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2020-2021 KBL을 빛낼 외국선수 확정, 14년 만에 최고 수준 기대

민준구 기자 / 기사승인 : 2020-07-30 0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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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민준구 기자] KBL의 2020-2021시즌을 빛낼 19명의 외국선수 명단이 모두 확정됐다(라건아 제외). 자밀 워니, 치나누 오누아쿠, 캐디 라렌, 닉 미네라스, 리온 윌리엄스 등을 제외하면 14명의 새로운 얼굴이 찾을 예정이다. 2006-2007시즌 이후 14년 만에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는 세간의 평가처럼, 다가올 2020-2021시즌은 전보다 더 높은 수준의 농구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외국선수 영입 전쟁
2019-2020시즌 조기 종료 직후 KBL 10개 구단은 곧바로 휴식기에 돌입했다. 그러나 다음을 준비해야 하는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마음을 놓고 쉴 수 없었다. 외국선수 영입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나날이 해외 상황이 악화되었기에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4월 말부터 이뤄졌던 해외 출장 계획이 완전히 무너짐에 따라 정보 수집도 어려웠다. 이전부터 모아온 정보를 통해 옥석 고르기에 나섰지만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만큼 신뢰도 역시 떨어졌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보통 해외 출장을 가게 되면 당장 뛸 선수들은 물론 미래에 같이 할 수 있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모으곤 한다. 또 직접 살펴봐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인성이다. 비디오 미팅을 통해 파악할 수 없는 것이다. 아쉽게도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부분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졌다”라고 이야기했다. 4월부터 5월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선수 영입은 힘겨울 것처럼 느껴졌다. 몇몇 구단은 기존 외국선수들과의 재계약을 최우선 목표로 삼을 정도로 안정을 선택했다. KT와 오리온처럼 보유했던 외국선수들이 이미 떠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외국선수들이 재계약 대상자로 꼽혔다.

하지만 5월 중순 부렵부터 외국선수 영입 전쟁의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SK, DB, LG 등 각자의 메인 외국선수와 재계약한 구단도 있었지만 그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커리어를 가진 이들의 영입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구단도 늘기 시작했다. 이처럼 기류를 바꿔놓은 주범(?) 역시 코로나19였다. 그간 수준급 외국선수들의 주무대라 할 수 있는 미국, 유럽 시장이 코로나19로 인해 휘청거리면서 안정감을 잃은 것이다. 터키, 러시아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면 모든 리그가 일찍 중단되었고, 차기 시즌에도 보수 지급이나 대우에 있어 불안감을 노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KBL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수준급 선수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해외 에이전트 역시 비교적 코로나19 대비가 잘 되어 있는 KBL을 추천함에 따라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됐다. KBL은 대기업이 각 구단의 모체로 있기에 외국선수 보수 지급이 철저하다. 또한 선수들에 대한 처우도 나쁘지 않고, 코로나19 관리도 잘 되고 있어 안전하다는 인상도 심어주고 있다. 덕분에 지난 몇 년을 통틀어 가장 높은 네임밸류의 선수들이 한국을 찾게 됐다.

농구계 인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가장 수준 높은 외국선수들이 들어온 것 같다. 커리어부터 신체 조건, 그리고 가진 기량 자체가 지난 몇 년과는 비교가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말처럼 NBA출신이란 커리어는 이제 특별하지 않게 됐고 유럽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 서브 옵션으로 들어오는 등 분명 지난 시즌들과는 다른 분위기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과거와는 달리 비자 발급과 자가격리 등 다른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오히려 KBL은 득을 본 셈이다. 조기 종료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 수준급 외국선수들의 영입 소식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얼굴들

그렇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새로운 외국선수들은 누구일까. 아마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호주 리그를 평정한 숀 롱이 아닐까 싶다. 현대모비스는 그 누구보다 일찍 숀 롱과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206cm의 숀 롱은 정통 빅맨 스타일로 기동력까지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더불어 수준급 스크린 기술을 갖추고 있어 슈터들을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좋은 궁합일 것이란 예측도 존재한다. NBA 출신 얼 클락과 푸에르토리코의 에이스 타일러 데이비스는 숀 롱의 대항마로 꼽힌다.

