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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독,선수가 말하는 필요한 식스맨이 되는 방법
편집부(subradio@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8-04-28 01:21

[점프볼=편집부] 한 팀의 경기 출전 가능 선수는 총 12명이다. 교체가 자유롭고 제한이 없는 농구에서 한 경기 200분을 선발 5명과 식스맨 7명이 나눠가진다. 주전 5명에게 출전시간 대부분이 몰린다. 나머지 7명은 그 남은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코트에 들어선다. 기량을 뽐내기에는 출전시간이 짧다. 그 기회라도 붙잡아서 살아남아야 식스맨이 될 수 있다. 부상만 아니라면 당연하듯 출전 기회가 주어지는 주전과 달리 식스맨은 많은 고민 속에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식스맨의 자질 : 감독의 시선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식스맨일수록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선수마다 장기가 있다. 슛이 필요해서, 리바운드가 필요해서, 수비가 필요해서 경기에 나간다. 그 장점을 살리는 수비나 공격을 할 때 작전 수행 능력이 있어야 더 클 수 있다”며 “얼마나 열정이 있고, 갈망하느냐도 중요하다. 이 상황(식스맨)을 이겨내서 뭔가 만들어내려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작전수행능력과 열정을 식스맨의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자신이 가진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가장 기본은 슛이다. 슛은 만들어 주기 쉽지 않지만, 다른 건 만들어줄 수 있다”며 “전성현도 슛만 쏘는 선수라서 안 된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잘 한다. 연습과 준비를 얼마나 잘하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근성이다”라며 슛과 근성만 있다면 식스맨으로 키울 수 있다고 했다.

 

DB 이상범 감독은 “제일 중요한 게 준비다. 준비된 자가 기회를 잡는다. 주전보다 식스맨이 2배 이상 더 힘들다. 갑자기 코트에 나가면 2~3분 만에 숨이 두 배 이상 찬다. 그래서 갑자기 기회가 왔을 때 준비를 안 하고 있으면 소화하기 쉽지 않다”며 “팀과 자신이 해야 할 플레이에 관심을 가지고 자기 몸을 준비해야 한 번에 좋은 플레이를 가능하게 만든다. 그게 두 번, 세 번으로 이어진다. 준비 되어 있는 선수는 다르다”고 식스맨의 준비된 자세를 강조했다.

 

식스맨의 자질 : 선수의 시선

 

선수들의 생각도 감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최원혁(SK)은 김승기 감독처럼 “식스맨은 자신만의 장점이 있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슛은 좋아야 한다”며 슛을 꼽은 뒤 “식스맨은 언제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웨이트 트레이닝 등으로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신명호(KCC)는 “전술 이해도가 많이 필요하다. 식스맨은 전술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들어갈 때가 많기에 무슨 상황이 벌어졌다면 전술 이해력이 높은 선수들이 그걸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유도훈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2004-2005시즌 식스맨상 수상자인 명지대 이병석 코치는 “경기에 집중하고, 분위기나 흐름을 읽고 있어야 한다. 들어가자마자 최고의 상태로 뛸 수 있게 밖에서 몸을 풀고 있어야 한다”며 “식스맨이 들어가서 뭘 해야 하는지 알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걸 알지 못하면 전체적으로 문제가 된다. 감독님께서 ‘왜 들어가는지 알지?’라는 말씀하시지 않아도 코트에 들어가면 바로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고 선수시절을 떠올리며 이상범 감독과 추승균 감독처럼 준비를 강조했다.

 


식스맨의 역할

 

주전과 식스맨의 가르는 기준은 당연히 실력과 능력이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주전과 식스맨의 기준을 “실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잘 하면 주전으로 많은 시간을 뛴다. 그렇지 않은 선수가 식스맨 역할을 맡는다. 앞서 식스맨이 갖춰야 하는 기본 자질을 언급했지만, 감독들이 식스맨에게 가장 바라는 건 수비다.

 

김승기 감독은 “기본 수비를 쉬지 않아야 한다. 자기가 맡은 선수를 품에 안고 있어야 하고, 페인트존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페인트존을 지키면 림을 지킬 수 있다”고 식스맨의 중요한 역할을 수비라고 언급했다. 유재학 감독 역시 “기본적으로 수비를 다 파악하고, 수비를 열심히 해야 한다”며 “식스맨의 공격능력은 주전보다 떨어지니까 본인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자기가 못 하는데 다른 거 하려면 실수가 나온다. 자기가 잘 하는 것만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식스맨의 주요 역할을 수비에 뒀다.

