 반 이상 운동을 못 했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을 신경쓰면서 준비하고 있다”며 “예전의 몸이 아니라서 몸 상태를 폭발적으로 올리지 못할 거다. 그래도 5분이든, 10분이든 제가 뛰어야 하니까 다치지 않고 꾸준하게 시즌 전까지 몸을 만들 거다. 어떤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로 시즌을 맞이할 거다”고 다짐했다.

김태술에게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 목표를 물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제가 은퇴가 다가온 시점, 선배가 되었을 때 ‘더 가지려고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줄 수 있는 건 다 주고 은퇴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은 사실 선수로 가질 수 있는 것보다 줄 수 있는 게 더 많다. 나중에 선배가 되면 ‘좀 주자’, 내가 가지고 있는 경험이나 노하우, 후배들이 발전할 수 있는 피드백이 필요하다면, 혹은 생활 등 배우고 싶다면 알려주고 싶다.

농구도 중요하지만, 저에겐 이런 것도 선배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한 뒤 ‘한국 농구를 위해서 뭘 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것보다 선수 생활을 할 때 후배들이 성장하도록 엉덩이 쳐주고, 잘 하면 잘 한다고 해줄 거다. 프로라서 경쟁을 해야 하지만, 많이 줄 수 있을 때 많이 주고 오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만, 이건 그냥 주면 안 되고 그 친구들이 원할 때 줘야 한다. 내가 가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해야 해’라고 하면 잔소리로 들을 수 있다. 만약 같은 포지션의 선수가 ‘형, 지역방어는 어떻게 깨야 하나요?’ ‘이럴 때 스텝을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물어보면 알고 있는 걸 다 주고 싶다. 다 줘서 10개 중에 하나라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좋은 거다. 결국 이렇게 성장하는 게 작은 거지만 한국농구가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걸 받아준다면 제가 은퇴하는 그날까지 줄 수 있는 건 모두 주고 싶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중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2대2 플레이를 잘 하게 된 비결에 대해 ‘그 당시 태술이 형은 나에게 ‘농구의 신’ 같은 존재였다. 특히 2대2 플레이는 기가 막혔다. 보는 것만으로도 동기부여가 됐다. 태술이 형도 자신의 요령을 잘 알려줬다’고 말한 바 있다.

김태술은 자신이 가진 걸 모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어한다. 코트 안에선 식스맨으로 출전 시간이 적을지라도 코트 밖에서 후배 가드들의 성장을 돕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우승에 도전하는 DB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진_ 점프볼 DB(박상혁 기자)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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