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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차 통계로 살펴보는 외국선수 제도변화
김윤호 (subradio@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8-05-06 21:06

[점프볼=김윤호 칼럼니스트] 차기시즌부터 KBL에서 뛰는 외국선수의 신장 규정이 바뀐다. KBL 출범 이후 외국선수 제도는 여러 차례 손질되어왔지만, 이번만큼 논란이 커진 적은 없었다. 모든 외국선수의 키를 2m 이하로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것이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는 점은 올 시즌의 통계만으로도 입증이 가능하다. 2m 이하의 선수 풀에서 흥행거리를 찾는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 퍼포먼스의 중심은 장신 외국인

 

올 시즌 경기의 70% 이상인 38경기 이상을 출전한 선수들의 Advanced Stats, 즉 2차 통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장신 외국인들의 몫이다. 올 시즌 PER 순위를 매기면 아래와 같다.

 


팀을 이끄는 외국선수는 장신이다. 잠깐의 화려함은 단신 선수들이 더 많이 보일 수 있겠으나,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건 장신들이었다. 게다가 상위 5명 중 2명은 2m가 넘는다. 심지어 올 시즌 외국선수 MVP가 된 디온테 버튼(원주DB)의 PER은 24.8로 전체 7위이다. 올 시즌 최고의 센세이션을 일으킨 단신 외국인이라 해도 장신 선수들의 생산성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애런 헤인즈와 리카르도 라틀리프의 사례가 있다고는 하나, 2m가 안 되는 선수 중에 저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그들은 KBL에서 5년 이상을 뛴 장수 외국선수들이다. 헤인즈는 KBL에서만 5개의 팀을 거치며 10년을 뛴 베테랑이고, 라틀리프는 대학 졸업 후 프로 생활을 줄곧 한국에서만 해왔다. 한국 무대에서 가장 적응을 잘했고, 심판들의 오심 지뢰밭도 교묘하게 빠져나가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단신 외국선수들은 대체로 PER이 장신 외국선수들보다 떨어진다. 그만큼 그들의 생산력이 실제로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단신 외국선수들은 대부분 기복이 심하거나, 턴오버가 많아서 경기의 흐름을 망치다 보니 PER이 높게 나오기가 힘들다. KBL은 단신 선수들이 가져다줄 수 있는 화려함이 재미로 연결되길 기대하고 있지만,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 현실이 화려하지는 않다.

 

‘대체 선수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VORP(Value Over Replacement Player) 기준으로 살펴보면 결론이 더 명확해진다. 단신 외국선수들의 VORP는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다. 심지어 국내 선수들보다 낮은 경우도 제법 있다.

 


놀랍게도 맥키네스와 에밋 사이에는 오세근 (9위)이 있고, 피터슨과 에드워즈 사이에는 두경민 (15위), 함지훈 (16위)이 위치해 있다. 커밍스 바로 위에 랭크된 선수는 이정현 (19위)이다. 국내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단신 외국선수들의 가치 생산력이 독보적으로 뛰어나지는 않다. 더구나 이들은 가끔 어이없는 실수나 무리한 플레이로 승부에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코칭스태프 입장에서 이들이 대체 불가능할 정도로 절실한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고교 시절에 카이리 어빙과 비교될 정도의 가드 유망주였던 조쉬 셀비(전 전자랜드)는 36경기동안 PER 18.5에 VORP 0.6에 그쳤다. USG%가 34.2%일 정도로, 팀 공격에 관여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저효율에 가깝다. KBL이 원하는 화려함이나 폭발력은 분명 보여줬지만, 그만큼 팀에 도움이 안 되는 플레이도 수없이 저지르며 경기를 그르치며 팬들의 원성까지 샀다. KBL 경기가 화려해야 한다는 뜻이 아무리 굳건하다고 해도, 감독의 입장에서 팀 분위기를 와해시키는 저효율 선수를 데리고 있기란 고역에 가깝다.

 

팀 승리와 직결되는 퍼포먼스는 장신 선수들의 몫이다. 감독의 입장으로 보나, 같이 뛰는 국내 선수들의 입장으로 보나, 장신 외국선수들과 같이 뛰는 게 더 편하다. 조니 맥도웰 정도를 제외하면 역대 KBL의 장수 외국선수들이 모두 장신이었다는 점은 절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이들을 포기하고 더 작은 빅맨을 데려온다고 해서 비슷한 수준의 성과를 보여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저들의 수준을 대체할 수 있으면서도 키가 더 작은 선수를 수급하려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만 한다.

 

200cm의 빅맨, 186cm의 가드 찾기가 쉬운가?