208cm의 장신인 얼 클락은 코비 브라이언트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로 슈팅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말도 있지만 가진 커리어와 기량은 KBL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 KGC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활약한 크리스 맥컬러의 상위 호환으로 얼 클락을 선택했고 여기에 골밑 플레이에 강점을 지닌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를 영입하며 밸런스를 맞췄다. KCC 역시 대어를 물었다. 무릎 부상으로 약 2년에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음에도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는 타일러 데이비스와 계약했다. 세간에는 라건아가 서브 옵션으로 내려가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중남미의 농구 강호 푸에르토리코에서도 당당히 에이스로 우뚝 선 그는 208cm의 빅맨으로 우직하게 골밑을 파고드는 터프 가이다. 물론 부상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있어 이를 증명해야 할 것이다.

‘NBA 출신’ 타이틀을 지닌 선수들은 더 존재한다. 전자랜드의 헨리 심스, KT의 마커스 데릭슨, 오리온의 제프 위디는 비록 짧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를 잠시나마 누빈 경험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은 모두 다르다. 정통 빅맨으로 평가된 헨리 심스는 과거 필라델피아 76ers의 탱킹 시절, 골밑을 지켰던 선수로 최근에는 스피드는 줄었지만 파워가 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상재의 입대, 정효근의 늦은 복귀를 고려한 전자랜드는 그동안 선호했던 포워드형 외국선수가 아닌 정통 빅맨을 찾게 됐고 바이아웃을 금액을 지불할 정도로 헨리 심스를 원했다. KT의 새 식구, 마커스 데릭슨은 착화 신장이 201cm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포워드형 선수로서 공격에 대해선 보장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메인 볼 핸들러라 볼 수는 없지만 허훈이 존재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문제는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더불어 골밑에서의 마무리 능력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내외곽이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라 볼 수 있다. 213cm의 최장신 제프 위디는 과거 앤서니 데이비스와 NCAA 결승전에서 정상을 다툴 정도로 수준급 빅맨이다. 공격력은 떨어지지만 캔자스 대학 시절 경기당 4개 이상의 블록을 기록했을 정도로 세로 수비에 강점을 두고 있다. 이들 외에도 삼성의 경우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한 아이제아 힉스를 영입하며 외국선수 영입 전쟁의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카메론 올리버, 미로슬라프 라둘리차, 어거스틴 루빗 등 대단한 네임 밸류를 지닌 선수들과의 이야기가 돌았지만 모두 마무리 짓지 못했고 간신히 힉스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데 성공했다. 서브 옵션을 지닌 외국선수들의 경우에도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들이 존재한다. 지난 시즌을 살펴봤을 때 대부분 15~20분 사이의 출전시간을 부여받은 만큼 존재감이 없다고 할 수 없을 터.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또 다른 변수 속에 서브 옵션으로 영입된 선수들이 얼마나 생존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다.

재계약 3인방, 그리고 닉 미네라스 소동

외국선수 영입전의 초창기까지만 하더라도 기존 외국선수들과의 재계약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해외 사정이 지금처럼 악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모험보다는 안정을 선택할 구단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KBL은 5월 29일까지 외국선수 재계약 기간을 뒀고 이에 따라 구단들 모두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미 재계약이 확정적이란 소문이 돌았던 캐디 라렌의 경우에는 이변이 없어 보였다. 지난 시즌, 평균 21.4득점 10.9리바운드 1.2어시스트 1.3블록을 기록하며 MVP급 활약을 펼친 선수를 외면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나 SK와 DB는 상황이 달랐다. 기존 외국선수와의 재계약은 지난 보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제도에 대한 고민을 풀지 못한 것이다. 서브 옵션 외국선수들의 존재감이 적지 않은 상황 속에서 너무 많은 돈을 안길 수 없었던 상황. 마지막까지 조율한 끝에 자밀 워니, 치나누 오누아쿠와 다시 손을 잡을 수 있었다. 라건아와 함께 지난 시즌 가장 돋보였던 3인방의 재계약은 이변이 아니었다. 이들 역시 해외 리그에서 좋은 커리어를 쌓아왔고 코로나19로 인해 수준이 높아진 현시점에서 살펴봐도 경쟁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강점이 존재한다. 국내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봤다는 점과 KBL의 환경에 적응이 되어 있다는 점.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제 실력을 보일 수 없기에 캐디 라렌, 자밀 워니, 치나누 오누아쿠는 오히려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LG는 여기에 서브 옵션으로 리온 윌리엄스를 선택하며 안정감을 더했다.

