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퀸 모드’ 패배 속에서도 빛난 김애나의 화려한 쇼다운

조태희 기자 / 기사승인 : 2021-01-25 01: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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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조태희 인터넷기자]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팀의 득점이 필요한 순간 김애나는 부름에 응답해 득점 꽃을 피웠다.

인천 신한은행은 24일 인천도원체육관에서 펼쳐진 2020-2021 KB국민은행 Liiv M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의 5라운드 대결에서 73-74로 패배했다.

양 팀은 4쿼터 막판 5분 동안 동점 4회 역전 4회를 주고받았다. 올 시즌 최고의 명승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는 경기였다. 신한은행은 접전 끝에 패배하면서 명승부의 주인공이 되지못했다. 하지만 김애나라는 큰 수확이 있었다.

김애나는 22분 47초 동안 코트를 누비며 이날 개인 통산 최다득점인 19득점에 어시스트 2개를 적립하는 동시에 단 한 개의 턴오버도 기록하지 않았다. 즉, 공을 잡으면 한 번의 공격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증거다.

김애나는 1쿼터 종료 4분 52초 전부터 모습을 드러냈지만 본격적인 득점사냥에 나선 것은 2쿼터부터였다. 김애나는 힘 있는 돌파로 본인보다 약 20cm나 큰 오승인(20,183cm)을 밀쳐내고 득점에 성공했다. 김애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1대1 공격으로 중거리슛까지 터트리면서 팀에게 4점 차(39-35) 리드를 선사했다.

3쿼터 우리은행이 박혜진(31,178cm)과 김소니아(28,177cm)의 득점으로 역전(47-45)에 성공하자 김애나는 곧바로 3점슛을 터트리면서 다시 분위기를 신한은행쪽으로 가져왔다. 거기에 자신의 매치업 상대였던 김진희(24,168cm)의 레이업을 체이스 다운 블락으로 저지하며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줬다.

이미 본인의 능력을 120% 발휘한 김애나지만 이전까지의 활약은 예고편에 불과했다. '진짜'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김애나는 4쿼터 시작과 동시에 김진희에게 파울을 얻어내며 자유투 2득점으로 시동을 걸었다. 김애나는 이 파울로 김진희에게 5반칙퇴장을 선물했다. 안 그래도 뛸 선수가 부족한 우리은행에게 있어서 김진희의 퇴장은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이후에 김애나는 한엄지(23,180cm)와 교체되어 잠깐의 휴식을 취한 뒤 경기종료 3분 50초 전 2점 차(66-64) 클러치 상황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경기 막판 2분 동안 '애나 퀸 모드'가 발동됐다.

신한은행은 경기종료 1분 58초 전 우리은행 김소니아에게 3점슛을 얻어맞으면서 리드(67-69)를 내줬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김애나는 박지현(23,183cm)을 앞에 두고 시도한 점프슛이 림을 가르면서 동점(69-69)을 만들어냈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화려한 스텝으로 김소니아를 벗겨내고 득점하며 역전(71-69)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은 박혜진에게 돌파득점을 내주며 다시 동점(71-71)을 허용했지만 김애나가 경기종료 4.8초 전 홍보람(33,178cm)을 상대로 또다시 점프슛을 터트리면서 슈퍼 클러치 능력을 선보였다.

박혜진의 끝내기 3점슛으로 다 된 밥에 재를 뿌렸지만 김애나는 빛났다. 신한은행 정상일 감독은 "기술적으로 괜찮은 선수다. 생각 외로 잘했다. 경기는 졌지만 수확은 있었다"며 김애나의 재발견에 만족했다.

상대 팀 에이스 박혜진은 "개인기가 대단한 선수다. 우리의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점수를 많이 준 거 같다. 능력이 좋은 선수다 보니까 다음경기부터 집중해서 막아야겠다"며 적 팀인 김애나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애나는 2019-2020시즌 본인의 데뷔전에서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하며 날개를 펼쳐보기도 전에 울분을 삭혀야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김애나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승부처를 지배하며 인천에 캘리포니아 바람을 가져왔다. 과연 김애나는 꾸준히 기량을 발전시켜 신한은행의 영광의 시대를 재현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_WKBL 제공

점프볼 / 조태희 기자 273whxogm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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