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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벤 시몬스가 슛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
김윤호()
기사작성일 : 2018-06-22 01:54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선택한 재능, 벤 시몬스에게 점프슛은 오랜 꼬리표와도 같다. 한참 주가를 올리던 와중에도 점프슛에 대한 물음표는 필수 옵션처럼 따라다녔다. 정규시즌에는 그 물음표가 크게 보이지 않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그 물음표가 시몬스의 온몸을 덮어버렸다. 미룰 수 없는 과제이지만, 숙제를 하기 전에는 문제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드리블과 슛의 불협화음

 

드리블은 잘하는데 슈팅이 떨어지는 경우를 농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NBA에서는 라존 론도가 대표적이고, 과거로 범주를 넓히면 제이슨 키드나 무키 블레이락도 해당된다. 일반적인 이유는 본인의 슈팅 매커니즘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론도는 슛을 시도할 때마다 양쪽 팔꿈치가 벌어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고, 키드는 슛이 명치와 복부 사이에서부터 올라가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슈팅에 필요한 시간이 길다. 그래서 드리블 이후의 슈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어렵다.

 

그런데 시몬스는 비단 점프슛만이 문제가 아니다. 드리블 이후의 레이업이나 러닝 훅슛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한 마디로 시몬스의 드리블은 득점에 적합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며, 드리블과 슛 사이의 연결 고리가 미약하다는 의미이다. 시몬스가 이토록 미약한 연결 고리를 갖게 된 까닭은 단순하다. 시몬스는 항상 드리블을 크게 치기 때문이다.

드리블을 크게 친다는 건, 공을 바닥으로 튀기는 높이가 높다는 의미이며 드리블할 때의 팔 궤적이 크다는 의미이다. 드리블을 크게 치면, 작게 칠 때보다 가속을 내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속공을 시작할 때 선수들의 의식적으로 공을 최대한 앞으로 던지듯이 드리블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실제로 시몬스가 자주 활용하는 공격 패턴 중 하나가 하프코트 상황에서 수비와 멀찍이 떨어져 있다가 가속도를 붙여서 골밑까지 드리블을 크게 쳐서 돌파하는, 이른바 갭 어택 (Gap Attack)이다. 시몬스의 팀 필라델피아는 3점슛의 비중이 높아서 상대 수비가 넓은 간격으로 서 있기 때문에, 가속도와 타이밍만 주어지면 언제든지 상대 수비 사이를 파고들 수 있다. 골밑까지 순식간에 파고들면 사실상 무주공산이므로, 그 때는 덩크를 하든 레이업을 올려놓든 다 들어간다.

 

하지만 수비가 계속 드리블을 방해하면서 따라오면, 그 때는 가속도를 붙인 드리블이 본인의 발목을 잡게 된다. 드리블을 멈추고 슛을 쏴야 하는데, 공을 크게 치면서 가속도를 붙이면 원하는 시점에 드리블을 멈추기가 어렵다. 게다가 원치 않게 드리블을 멈춘 상태에서도 수비가 계속 붙어 있으면, 그 다음 동작으로 이어지기 힘들어진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주변의 팀원에게 죽은 패스를 건네주는 것밖에 없다.

 

드리블이 너무 크다보니, 상대 수비가 북적이는 페인트존에서 레이업을 자연스럽게 올리지 못하거나 돌파 도중에 엇박자로 슛을 하는 장면이 자주 노출되었다. 의도한 장면도 있었지만, 본인이 드리블을 제대로 멈추지 못한 상태에서 억지로 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드리블이 크면 공을 잡을 때 자신의 몸으로부터 먼 곳에서 잡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드리블을 할 때 가속도에 치중하다보면 정확하게 스텝을 밟기 쉽지 않다. 스텝을 제대로 밟지 못하면 자연히 슛의 정확도가 낮아진다. 힘이 정확하게 실리지 않고, 방향이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드리블과 슛 사이의 불안한 연결고리, 이로 인한 부정확한 슛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는 없다. 시몬스의 정규시즌 야투율은 54.5%였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48.8%까지 떨어졌다. 페인트존 안에서 시도하는 슛이 8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어설픈 마무리 능력이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셈이다. 더구나 수비가 강하게 붙다 보면 안정적으로 공을 잡지 못하고 급하게 공을 잡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트레블링에 걸리기도 하고 레이업 시작 지점이 너무 멀어서 어설픈 스쿱 샷을 시도하기도 한다.

 

시몬스의 큰 드리블은 오픈 코트에서는 위력적이나, 하프 코트에서는 생각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슛으로 이어지는 동작이 어설프다보니 드리블 이후의 선택은 오직 패스밖에 없다. 패스로만 이어지는 드리블은 수비를 전혀 위협하지 못한다.

 

시몬스는 왼손잡이가 아니다

 

바스켓볼 레퍼런스에서는 시몬스를 왼손잡이로 분류하고 있다. 드리블을 왼손으로 주로 하고 슛을 왼손으로 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근본적 의문을 제기한다. 시몬스는 진짜로 왼손잡이일까?