 

이상범 감독의 생각도 유재학 감독과 비슷했다. 이상범 감독은 “주전들은 공격력이 있다. 그 뒤에 들어가는 식스맨은 공격보다 수비에 좀 더 비중을 둔다”며 “공격이 안 풀리면 슈터를 넣을 거다. 그렇지만 대부분 수비를 바라고 식스맨을 더 기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부분 팀이 그럴 거다. 우리 팀은 두경민 빼고 모두 돌려가면서 고르게 기용한다. 그래서 중심을 수비에 더 둘 수 밖에 없다”며 “선수들에게 ‘공격은 네 몫이니까 자신감있게 하라. 대신 약속된 수비를 지켜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주전의 다른 시각

 

2017-2018시즌 KBL 시상식에서 식스맨상 트로피는 김주성(DB)에게 돌아갔다. 김주성은 베스트5에 8번 선정되고, 2007-2008시즌에는 정규리그와 올스타전,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되어 KBL 첫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던 선수다. 은퇴를 앞두고 4쿼터를 중심으로 주로 출전해 DB의 강력한 뒷심의 한 축을 맡았다. 김주성이 예전 경력과 무관하게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최고의 식스맨인 건 분명하다. 다만, 다른 식스맨과 다르다.

 

김주성은 시즌 중 경기 후 공식기자회견에서 “전지훈련부터 그렇게 훈련했다. 제 역할이 3,4쿼터에 들어가는 거라서 그 때 최상의 몸을 유지하기 위해 준비했다”고 식스맨 준비 과정을 언급했다. 다른 경기에서 승리한 뒤에는 “후반에 출전하는 것에 최대한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래도 적응이 된 거 같다. 마음을 놓고 3,4쿼터에 하려고 한다. 또 디온테 버튼이 잘 휘저어줘서 득점을 해주기에 마음 편하게 들어갈 수 있다”며 “젊을 땐 주전으로 들어가도 다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 있었는데, 지금은 박빙승부에 들어가기에 수비나 리바운드 등 그런 걸 많이 하려고 한다”고 자신의 역할을 설명했다. 

 

양동근(현대모비스)도 시즌 막판 김주성과 같은 역할을 맡았다. 유재학 감독이 양동근의 체력을 고려해 경기 초반보다 승부처에서 양동근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 양동근은 선발 자리를 박경상에게 내주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때가 많았다. 양동근은 “선발과 식스맨의 별 차이가 없다. 심리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경기 준비도 똑같이 한다”며 “벤치에서 공 만지고, 자전거를 탄다. 몸 상태도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주전에서 식스맨으로 보직이 바뀌었다고 해도 팀 내 비중이 크고 출전이 당연한 선수들에게서 일반적인 식스맨이 말하는 고충을 느낄 수 없다. 송창용(KCC)은 이번 시즌 54경기 평균 딱 20분 출전했다. 출전 유형도 선발로 25경기, 식스맨으로 29경기 코트를 밟았다.

 

식스맨과 주전의 경계 위에 서있는 송창용은 “선발이나 식스맨이나 맡은 일에 충실할 뿐 별 차이가 없다”며 “선발이 아닐 때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우리 팀의 안 되는 부분을 보고 들어간다. 그걸 코트에 있는 선수들에게 말해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한다”고 했다. 이번 시즌 개막 2경기 만에 발목 부상을 당한 뒤 시즌 막판 복귀한 김선형은 주전보다 식스맨으로 출전한 경우가 더 많았다. 김선형은 “식스맨 출전은 장단점이 있다. 경기 흐름을 보고, 상대 선수의 컨디션도 파악한 뒤 코트에 들어간다”며 식스맨의 장점을 먼저 언급한 뒤 “단점은 리듬을 찾는데 시간이 걸린다. 식스맨으로 약간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들어가면 실책이나 드리블 실수 등 경기 감각이 조금 떨어진다”고 단점까지 거론했다. 이어 “식스맨으로 들어가서 잘 녹아드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선수들이 잘 받쳐줘서 주전들이 빛나는 거다. 그런 게 있더라”고 식스맨의 어려움을 이해했다.

