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리그] 얼리 늘어나는 고려대, 주희정 감독의 생각은?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3 1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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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일찍 프로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이 생각을 잘 해야 한다.”

KBL 국내선수 드래프트(이하 드래프트)에서 대학 재학생이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한 건 2003 드래프트다. 2003년 드래프트에서 옥범준(성균관대, 2순위), 윤호진(연세대, 15순위), 박상률(목포대, 16순위), 임정훈(연세대, 29순위) 등 4명의 재학생이 모두 프로에 입단했다. 2004년에는 9명의 대학 재학생이 도전장을 던져 역시 4명(이정석, 이상준, 최승태(이상 연세대), 김현중(동국대))이 지명을 받았다. 이후 많은 대학 재학생들이 프로의 문을 자주 두드렸다.

대학농구 최강자는 고려대와 연세대다. 두 대학은 재학생의 프로 진출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연세대는 굉장히 관대한 반면 고려대는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연세대는 2003년과 2004년 드래프트에서만 5명의 재학생에게 프로 진출의 길을 열어줬다. 이외에도 정승원, 백주익, 이동준, 최재익, 김용우, 민성주, 임형주 김창모, 허웅, 최승욱 등 연세대 졸업 전에 프로 진출 도전 사례는 수두룩하다.

이에 반해 2017년까지 고려대 재학생이 드래프트에 지원한 경우는 딱 두 번뿐이다. 2006년 임휘종과 2009년 김태주다. 김태주는 감독의 권유로 드래프트 참가 신청을 한 뒤 프로에 지명될 경우 대학 졸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않고 학교로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김태주는 결국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2010년 드래프트에 다시 참가했다. 고려대 재학생 중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는 실질적으론 임휘종 1명이라고 봐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의 이런 상반된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연세대는 2014년 허웅(DB)과 최승욱(오리온)을 마지막으로 재학생 중 드래프트에 나온 사례가 없다. 이에 반해 고려대는 2018년 김준형(LG), 2019년 김진영(삼성)에 이어 2020년에도 이우석(3학년)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준형은 학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드래프트에 참가해 고려대를 자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대가 재학생의 프로 진출을 바라보는 자세다. 그렇지만, 김진영과 이우석은 다르다. 학교 재학생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프로에 도전한다. 이 차이는 주희정 감독의 고려대 부임이 기준이다. 주희정 감독은 미리 협의를 통해 프로 진출을 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이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주희정 감독은 “요즘 얼리(대학 재학생의 프로 진출 도전)로 프로에 많이 간다. 기량이 된다면 일찍 프로에 나가는 건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무분별한 재학생의 프로 진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저는 연습생으로 프로에 일찍 갔다. 지금 얼리와 엄연히 다르다. 프로에서 바로 뛸 수 있는 게 아니라 연습생이었다. 저와는 다르다. 전 돈을 벌기 위해서 나간 거다. 평범한 가정이었다면 (자퇴 후 프로에) 안 나가고 고려대 졸업장을 땄을 거다. 선수 시절에는 아쉽거나 미련이 없었는데 은퇴하니까 고려대 졸업장의 여운이 남는다. 선수들이 평생 농구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나중에 농구를 그만둬도 제2의 인생이 있기에 졸업장을 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준다. 졸업장의 가치를 인식한다.” 주희정 감독의 말이다.

앞서 고려대 재학생 중 프로에 진출할 뻔 했던 김태주를 언급했다. 김태주는 2016년 서울 삼성에서 아쉽게 은퇴한 뒤 지난해 전라남도 공립 중등학교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이하 임용고시) 체육 교과에 합격해 전라남도 여수의 무선중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김태주가 3학년 때 프로에 진출해 고려대를 졸업하지 못했다면 임용고시 도전 자체도 할 수 없었다.

힘겹게 고려대를 졸업했던 김태주는 점프볼과 인터뷰에서 “증명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이 지도자 앞에서 졸업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하게 비는 등 서러움이 많았다. 나중에 체육 선생님이 될 수 있도록 졸업하겠다고 그렇게 부탁을 드렸던 게 증명이 된 거다”며 “이렇게 합격을 했기에 그 때 우리 가족이 그렇게 한 게 정말 올바른 선택이었다. 공부할 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올바른 선택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조건 합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희정 감독은 “저도 평생 농구를 할 줄 알았는데 평생 못 한다. 어느 순간 큰 부상이 올지 모른다. 제2의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이런 아쉬운 미련을 제자들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며 “프로에서 농구 선수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 (프로 무대에선) 선배들도 많은데 기회는 얼마든지 올 수 있으니까 졸업장을 가지고 프로에 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어 “프로가 만만한 곳은 아니다. 송교창과 양홍석이 일찍 가서 잘 하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군대도 다녀오는 등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도 있다”며 “일찍 프로에 간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선수들이 생각을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3년 드래프트 때 동국대 1학년 박래윤이 당차게 도전했다. 다른 선수들보다 3년이나 어리기 때문에 가능성을 내다보며 2군 드래프트에서 창원 LG의 지명을 받았지만, 제대로 기회도 받지 못한 채 은퇴했다.

대학 재학생의 프로 진출은 드래프트의 재미를 더하기 때문에 환영 받는다. 그렇다고 박래윤에서 알 수 있듯 일찍 프로에 진출한다고 프로 선수로 성공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김태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은퇴한 이후에는 대학 졸업장도 필요하다.

주희정 감독은 이를 잘 알고 있기에 가능성이 있는 제자들의 빠른 프로 진출의 길을 막지 않지만, 은퇴 이후의 삶까지 고려해 고민을 거듭하며 프로 진출의 길을 선택하기 원한다.

참고로 고려대 선수들은 모두 체육교육 전공이다. 재학생으로 프로에 진출할 경우 졸업장을 딸 가능성이 다른 학과보다 낮지만, 졸업하면 교원자격증을 손에 쥔다.

#사진_ 점프볼 DB

점프볼 / 이재범 기자 sinae@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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