 

드리블만으로는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분류하기 쉽지 않다. 양손으로 드리블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개 슈팅하는 손이나 레이업을 주로 올리는 손으로 구별하는 게 일반적이나 시몬스는 왼손 드리블은 많이 해도 왼손 레이업을 자연스럽게 시도하지 못할 뿐더러, 왼손 레이업을 의도한 돌파를 별로 하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몬스는 오른손잡이이다. 일단 그의 슛을 보면, 왼손으로 슛을 할 상황에서도 오른손으로 슛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테면 오른쪽 45도 지점에서 왼손으로 돌파한 후에 왼손으로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른손으로 슛을 올리는 장면이 자주 나왔다. 게다가 오른손으로 꽂는 덩크슛도 심심치않게 나왔고, 러닝 훅슛은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쏜다. 오른손으로 쏘는 슛이 더 편해 보인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그가 경기 전에 왼손으로 3점슛을 연습하는 장면이나 자유투를 쏘는 장면을 보면 기본적인 매커니즘이 잡혀있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들도 보인다. 공을 받치는 손이 공을 확실하게 잡지 않아서 오히려 같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이고, 팔로스루 동작에서 왼손이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상체가 습관적으로 뒤로 젖혀져서 비거리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 시몬스는 여전히 왼손으로 쏘는 슛이 어색하다. 그러니 정규시즌 자유투 성공률도 56.0%에 그쳤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시몬스가 패스할 때 사용하는 손이 오른손이다. 농구에서 가장 안전한 선택은 패스이다. 사람은 안정적인 선택을 실행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행동을 실행한다. 다시 말해, 안전한 패스를 할 때는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손을 사용한다. 시몬스는 그 안전한 손이 왼손이 아닌 오른손이다. 실제로 시몬스가 원 핸드 패스로 만들어낸 어시스트 장면을 보면, 왼손보다 오른손을 더 많이 사용한다. 오른손잡이 선수가 왼손 드리블 비중이 높은 경우는 있어도, 왼손 패스 비중이 높은 경우는 없다.

 

시몬스는 명백한 오른손잡이이다. 하지만 왼손 드리블의 비중이 높다 보니, 자연스레 왼손 드리블에 따른 스텝을 밟는다. 왼손잡이의 스텝을 밟으면서 오른손으로 슛을 시도하다보니, 엇박자가 될 수 밖에 없다. 엇박자로 슛을 쏘는 의도는 상대의 타이밍을 속이기 위함인데, 시몬스의 엇박자 스텝은 자기 자신까지도 혼돈에 빠뜨린다. 매번 박자가 어긋나기 때문에, 그만큼 본인에게 맞는 리듬을 찾기도 어렵다.

 

Finishing Touch가 우선 과제

 

어쨌든 시몬스가 슛을 장착해야 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다. 그런데 미드레인지 점프슛도 제대로 못 쏘는 선수가 1년 만에 3점슛을 장착해서 나타날 수는 없다. 슛이 단기간에 좋아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시몬스가 해야 할 일은 골밑에서의 마무리 능력을 끌어올리는 일이다. 물론 올 시즌 시몬스의 골밑 야투율만 놓고 보면 이 얘기가 틀릴 수도 있다. 올 시즌 골밑에서의 야투 성공률이 73.3%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덩크슛 때문에 만들어진 수치이며, 레이업 성공률만 놓고 보면 58.6%밖에 되지 않는다. 참고로 르브론 제임스의 올 시즌 골밑 야투 성공률은 76.8%인데 레이업 마무리 성공률은 68.8%이다. 골밑 야투 성공률은 엇비슷하지만, 질적 차이가 명확하다.

 

골밑 마무리를 잘해야 상대 수비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고, 슛을 시도하거나 패스할 공간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다. 골밑 마무리가 좋으려면, 돌파에 이은 레이업을 능숙하게 성공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왼손 돌파에 이은 왼손 레이업 능력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이다. 왼손으로 돌파하는 선수가 왼손 레이업의 비중이 높지 않으면, 공격력을 향상시킬 수 없다.

 

레이업 동작이 자연스러워지려면, 공을 잡은 후의 스텝이 개선되어야 한다. 첫 스텝은 길게 잡되 두 번째 스텝은 짧게 놓아서 안정적인 레이업 자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시몬스는 항상 드리블을 크게 치다보니, 레이업을 쏠 때의 스텝도 항상 길게 가져가는 성향이 강하다. 공을 올려놓기 전의 스텝이 길면, 자세가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스텝이 길면, 공을 잡는 지점도 골대과 멀어질 확률도 높다. 스텝을 길게 놓기 위해 일부러 골대에서 멀리서 공을 잡는 전략인데, 이는 오히려 레이업을 올려놓기 위한 정확한 거리를 잡지 못하는 부작용만 낳는다.

 

오른손으로 쏘는 슛을 위한 오른손 드리블 및 오른발 스텝 연습도 필요해 보인다. 오른손으로 쏘는 슛이 기복없이 성공하려면, 안정적인 오른발 스텝이 선결 과제가 된다. 발과 손이 따로 놀기 때문에, 슛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왼손 드리블을 치면서 오른발 스텝을 밟으려 하다 보면 트레블링에 걸릴 위험성도 높기 때문에, 오른손 드리블에 이은 오른발 스텝을 활용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

 

마지막으로, 자유투만큼은 왼손이 아닌 오른손으로 쏘는 게 합리적이다. 클리블랜드의 트리스탄 톰슨은 왼손잡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유투는 오른손으로 시도한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률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오른손이 익숙한 시몬스의 입장에서는 오른손 자유투가 그렇게 어려운 과제는 아니다. 자유투 라인에서 오른손으로 슛을 시도하는 연습부터 실행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시몬스에게는 늘상 드리블과 슛의 불협화음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었다. 과연 그 꼬리표를 조금씩 떼어나갈 수 있을까? 습관을 바꾸는 일인 만큼, 시몬스는 매년 여름의 오프시즌이 중대한 시간이 될 것이다.

 

프로필_
가드/포워드, 1996년 7월 20일생, 208cm/104kg, LSU 대학, 2016년 1라운드 1순위

 

# 사진_나이키

#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월간 점프볼 6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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