 


스맨의 고충 ① 준비

 

먼저 나가냐, 뒤에 나가냐의 차이일 뿐 일정 시간 동안 꾸준하게 코트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은 승패에 대한 책임감을 더 느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주전과 식스맨이 경기를 뛰며 느끼는 인식 차이는 분명하다.

 

정병국(전자랜드)은 “몸이 풀려있는 상태가 아닌데 언제 나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불투명한 출전 시간을 식스맨의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다. 최원혁 역시 “언제 들어갈지 모르니까 몸과 마음을 준비해야 한다. 살짝 부담감도 있다”며 “하나의 실수가 팀에 영향을 미쳐서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신명호는 “힘든 순간 코트에 들어가는 게 힘들다. 잘 될 때 들어가면 뭘 해도 잘 된다.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면 그게 제일 어렵다. 반등의 기회가 필요한데 제가 들어가서 안 되면 그 이후에 엄청 소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게 어렵다”고 식스맨의 가장 어려운 점을 들려줬다.

 

식스맨의 고충 ② 적은 기회

 

KBL 한 팀당 국내선수 정원은 한 때 12~13명이었다. 한선교 전 KBL 총재가 D리그를 만들며 정원을 15명 이상으로 늘었다. D리그를 운영하지 않는 구단은 14명만 등록해도 된다. 외국선수 2명을 고려하면 매 경기마다 5명 이상 선수들은 벤치에도 앉지 못한다. 일부 선수들은 코트가 아닌 숙소에 남는다.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 선수뿐 아니라 포함된다고 해도 코트를 아예 밟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 중 한 명인 B선수는 “지도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몸을 풀고 있으라고 한다. 그런 준비하는 에너지의 소비도 상당히 크다”며 “오늘도, 내일도 못 뛰는 선수에게 준비하라고 한다. 그것만큼 정신과 몸이 힘든 게 없다. 그게 코트에서 40분 뛰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했다. 잠깐이라도 출전하는 식스맨은 그나마 나은 상황에 놓여 있다. 

 

A관계자는 “겉만 화려하지, 내부를 보면 체계적이지 않다. 여름에 운동하는 선수들은 주로 식스맨이다. 재활만 하던 주전들은 시즌 개막 전에 잠깐 운동하고 경기를 뛴다. 식스맨은 시즌 중 출전하지 않는 이유로 따로 운동한다. 그러면 이들은 1년 내내 운동만 하는 셈이다”라며 “평등하지 않다. 그러다가 좋은 신인 선수들이 들어오면 출전 기회가 더 줄어든다”고 현실을 비판했다. 이어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바꿀 수 있는 지도자도 있어야 한다. 감독이 아닌 중간 역할이 필요하다. 선수들이 1분을 뛸 때 자신을 각인시켜야 2분을 뛸 수 있다. 그게 또 4분이 된다. 선수들에게 그런 걸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A관계자가 설명한 예와 같은 선수가 실제로 있었다. C선수는 선발 출전 등 기회를 받았다. 그렇지만 기량보다 팀 상황이 만든 출전 기회임에도 더 많은 출전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것에 불만을 뒤에서 숙덕거리고, 표정에서도 드러냈다. 자기 몸 관리도 못할 정도로 남들보다 더 노력하지 않았음에도 자신의 부진을 남 탓으로 돌렸던 것. C선수는 그 출전 기회마저 잃었다.

 

B선수는 많은 훈련과 불만을 거론하자 “맞다. 어린 선수들은 적응을 못한다. 대학에서 경기를 많이 뛰다가 프로에서 그런 대우를 받는 상황에 부딪히면 현실 부정을 하고, ‘코트에 나가면 잘 할 수 있는데 기회가 없다’고 남 탓을 한다”며 “경력이 쌓이면 자신의 스타일과 이미지 때문에 경기를 못 뛰는 것과 훈련만 더 많이 해야 하는 걸 인정한다. 어린 선수들은 그걸 적응하고 깨우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동의했다.