 

앞에서 이야기했듯, 2m 이상의 장신 외국인들의 팀내 비중은 상당히 높다. 그런데 구단들은 이들을 내보내고 신장 200cm 이하의 빅맨을 수급해야 한다. 게다가 단신 외국선수의 키도 186cm로 제한된다. 이것 때문에 감내해야 할 고통 역시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 NCAA나 중동, 중국 등에서 뛰는 선수 중에 신장이 2m가 채 안 되는 빅맨을 찾으려면 각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수 개월 내내 해외를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설사 어딘가에 있다고 해도, 감독이 원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선수가 그 중에 얼마나 있겠는가? 전 세계 어디를 돌아다녀도 대부분의 단신 빅맨들은 함량 미달에 가깝다. 눈에 띄게 힘은 센데 몸이 둔하거나, 발은 빠른데 버티는 힘이 없거나 둘 중 하나다. 무엇보다 키가 2m인데 프로 무대에서 주전 센터를 수행하는 경우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당장 중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올 시즌 중국 CBA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 키가 200cm 이하인 센터는 딱 1명이다. 그마저도 중국 선수인 장천준(산동 골드 스타스) 이다. 200cm 이하의 포워드로 확장해 보아도, 외국인은 1명뿐인데, 다름 아닌 이란의 베테랑 포워드인 사마드 니카 바라미이다. 심지어 바라미는 키가 198cm이지만 스몰포워드이기 때문에 빅맨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이것만 보더라도 스카우트들의 검색 범위가 상당히 좁아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5~200cm의 외국선수를 찾으려면 결국은 빅맨이 아닌 포워드 위주로 찾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자랜드처럼 포워드만 많고 빅맨이 없는 팀이라면, 브랜든 브라운과 재계약을 추진하거나 함량 미달의 단신 빅맨을 찾을 수밖에 없다. 브라운이 자유계약 체제에서 재계약을 승낙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안 되면 단신 빅맨을 찾아 세계 여행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국내 빅맨 라인업이 강한 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오세근을 보유한 안양 KGC나 하승진을 보유한 전주 KCC는 상대적으로 장신 외국인이 그렇게 절실하지는 않다. 올 시즌 국내선수 PER 1위가 오세근 (23.3), 2위가 하승진 (17.7)이라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골밑을 담당할 국내 선수가 모자란 팀들은 생산성이 좋은 장신 외국인을 구해야만 전력 누수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마저 키가 어중간하다면 그 팀은 시즌 내내 골밑의 구멍을 안고 가야 한다. 

 

186cm의 가드 찾기도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신장 제한이 6cm나 더 낮아지다보니, 단신 외국선수는 가드밖에 구할 수 없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어서 이제는 가드들도 예전보다 키가 많이 커졌다. 당장 중국 무대를 보더라도, 득점 랭킹을 휩쓰는 외국인 가드들 대부분 키가 190cm를 넘는다. 중국 프로농구의 프로필 키의 상당수가 신발을 신고 잰 키라고 하나, 맨발 신장 186cm 미만을 찾기는 여전히 어렵다. 그만큼 예전처럼 단신 가드들이 득시글대는 시대가 아니다.

 

물론 작년의 키퍼 사익스, 올해의 Q.J. 피터슨처럼 키가 180cm가 안되더라도 폭발력이 있는 단신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화려함과 효율성을 동시에 기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신 외국인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화력을 보여줬던 안드레 에밋이나 테리코 화이트의 키는 192cm였다. 그들은 가드보다는 스윙맨에 가깝다. 키 186cm 이하라는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들의 위력에 비할 만한 가드를 발굴할 수 있을까?

 

미국 NCAA에서 NBA 진출에 실패하는 가드들의 유형을 나눠보면 보통 키가 너무 작거나, 슈팅이 안 되거나, 운동능력이 부족하거나,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하지만 설령 키가 작아도 운동능력이 매우 뛰어나거나 슈팅능력이 뛰어나다면, 분명 NBA나 유럽 무대의 부름을 받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을 제외하고 남은 단신 가드들의 상당수는 슛이 불안하거나, 탄력이 눈에 띄지 않는 가드들이다. 그들은 KBL 감독들의 기대는 물론 농구 팬들의 기대치 역시 충족시키기 어렵다. 2차 통계 순위에서도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무조건적인 화려함은 껍데기이다

 

2차 통계를 활용하는 원론적인 이유는 이면의 실속을 따져보기 위함이다. 겉으로는 화려해보여도 속이 부실하다면, 그 선수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2차 통계는 실속을 가리는 척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2차 통계로만 보더라도, KBL의 신장 제한 개정은 구단들 입장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의 공수를 책임지는 장신 선수를 모든 팀들이 강제로 포기하고 새 빅맨을 찾아야 한다. KGC가 데이비드 사이먼의 위력을 온전히 대체할 단신 빅맨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애런 헤인즈가 없는 SK는 팥 없는 찐빵과도 같다.

 

단신 외국인들의 화려함은 분명 흥행에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만 쫓기 위하여 강제로 신장 규정을 바꿔버리면, 실리를 따져야 하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신세이다. 실속 없는 화려함은 일시적 진통제와 같다는 것을 농구 팬이나 감독들은 잘 알고 있다. 2차 통계는 신장 제한 개정의 불합리함을 충분히 보여줬다. 하지만 못 본 건지, 아니면 안 본 건지, KBL은 팩트를 외면하고 공상을 쫓고 있다.


사진_ 유용우 기자
KBL 2차 통계_ 남재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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