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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신인상 양성소’ KEB하나, 내일은 MVP도 볼 수 있을까
이원희(mellorbiscan@naver.com)
기사작성일 : 2018-03-12 22:21

[점프볼=이원희 기자] 부천 KEB하나은행은 다양한 매력을 갖춘 팀이다. 일단 점수를 많이 내는 농구를 한다. 올 시즌 71.7득점으로 제법 높은 득점대를 기록했으며,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도 여러 번 연출했다.

 

모든 경기를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질 때 지더라도 박수받을 만한 경기력을 보였다. 2월 3일 KB스타즈전에서는 강아정에게 버저비터 3점슛을 허용해 아쉽게 역전패(91-93)했고, 2월 9일에는 선두 아산 우리은행을 연장전 벼랑 끝까지 몰아갔으나, 77-81로 분패했다. 두 경기 모두 KEB하나은행 선수들에게는 쓰라린 경험이었지만, 여자프로농구 팬들은 환호했다. ‘역대급 역전극’을 연달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KEB하나은행에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매 시즌 새로운 유망주를 배출했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예비스타들도 성장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신지현, 강이슬, 김이슬, 김지영 등이 대표적. 김이슬은 2013-2014시즌 신인상 수상자였고, 신지현은 2014-2015시즌에 신인상을 품었다. 김지영은 2016-2017시즌에 신인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더블더블’을 기록한 박지수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다. 만일 박지수가 1년 만 늦게 데뷔했다면, 아니 김지영이 1년 만 더 일찍 그런 활약을 보였다면 신인상 수상자는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그만큼 김지영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처럼 KEB하나은행은 매 시즌 눈에 띄는 새 얼굴을 배출하며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다만, 그 성장세가 ‘꽃’을 피울 시기가 언제인가가 중요하다. 2016-2017시즌과 2017-2018시즌에는 ‘졌지만 잘 싸웠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경기가 참 많았다. 그러나 이것이 반복되다보면 결국 지칠 수밖에 없다.

 

 

 

KEB하나은행, 유망주 양성 비결은 팀 환경덕분

 

KEB하나은행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앞서 말했듯 ‘젊고 건강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젊은 선수들이 ‘조금만 더 하면 뛸 수 있다’는 목표의식이 쉽게 형성되는 팀 환경을 가지고 있다. KEB하나는 주장 백지은과 염윤아가 1987년생으로 팀내 나이가 가장 많다. 박언주가 1988년생으로 두 번째다.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1990년대 생이다. 선수단 대부분 나이차가 크지 않고 실력도 비슷하다. 확고한 주전선수가 없어 경쟁이 치열하다. 언제든지 주전으로 올라설 수 있고, 또 주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방심할 수도 없다. 김지영도 2015-2016시즌 4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지난 시즌에는 35경기를 뛰었다. 한 시즌 만에 팀 내 위상이 달라졌다. 이환우 KEB하나 감독은 “우리 팀은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다. 뛰는 농구가 우리 팀 컬러다. 이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누구든 출전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지만 선수들이 경험을 통해 실력이 누적되지 않겠나.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이슬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에이스로 성장했다. 강이슬은 만 24세로 6개 구단 대표 에이스 중 가장 젊다. 농구 관계자들은 강이슬이 KEB하나에서 뛰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성장하기 쉽지 않았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보통 어린 선수들이 제대로 된 기회를 잡기 위해 5시즌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강이슬의 경우 데뷔시즌이었던 2012-2013시즌 8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2013-2014시즌에는 24경기(평균 8분56초)를 소화했다. 데뷔 2년차에 전문 식스맨으로 성장했고, 2014-2015시즌부터는 주전으로 자리 잡아 쭉 35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강이슬은 “제 또래 선수들에 비해 출전기회를 빨리 얻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팀의 에이스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린 나이에 무거운 역할을 맡아 힘들기도 하지만, 그것마저도 제 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조한 팀 성적도 KEB하나은행의 선수구성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KEB하나은행은 팀 역사상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나간 적이 없다. 첼시 리가 ‘혈통 사기’를 벌였던 2015-2016시즌은 기록이 삭제됐다. 이에 앞서 신세계에서 ‘하나외환’으로 운영 주체가 옮겨갔던 시점에도 선구 구성은 썩 좋지 않았다. 에이스 역할을 해오던 김정은도 부상으로 신음했고 박하나와 같이 유망주들을 잘 키워놓고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타 팀에 내줬다. 이는 곧 성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대신, 그들은 신인드래프트에서 높은 확률로 좋은 신인을 영입했다. 대표적인 선수가 강이슬과 신지현이다. 강이슬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신지현은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KEB하나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열린 신인드래프트에서도 KEB하나은행은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숙명여고 출신 최민주를 지명했다. 최민주는 좋은 신체조건을 가진 포워드다. 이환우 감독은 “운동능력이 좋고 공격 능력이 있다. 수비만 갖추면 더 좋아질 것이다. 팀에 필요한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최민주에게 기대감을 드러냈다. ‘될성부른 떡잎’은 차고 넘쳤다. 덕분에 KEB하나는 유망주 발굴과 내부 육성에 집중할 수 있었다. 충분한 출전시간마저 주어지면서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제대로 붙었다.

