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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감독들에게 외국선수 제도 폐지를 묻다
이원희(mellorbiscan@naver.com)
기사작성일 : 2018-01-16 09:07
[점프볼=이원희 기자] 여자프로농구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외국선수 제도를 논하기 위해 여섯 구단 감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보았다. 외국선수 제도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다.

올 시즌부터 WKBL은 외국선수 기용 쿼터를 확대했다. 2명을 보유하며 3쿼터에 한 해 2명이 모두 출전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것이다. 변화를 준 이유는 간단하다. 좀 더 공격적인 농구를 보이기 위해서다. 그러다보니 예상됐던 문제가 발생했다. 국내선수들의 비중은 줄고, 외국선수 의존도만 높아진 것이다. 국제경쟁력, 더 나아가 한국여자농구 미래를 생각해보면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다. 외국선수 비중을 축소시키고 국내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이유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면 자연스레 국내선수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출전시간도 늘어나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외국선수들을 스카우트하고 영입할 비용을 유소년 농구에 투자하는 것도 여자농구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그렇다면 과연 외국선수 폐지가 진정한 답이 될 수 있을까. 먼저, 감독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잡지 점프볼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YES. 외국선수 제도 폐지해야 한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국내선수 성장을 위해 도입 필요

위성우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가 더 성장하기 위해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선수의 출전시간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방식으로, 시간을 두고 제도를 폐지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당장 올 시즌 3쿼터에 외국선수 둘이 출전하면서 국내선수들의 자리가 매우 좁아졌다. 외국선수 의존도를 점점 줄이고, 끝에는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야 국내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할 수 있다.”
 
위성우 감독이 이처럼 제도 폐지를 찬성하면서도 ‘점진적으로’라는 조건을 내건 이유가 있다. 국내선수들의 실력에 대한 걱정이었다. “실력이 뛰어난 여자선수들이 많지 않아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국내에는 신장이 좋은 선수들이 많지 않다. 많은 팀이 외곽에서만 플레이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실력이 좋은 국내선수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선수들이 많지 않다. 프로리그라고 하지만, 수준 이하의 경기력만 보여주지는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은 이런 문제점을 안고 가더라도 외국선수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김영주 KDB생명 감독
외국선수만 바라보게 된다

김영주 전 감독 역시 여자농구대표팀을 이끌고 여러 차례 국제무대에 나섰다. 2013년에는 윌리엄 존스컵 대표팀을 맡았고, 2014년에는 FIBA 세계 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다. 김영주 전 감독은 리그가 외국선수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국내선수들이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고 했다. 많은 감독이 승부처만 되면 외국선수들을 먼저 찾게 되기에, 국내선수들이 결정적일 때 공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승부처에서 활약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경험이 부족해지고, 이 여파가 국제무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김영주 전 감독은 “외국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돈의 일부를 국내선수 육성에 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현재 여자프로농구는 외국선수들로 인해 경기가 결정되고 있다. 국내선수들이 위축되고, 외국선수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센터의 경우 국내선수들이 뛸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다. 국내선수들도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외국선수들 때문에 그 역할이 줄고 있다. 감독들도 외국선수들만 찾는다.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다. 한국 여자농구가 국제무대에서 고전하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깝다”

김영주 전 감독도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면,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영주 전 감독은 “언제까지 외국선수들만 믿고 리그를 운영할 수는 없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 국내선수들의 기량과 경험을 향상시켜야 한다. 국내선수들도 여러 가지 상황에 부딪히면서 성장해야 한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 손해를 보는 팀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선수들을 위해 길게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임근배 삼성생명 감독 
그 돈으로 대학농구 지원하자

임근배 감독은 최근 여자농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고, 그 돈을 대학에 지원한다면 여자 대학농구부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많은 대학교가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최근 한림성심대가 운영자금 6천만 원이 부족해 탈퇴를 고려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프로팀이 외국선수 두 명을 쓰는 데 한 시즌에 보통 4~5억이 들어간다. 그 금액의 반만 써도 여러 대학 농구팀을 지원하고, 새로운 대학 농구팀을 만들 수 있다. 대학농구는 정말 중요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에 입단하는 것보다 대학을 거치는 것이 긍정적일 수 있다. 박지수를 제외하면 어린 선수들은 3~4년 정도 프로에서 적응해야 한다. 경기에 뛰지 못하고 벤치에만 앉아 있게 된다. 하지만 대학에 가면 여러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 3년 정도 공부를 한 뒤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도 되고, 4학년 졸업반을 마치고 프로무대에 도전해도 된다. 아니면 생각이 바뀌어 공부로 전향할 수도 있다.”