 

물론 이런 경우도 있다. 이현석(SK)은 이번 시즌 3라운드까지 19경기 평균 4분 39초 출전했지만, 4라운드부터 22경기 평균 16분 29초 뛰었다. 이현석은 “1라운드 때 경기를 많이 못 뛰어서 처졌다. 생각해보면 경기를 많이 뛰던 선수도 아니었다. 부족해서 못 뛰는 거였다”며 “’출전 기회를 바라기만 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남은 경기도 많아서 기회는 언제든 온다고 여기면서 잠들기 전에 내 자신에게 자신감을 줬다”고 했다. 이어 “사실 기회가 없으면 몸도 처지게 되고, 의욕도 없어진다. 그래도 열심히 할 이유를 찾았다”며 “좋은 글귀도 봤다. 전성현(KGC인삼공사) 형과 이야기도 많이 했다. 대학 시절 비슷했기에 ‘성현이 형 정도는 할 수 있다. 저렇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고 출전 기회를 살린 비결을 전했다.

 


식스맨의 고충 ③ 심리적 부담

 

이현석은 “식스맨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역할을 잘 해야 한다. 주전은 만회할 시간도 많고 기회도 많다”며 “식스맨은 분위기와 상관없이 자기 역할을 120% 해내야 한다. 그게 차이”라고 주전과 식스맨을 정의했다. 식스맨은 몸이 덜 풀린 상태에서 코트에 들어가자마자 100% 이상 쏟아낸다. 그럼에도 언제 교체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뛰고 또 뛴다. 때문에 심리적인 압박을 주전보다 더 받는다.

 

정병국은 “솔직하게 말하면 팀 파울이 여유가 있으면 덜한데 팀 파울 상황이거나 중요할 때 들어가면 아무래도 심리적인 부담감이 있다”며 “그래도 그런 걸 생각하지 않고 제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팀에서 요구하는 게 몸이 안 풀려있어도 제 장기인 슛을 던져야 한다고 주문을 많이 하시기에 슛을 적극적으로 던지며 극복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병석 코치는 실수 등으로 빨리 교체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지 묻자 “전혀 없었다. 실수를 해도 내 잘못이니까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필요하면 더 뛰는 거고 필요 없으면 나가는 게 맞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신명호는 “다른 선수들은 코트에서 뛰며 몸이 풀려있다. 식스맨이 아무리 벤치에서 몸을 풀고 들어가도 적응하기 힘들다”며 “코트에 들어가면 최대한 열심히 하면서 초반에 무리한 플레이를 안 하려고 한다. 수비 하나부터 더 하려고 노력하고 빨리 경기에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부담감을 떨치는 방법을 설명했다.

 

식스맨이 기회를 잡는 한 단면

 

유도훈 감독은 식스맨의 기량을 끌어내는 방법을 묻자 “코치들과 트레이너에게 식스맨을 맡기고 또 그 선수들에게 숙제를 준다. 대부분 선수들은 못 올라온다”며 “나도 식스맨을 해봤다. 부족해서 경기를 많이 못 뛴다는 걸 인정하면 숙제를 풀고 (더 좋은 기량을) 만들어내야 한다. 사이드스텝이 느리면 빠르게 한다든지, 슛이 부족하며 슛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자기 개발을 해서 능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유재학 감독은 “식스맨은 비시즌이 아니면 많이 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연습경기 때 많이 내보내서 식스맨 위주로 운영한다”며 “그렇게 기회를 주면 살아남으려고 더 연습하고, 받아들이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의지를 본다. 본인이 어떤 자세를 갖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SK 문경은 감독은 좀 더 구체적으로 식스맨에게 기회를 주는 방법을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지시 사항과 임무를 충실히 이행한다면 출전시간을 보장한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최원혁과 이현석이다. 이 선수들은 본인들의 역할을 알고 코트에 들어간다. 식스맨으로서 자세도 본다. 같은 시간을 뛰더라도 눈치는 보는 선수가 있는 반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아는 선수가 있다. 자신을 보여주려는 선수와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뛰는 선수의 차이도 난다. 예를 들면 이런 것도 있다. 시즌 중 경기를 준비할 때 모든 선수들을 다 신경 쓰지 못한다. 8명에서 10명 가량의 선수들로 훈련에 집중한다. 이 때 밖에서 지켜보는 선수들의 자세를 보는데 자신은 참여하지 않는다며 흘려듣는 선수가 있는 반면, 어떤 훈련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집중하는 선수가 있다. 실수하는 선수가 나올 때 지켜보던 선수들로 교체해보면 얼마나 집중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집중하는 선수에겐 기회를 준다. 안영준도 그렇게 해서 기회를 잡았다.”