 


백지은·염윤아의 절실함을 배우길

 

보고 배울 수 있는 언니들이 있다는 점도 유망주들에게 좋은 기회다. 최고참 백지은과 염윤아에게는 절실함이 있다. 백지은은 방출 경험까지 겪은 선수였다. 한동안 프로 경력이 중단되었다가 2013-2014시즌, 3시즌 만에 프로무대로 돌아왔다. 2007-2008시즌에 1군으로 데뷔했던 염윤아는 6시즌 동안 후보 설움을 겪었다. 2016년 1월 26일 삼성생명전에서 프로 처음으로 경기 수훈선수에 꼽혔다. 당시 염윤아는 한 번도 인터뷰를 해 본 경험이 없어 인터뷰실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두 선수는 스스로를 믿고 노력한 끝에 당당히 주전 선수로 올라섰다. 프로에 대한 고마움, 후배에 대한 배려, 언제나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실력과 사람 됨됨이를 동시에 갖춘 선수들로 꼽힌다. 이들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린 선수들 입장에서는 좋은 선생님들을 옆에 두고 프로답게 성장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셈이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는 성적이다. 그간 대형 유망주들을 모으고 키워냈지만, 원하는 결과는 내지 못했다. KEB하나는 지난 시즌에도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펼치다 최하위로 리그를 마감했다. 올 시즌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어린 선수들이 주로 뛰면서 팀 전체적으로 기복이 있었고, 신지현, 김이슬 등 부상자도 속출했다.

 

KEB하나은행을 지도했던 박종천 KBSN 해설위원은 “여자프로농구 6개 구단 가운데 기대가 되는 팀은 단연 KEB하나다. 경기력이 돋보인다. 김정은과 허윤자, 베테랑 선수들이 나가는 대신 강이슬, 염윤아, 백지은 등 새로운 선수들이 자리를 잡았다. 경기 막판에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수비에 조금 더 신경 써준다면 충분히 위기를 넘길 수 있는 팀이다. KEB하나은행은 성적만 좋아진다면 여자프로농구의 이슈를 만들 수 있는 팀이다”라고 전망했다. 조성원 해설위원도 “감독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줬으면 한다. KEB하나은행은 감독이 자주 바뀌는 팀이다. 운동을 아무리 잘해도 팀 색깔이 변하기 때문에 적응하는 데 힘들 수밖에 없다. 지금 이환우 감독도 잘하고 있다. 계속 믿고 밀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이환우 감독은 팀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에이스를 원한다. 신인상이 아닌 리그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MVP말이다.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강이슬이다. 강이슬은 KEB하나의 에이스지만, 아직 박혜진(우리은행), 김단비(신한은행)와 비교해 기복이 있다. 이환우 감독은 “에이스라면 승부처에서 힘을 내줘야 하는데, 강이슬은 아직 들쑥날쑥한 부분이 있다. 본인이 헤쳐 나가야 한다. 디테일과 밸런스 부분에 신경 쓴다면 공수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남자농구에서도 신인이 자기 자리를 찾는 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고등학교만을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온 여자선수들은 성장에 있어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조성원 감독의 말처럼 KEB하나은행이 ‘인내’를 갖고 발전을 지원하고 기다려야 할 것이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을 믿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팀을 바라봐야 한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주어지는 시간과 기회에 만족하기보다는 더 올라서고자 독기를 품어야 한다. 다른 팀에 비해 자가 발전에 유리한 환경에 있는 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도 플레이오프에선 탈락했어도 강이슬이 30+득점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였다. 또 각자의 장점과 개성이 뚜렷하다. ‘대체불가’ 자원이 되기에 충분한 장점들이다. 따라서 이환우 감독과 코칭스태프 역시 이 색깔을 어떻게 해야 잘 버무려 KEB하나은행의 팀 색깔을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KEB하나은행이 ‘신인상 사관학교’가 아니라 올스타 사관학교, 혹은 MVP 사관학교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의 길고 긴 도전과 시련이 언젠가는 ‘봄 농구’로 보답 받을 수 있길 기대한다.
 
# 사진=WKBL 제공, 점프볼 DB(유용우 기자)
# 본 기사는 점프볼 2018년 3월호에 실린 내용을 일부 각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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