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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의 시즌 중 대표팀 합류,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손대범(subradio@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8-07-12 01:02

[점프볼=손대범 기자] 박지수의 ‘시즌 중’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둔 여자농구대표팀은 여전히 불확실한 행보를 걷고 있다. 통일농구와 맞물려 단일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대회 개막(8월 18일)까지 한 달여 앞둔 현재까지도 선수명단이 완전히 구성되지 않고 있다. 남북문제라는 특수한 상황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여자농구 대표팀은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신인 신분’으로 뛰고 있는 박지수의 빠른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소속팀 청주 KB스타즈 및 박지수의 현지 에이전트를 통해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나 11일 오전(한국시간)까지는 라스베이거스 구단 측으로부터 아무런 언질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덕수 감독은 본지 인터뷰에서 “WNBA에 진출할 때부터 (박)지수와 (대표팀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수도 대표팀은 자신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KB 입장에서는 협회와 대표팀도 최대한 도울 것이나, 라스베이거스 구단의 의사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다. WNBA 정규시즌은 한국시간으로 8월 20일에 막을 내리기 때문이다. 국제농구연맹(FIBA) 대회가 아닌 이상, WNBA든 NBA든 시즌 중에 대표선수를 차출해주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시즌이 아닌 경우에도 보험 문제나 건강관리 계획이 납득되지 않을 경우에도 허락을 해주지 않는다.

 

출전시간이 짧고, 들쭉날쭉하다고 해서 이 선수가 비중이 적은 것은 아니다. 박지수는 이제 막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를 잡고 적응을 해가는 상태다. 당장 WKBL에서처럼 긴 시간을 소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지수를 언제,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주력선수들과 팀에 도움이 될 지 파악을 마친 상태라는 의미.

 

게다가 팀은 플레이오프 진출 경쟁 중이다. 현재 라스베이거스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8위팀 애틀랜타 드림과 1.5게임차 경쟁을 하고 있다. 연승을 달린 덕분에 10위 시카고 스카이와는 간격을 벌린 상태. 일정상으로는 홈경기가 더 많이 남은 애틀랜타 드림이 유리해 보이지만, 라스베이거스의 마지막 4경기 중 3경기가 홈경기이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여부는 8월까지 지켜봐야 한다. 대표팀에 가겠다고 빼달라고 말할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는 의미다. 


“플레이오프 탈락하면 남은 시즌은 의미가 없지 않은가”라는 말도 있다. 그렇다면 국내 지도자들이 늘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 ‘마지막까지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다 거짓인 셈이다.

 

또한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입장 차이에서 나온 말이라 본다. 플레이오프 탈락이 확정된 것이 배움과 경험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개 이 정도 위치에 있는 젊은(혹은 어린) 선수들에게는 오히려 시즌 막바지가 자신을 어필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 출전시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박지수가 부딪치며 배워갈 매치업 상대는 세계에서 농구를 가장 잘 한다는 선수들만 모인 WNBA 선수들이다.

 

선수 개인의 기량 발전뿐 아니라 더 나아가 WNBA에서 롱런하기 위한 발판을 삼기에는 더 중요한 시기다.

 

물론 WNBA에 진출한 것은 박지수의 개인의지이며, 남북 단일팀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을 앞둔 한국여자농구 입장에서는 김단비, 강아정 등 부상당한 주력 선수 대신 중심을 잡아줄 스타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신임 총재 취임과 함께 좋은 분위기 속에서 차기 시즌을 맞는 것도 뜻 깊을 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대표팀의 선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한국여자농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성적보다는 유망주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좋은 컨디션으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물에만 가둬두기에는 너무 아깝다.

 

한국여자농구선수가 WNBA에서 뛰는 건 박지수가 2번째. WNBA 진출선수는 정선민(신한은행 코치)가 처음이었으나, 주전으로 출전하는 등 이렇게 역할을 부여받은 건 박지수가 처음이다. 1985년,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NCAA 토너먼트 파이널 포에 진출했던 이은정 코치 이후 한국여자선수로서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문규 감독은 10일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들어와서 더 기량을 쌓은 후 다시 나가는 것도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지만, WNBA나 해외 명문리그가 원하면 들어오고, 다녀오고 싶다고 다녀올 수 있는 무대는 아니다.

 

현재 여자농구대표팀의 구체적인 플랜은 존스컵 뿐이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그 외에는 남중, 남고 정도와의 연습 경기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박지수는 대표팀에 합류해서도 풀타임에 가까운 시간을 소화하게 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뒤에는 FIBA 여자농구월드컵이 있고, 그 뒤에는 다시 박지수가 35분 이상을 소화할 새로운 WKBL 시즌이 기다리고 있다. 어찌 보면 가혹한 일정이다. 

 

모두가 기대하는 메달 획득도 만병통치약이 못 된다. 남녀 농구 모두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흥행을 기대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다음 시즌 관중은 줄었고, 그렇다고 ‘농구=금메달’이 학교팀 창단 및 저변 확대로 이어진 것도 아니다. 그저 기념사진과 행정가들 이력이 한 줄 더 생긴 것 외에 농구계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된 부분이 없었다. 단 한 번의 사례로 너무 극단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을까 싶어 남자농구대표팀이 금메달, 여자농구대표팀이 (아깝게) 은메달을 따냈던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도 찾아봤지만, 2002-2003시즌 관중은 물론이고, 뉴스보도 집계도 2001-2002시즌보다 줄었다.

 

기자가 남북 평화와 농구 대표팀 앞길에 악담과 저주를 퍼붓는 것은 아니다. 잘 되어야 하는, 잘 되길 기도해야 하는 이슈임은 분명하다. 다만 단일팀을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 속된 말로 ‘퉁’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박지수가 부상 없이 더 성장해 WNBA 주력선수로 자리 잡고, 이것이 여자농구 유망주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과거에도 한국 농구는 NCAA 디비전 I 메릴랜드 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최진수를 불러들였다가 당사자만 곤란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당시 개리 윌리엄스 감독의 만류에도 불구, 대표팀 차출에 응했으나 최종엔트리에 탈락하면서 학교와 감독측에 미운털만 박혔던 일이 있다. 학점 이수 또한 차질이 있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학기를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칼이 되어 돌아왔던 것이다. 물론 이것이 최진수를 정체기로 이끈 결정적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NCAA 무대에서의 앞길에 지장을 준 것은 사실이다.

 

박지수는 최진수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서 정규멤버로 자리 잡은 유망주다. 현재 대표팀 상황과 박지수의 기량을 본다면,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될 일은 없겠지만, 현지의 팀 정서도 이해해야 한다.

 

선수의 컨디션과 미래를 생각해본다면, 아시안게임 성적 욕심이나 체면치레를 위한 ‘급차출’보다는 FIBA 월드컵을 겨냥해 구체적인 한국여자농구 리빌딩 플랜을 짜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사진_ KRIS LUMAGUE/LAS VEGAS ACES 제공,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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