지난 시즌 삼성에서 메인 외국선수로 활약한 닉 미네라스 역시 다시 한 번 KBL 무대를 밟게 됐다. 기존 소속팀이었던 삼성과는 이별했지만 S-더비 라이벌 SK로 향하며 라이벌 팀들을 긴장케 했다. 이미 자밀 워니와 계약한 SK이기에 미네라스의 합류 소식은 많은 논란을 낳게 했다. 70만 달러 내로 두 명의 메인 외국선수를 영입했다는 건 모두의 관심사였고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SK는 이에 대해 “닉 미네라스의 에이전트가 구단 인스트럭터 모리스 맥혼 코치에게 계약 의사를 밝혔고 잔여 금액이 많지 않았던 우리의 입장 역시 충분히 전달했다. 삼성과 재계약할 거라 예상한 우리는 닉 미네라스를 영입 명단에 두지도 않았다. 갑자기 찾아온 행운을 걷어차기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NBA 출신 외국선수들의 잇따른 영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닉 미네라스 소동은 금세 잊혀졌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또 다른 변수라는 점으로 보는 것이 현재의 시각이다. SK와 닉 미네라스는 2019-2020시즌 전에도 이미 인연을 쌓아왔던 관계였다. 아쉽게도 서로의 뜻이 맞지 않아 계약까지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1년 뒤 재회하며 예사롭지 않은 운명임을 증명했다. 물론 다른 팀들에 비해 메인 외국선수가 두 명이나 존재한다는 건 장단이 분명하다. 특히 보수를 떠나 기록이 곧 향후 커리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출전 시간 배분이 앞으로의 큰 숙제가 될 수 있다. 문경은 감독은 “시간을 정해둘 생각은 없다. 자밀 워니가 에이스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닉 미네라스를 무조건 서브 옵션으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수들마다 가지고 있는 능력과 스타일이 다른 만큼 상성이 맞는 팀들이 있을 것이다. 그 부분을 잘 파악해 각자 최상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전술을 만들 생각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소나무와 같았던 라건아의 위기설

근래 들어 최고 수준의 외국선수들이 영입된 사실이 전해진 이후 그동안 소나무처럼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킨 라건아의 위기설이 돌기 시작했다. 신장 제한 유무와는 상관없이 최고의 평가를 받아왔던 라건아는 정말 위기에 빠진 것일까? 쉽게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신장 제한이 폐지된 2019-2020시즌은 라건아에게 있어 조금의 위기를 느끼게 한 시기였다. 캐디 라렌, 자밀 워니, 치나누 오누아쿠 등 신체 조건과 파워에서 라건아에게 밀리지 않았던 존재들의 등장은 과거에 보여준 파괴력을 절감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들보다 더 크고 강한 상대들이 새 시즌에 올 예정인 만큼 라건아가 더욱 힘들어할 수 있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라건아의 위기설을 단순히 더 크고 강한 선수들이 온다는 것에만 근거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기는 쉽지 않다.

농구를 시작한 이래 라건아는 줄곧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상대와 함께했다. 물론 KBL에서는 신장 제한이란 비상식적 조건 아래 어느 정도 이득을 봤지만 미국은 물론 필리핀, 그리고 한국 국가대표로서 치른 국제대회에선 분명 달랐다. 라건아는 본래 신장을 우위로 한 플레이가 강점인 선수가 아니었다. 발기술이 좋지 않은 관계로 포스트 플레이가 메인 옵션인 경우도 아니었다. 대신 빠른 스피드와 체력, 근성을 앞세운 리바운드 가담으로 자신을 어필하는데 성공했다. 또 KBL 데뷔초기 약점이었던 점프슛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 이제는 언제든 롱2, 혹은 3점슛을 날릴 수 있는 선수다. 단순히 골밑이란 범위로 한정했을 때 라건아는 곧이어 들어올 외국선수들과의 경쟁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KBL에서의 경험과 계속 업그레이드 된 소프트웨어를 생각한다면 라건아 위기설은 근거가 부족하다. 대부분의 농구 관계자들 역시 “라건아의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난 시즌에도 과거에 비해 더 크고 강한 상대들이 왔지만 라건아가 크게 밀린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다. 그의 약점은 내부에 있다. 단순히 능력만 봤을 때는 새 시즌 역시 그의 자리를 지키기에 충분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라건아의 위기설의 진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문제는 바로 내부에 있다. 지난 시즌 라건아가 흔들리기 시작한 시점은 KCC 이적 후였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왔던 현대모비스에 비해 KCC는 어색함 투성이었다. 라건아의 발은 멈춰있었고 그의 활동 범위는 제한되어 있었다. 적응의 시기가 필요해 보였고 어느 정도 맞춰졌을 때는 부상으로 코트를 떠나야 했다. 여기에 라건아의 진짜 위기가 찾아온 것은 바로 타일러 데이비스의 존재다. 가진 기량만으로는 라건아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준급 외국선수라는 평가다. 문제는 라건아와 출전 시간 분배가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생긴다. 라건아는 지난 시즌까지 30분 이상의 출전시간을 보장받아왔던 선수였다. 현재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 있어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는 합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오로지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급 외국선수가 왔다는 것만으로 라건아가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A농구 관계자는 “라건아가 보여준 그동안의 문제는 코트 안에서 동료들과 조화를 이루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이는 프로는 물론 국가대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료들을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아닌 자신을 받쳐주는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또 타일러 데이비스라는 존재의 등장은 라건아가 서브 외국선수가 될 수 있다는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새 시즌 라건아가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이 모든 것은 라건아뿐만 아니라 KCC의 선수단 관리 능력까지 파악할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 라건아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성적은 기대하는 것 이상이 되지 않을까.