 

비시즌은 식스맨에게 기회다. 주전들과 똑같은 준비 시간이 주어지지만, 시즌 때보다 감독이나 코치의 관심을 더 받는다. 자신이 부족한 걸 충분히 메울 수 있는 여유와 많은 연습경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뛸 수 있다. 경기를 준비하는 훈련 과정도 기회의 장이다. 코트에 나선다면 자신이 가진 것보다 팀이 필요로 하는 걸 보여줘야만 조금 더 많은 경기에서 조금 더 긴 시간 동안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출전시간 보장이 식스맨을 바꾼다!

 

자신이 언제 투입될지 미리 파악하는 것도 능력이지만, 감독들이 투입시기를 미리 알리고 7분에서 10분이란 확실한 시간을 보장해주면 가진 기량을 충분히 코트에서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올 시즌 DB가 그것을 증명했다. DB는 김주성과 윤호영을 주로 후반에 활용하면서 선발 자리를 식스맨에게 내줄 때가 많았다. 선발로 나서는 선수도 상대에 따라 매번 바뀐다. 그럼에도 DB는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언제 출전할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한다. 준비하는 건 선수 몫이다. 그리고 출전시간 10분을 준다. 그럼 자기 몸을 만들어서 운동을 한다”며 “숙소에 남은 선수들도 처지는 게 아니라 자신들도 뛸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관리하고 운동을 했다”고 팀 운영방법을 설명했다. 이어 “식스맨이 들어가서 실수를 해도 바로 안 바꾼다. 출전시간 7분에서 10분을 줬다. ‘실수를 해도 빼지 않을 테니 편하게 하라. 대신 수비만 최선을 다해서 지켜라’고 했다”며 “실수를 하면 감독 속은 타지만, 선수들이 제일 미안해한다. 다른 선수들도 그걸 본다. 출전시간을 지켜주니까 더 열심히 한다”고 덧붙였다. 

 


식스맨을 위한 조언

 

A관계자는 식스맨이 자리잡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묻자 “마음가짐이 좋아야 한다. 여기에 건강한 몸”이라며 “B급 선수까지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A급은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한다. 이게 마음가짐이다”라고 했다.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대학농구리그 플레이오프 4강에 가면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일부 대학은 4강 진출 만으로도 축제 분위기에 빠져 다음 경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 이럴 경우 챔피언결정전 진출까지 끌고 가기에는 더 힘들다.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바라보는 선수가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A관계자는 이어 “개인 운동을 하라고 하면 6~7년 된 선수들은 자기 운동을 알아서 안다. 3년차 이하 선수는 대학까지 시키는 대로만 해서 자기 기량을 닦는데 필요한 운동을 모른다”며 “고참들을 보면서 운동하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원혁은 “우리 팀에 김선형 형이 모범 답안이다. 선형이 형을 유심히 본다”며 “몸은 제가 좋아서 더 잘 따라다니지만 선형이 형이 상황대처를 잘 해서 항상 물어본다. 감독님, 코치님께도 귀찮게 계속 질문 한다”고 했다. 자신이 부족하고 모르는 건 물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병석 코치는 “식스맨으로 들어갈 때 5명 다음으로 들어가는 선수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팀 전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 팀이 5명만 있는 게 아니라 전체에서 나에게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는 거다”며 “코트에서 뛰는 선수나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가 똑같은 팀인데 선발로 뛰는 선수와 별개로 ‘나는 후보선수’라고 생각하는 자체가 잘못 되었다고 본다. 먼저 뛰는 것뿐이다. 그런 선수와 자신이 다른 게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게 맞다. 한 팀이니까”라고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렇다. 결국 식스맨은 ‘서열’이 아닌, 역할일 뿐이다. 본인이 자존감을 갖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때 자신의 출전기회와 비중도 함께 늘어날 것이다. 이는 농구뿐 아닌 모든 종목,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다. 앞서 소개된 식스맨들의 사례는 일반 생활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부분이 많다.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때 진짜 주인공처럼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점프볼 DB(유용우, 이청하 기자)
#본기사는 점프볼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내용으로, 바스켓코리아 이재범 기자의 기고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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