베스트는 SK, 워스트는 오리온?

외국선수들에 대한 사전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동안 혹평을 받아왔던 몇몇 선수들이 해당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전력이 있으며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선수들이 중도 퇴출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전 평가는 대단히 흥미롭다. 여름 내내 구슬땀을 흘린 구단들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한 가치 평가가 되기도 한다. SK는 이미 검증된 자밀 워니, 닉 미네라스를 보유했다는 것만으로도 새 시즌 우승후보로서 다시 올라섰다는 평가다. B구단 관계자는 “메인 외국선수로 활약한 두 명이 한 팀에 모였다는 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물론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고 있지만 그것을 차지한다면 SK는 최고의 선택을 했다. 더 좋은 경력을 지닌 외국선수들 올 예정이지만 검증되지 않았다. 이미 KBL에 적응됐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능력이 증명된 상황인 만큼, SK가 가장 안정적이고 좋은 외국선수들을 보유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외국선수 정보를 개인 블로그에 게시,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을 하고 있는 ‘알럽바스켓공(필명)’ 백원일 씨는 “지난 시즌 외국선수 연봉 1, 2위에 득점 2, 3위에 오른 선수들이 한 팀에서 만났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미 리그 적응도 성공적으로 마친 두 선수인 만큼 가장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비시즌 훈련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으며 본인들의 단점을 보완하고 있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얼 클락과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를 영입한 KGC인삼공사, 캐디 라렌과 리온 윌리엄스라는 검증된 자원을 품에 안은 LG가 외국선수 농사에 있어 풍년을 맞이한 팀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워스트로 꼽힌 팀은 누구일까. 바로 최장신 제프 위디와 디드릭 로슨을 영입한 오리온이었다. 물론 신체 조건만 보면 오리온의 승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통 센터에 목말라 했던 만큼 두 선수의 영입은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C농구 관계자는 “신장만 보면 오리온이 승자라고 할 수 있지만 KBL 특성상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선수가 원 툴 플레이어라는 건 다소 아쉽다. 제프 위디의 타고난 신체 조건은 위협적이지만 블록 이외의 무기가 없다. 좋은 스크리너가 아닌 만큼 과연 오리온의 질 좋은 국내 선수들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D구단 관계자 역시 “어쩌면 디드릭 로슨이 더 많은 시간을 부여받지 않을까 싶다. 사이즈 대비 위협적인 운동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골밑에서의 안정감과 영리한 움직임은 오리온과 잘 맞아떨어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헨리 심스라는 좋은 빅맨을 영입했지만 에릭 탐슨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은 전자랜드 역시 평가 반전이 필요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시즌 전 예상에 불과하다. 과거 퇴출 0순위로 꼽힌 외국선수들 가운데 시즌에 들어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이는 많았다. 지난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과소평가를 받았던 크리스 맥컬러가 대표적이다. 비시즌 연습경기에서의 부진은 그저 우려에 불과했다는 것을 정규시즌에서 증명했다. 섣부른 예측, 그리고 판단은 금물이다. 관중들이 가득 찬 체육관(코로나19로 인해 아직 미지수이지만), 그리고 그동안의 준비가 쏟아지는 본 경기에서는 분명 또 다른 상황이 연출되곤 한다. 지금의 평가는 큰 의미가 없다. 그저 본 시즌에서 누가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지 지켜본 뒤 판단하는 것도 늦지 않은 일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

한편, 외국선수 영입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아직 남아 있다. 우선, 비자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그동안 외국선수들은 입국 후 국내 또는 가까운 일본에서 비자 및 LC(이적 동의서)를 발급받아 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경로가 막힌 상황이다. KBL과 구단들은 미국 현지에서 서류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직접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인 만큼 관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E구단 관계자는 “해외 에이전트가 이런 부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실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 선수 본인을 떠나 가족들을 모두 한국으로 데려오고 싶어하는 경향이 짙어 비자 발급에 어려움이 있다. 서류상 부인이 아닌 여자친구일 경우에는 비자 발급이 더 어렵다. 몇몇 선수들의 경우 이러한 부분에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비자 발급 문제는 이번 외국선수 영입 전쟁에 있어서 큰 변수가 되기도 했다. KBL행을 희망하던 몇몇 외국선수들은 자신과 동행하기를 바랐던 이들이 오지 못하자 협상을 중도에 포기하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충분히 가능했을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금전 문제도 존재한다. 해외에서 국내로 입국할 경우 2주 동안의 격리 기간이 주어지는데 이에 따라 KBL은 기존 8월 25일부터 가능했던 입국 일자를 8월 10일로 앞당겼다. 문제는 2주 동안의 기간 동안 외국선수들에게 급여 지급이 안 된다는 점. 수차례 논의 끝에 결정된 부분이며 이 기간 동안 외국선수들에 대한 관리비는 구단 자율로 지불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KBL 관계자는 “해외 리그에선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기간 동안 구단마다 자율적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금액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기에 정식 급여가 아닌 체제비 형식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 내용 전달이 늦었다는 점이다. 기존 계약서에 없었던 내용인 만큼, 사실상 다시 한 번 협상을 하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에이전트 역시 고민이 많다. 모 에이전트는 “기존 외국선수 계약서에는 2주 격리 기간 동안의 급여 관련 내용이 전혀 적혀 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인데 외국선수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5만 달러 연봉을 받는 선수들을 기준으로 하면 한화로 약 3천만원 정도의 시간을 무급으로 흘려보내야 한다.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구단과 외국선수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 말 그대로 협상이 아닌 통보 형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잦아 입국 전부터 불화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구단들은 따로 숙소를 마련해 2주 동안의 시간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반면 또 다른 몇몇 구단들은 이에 대한 비용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선수들의 수준은 높아졌지만 오히려 부수적인 문제가 늘어나며 전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에 대한 후유증이라고 해야 할까. 수면 위로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서는 외국선수 영입 전쟁이 아직 종전되지 않고 있다.

▲ KBL 10개 구단이 11~12월을 주목하는 이유
2020-2021시즌을 빛낼 외국선수 19명이 모두 확정됐지만 이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생존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수준급 외국선수들이 대다수 영입됐지만 어쩌면 진정한 에이스들의 등장은 11~12월에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존재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리그 사정이 악화된 현재, 아직 NBA 및 유럽 진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 여기에 NBA 서머리그 일정이 뒤로 밀리며 구단의 기회를 받지 못한 이들도 있. 그런 의미에서 KBL은 2~3라운드가 치러질 11~12월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현재 외국선수들에 대한 가치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는 이 시기에 수준급 대체 선수들의 등장은 분명 변수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농구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7개월을 기준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있지만 서브 외국선수들은 사정이 다르다. 과거 벤 음발라와 유진 펠프스의 예처럼 중도에 교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 상위 리그 진출에 미련을 두고 있는 선수들이 있는 만큼 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KBL이 진정 재밌어질 시기는 11~12월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어쩌면 지금의 외국선수 영입 전쟁은 전초전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KBL이 코로나19에도 안전하게 리그가 진행된다는 보장이 생긴다면 아마 지금보다 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의 합류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리그가 될 것이란 행복한 상상을 해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 2020-2021 KBL 10개 구단 외국선수 현황(*경력자)
SK_*자밀 워니(199cm, 116kg)/*닉 미네라스(200cm, 98kg)
DB_*치나누 오누아쿠(206cm, 111kg)/저스틴 녹스(203cm, 110kg)

KGC인삼공사_얼 클락(208cm, 102kg)/라타비우스 윌리엄스(203cm, 102kg)
KCC_*라건아(199.2cm, 110kg)/타일러 데이비스(208cm, 120kg) 

전자랜드_헨리 심스(208cm, 114kg)/에릭 탐슨(204cm, 112kg)
KT_마커스 데릭슨(201cm, 113kg)/존 이그부누(208cm, 120kg)
삼성_아이제아 힉스(202cm, 100kg)/제시 고반(207cm, 122kg)
현대모비스_숀 롱(206cm, 115kg)/자키넌 간트(203cm, 104kg)
LG_*캐디 라렌(204cm, 107kg)/*리온 윌리엄스(197cm, 116kg)

오리온_제프 위디(213cm, 104kg)/디드릭 로슨(206cm, 107kg)

# 사진_점프볼 DB,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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