임근배 감독은 경기력 측면에서 봤을 때도 외국선수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선수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올라왔을 때 외국선수들을 데리고 와야 한다. 지금은 외국선수들에 의해 경기력이 좌지우지 되고 있다. 국내선수가 좋은 우리은행이라도 실력이 부족한 외국선수가 들어온다면 힘이 들 수밖에 없다. KB스타즈와 신한은행도 지난 시즌에 비해 외국선수 전력이 좋아진 덕분에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 먼저 국내선수들의 실력을 키워놔야 팀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NO. 겪게 될 문제가 많다

신기성 신한은행 감독
프로라고 할 수 없는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신기성 감독은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로선수로 가장 최근까지 활약했던 신기성 감독은 팬들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외국선수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외국선수 제도를 당장 폐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정확한 계획을 세우고 난 뒤 외국선수 제도를 손 봐야 한다. 외국선수를 영입할 자금으로 대학교 팀을 창단, 또는 지원하거나 유소년 클럽에 투자하자는 것은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 국내선수들의 기반이 약하다. 외국선수 제도를 갑자기 폐지한다면 프로라고 볼 수 없는 경기력이 나올 수 있다. 실력이 좋은 국내선수들이 몇몇 등장할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리그가 재밌게 운영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든다. 또한 하위권 팀들이 외국선수들을 영입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 수 있다.”

이환우 KEB하나은행 감독
센터 자원 없는 팀도 있다. 선수 어떻게 보강하나

올 시즌 6개 구단 모두 외국선수 2명 중 1명은 빅맨으로 선발했다. 박지수를 보유한 KB스타즈도 장신 다미리스 단타스를 영입해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신한은행과 삼성생명도 곽주영, 배혜윤 등 좋은 골밑 자원을 데리고 있지만, 마땅한 백업 전력이 없어 외국선수 영입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그나마 이 3팀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KEB하나은행 KDB생명 우리은행은 외국선수 없이는 탄탄한 골밑 전력을 구축할 수가 없다. 특히 KEB하나은행은 김단비, 백지은 등 골밑 자원들의 신장이 176cm밖에 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신장 181cm 이하은은 경험을 더 쌓아야 하는 어린 선수다. 결국 올 시즌 KEB하나은행은 외국선수 드래프트 1순위로 이사벨 해리슨을 지명해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이환우 감독은 “외국선수 제도를 갑자기 폐지해버리면 리그 전체적으로 충격이 올 수 있다. 먼저 많은 팀이 경기력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또 팀마다 상황이 다르다. 예를 들어 센터 자원이 있는 팀이 있고, 없는 팀도 있는데 격차를 줄여나가려면 외국선수를 영입하는 방법 밖에 없다. 외국선수를 폐지하는 것보다 유소년 농구에 집중해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에게도 운동선수가 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열린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우리 팀에 들어온 최민주(아버지가 스위스인)가 좋은 예다. 혼혈선수이지만 영어를 하지 못하고 한국말만 잘한다. 한국 문화에 적응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외국학생들을 어릴 때 데려다가 일본 문화에 접하게 한 뒤 대표팀까지 키우려고 노력한다. 일단 유소년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잡고 외국선수들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덕수 KB스타즈 감독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가 우선이다

안덕수 감독도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안덕수 감독은 WKBL 데뷔에 앞서 샹송화장품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일본 농구의 시스템을 경험했다. 새로운 시선을 통해 한국 여자농구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안덕수 감독은 “외국의 경우, 기반이 탄탄한데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 외국선수 제도를 도입한다. 하지만 한국 여자농구는 기반이 부족한 상황이다. 철저한 준비 없이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버리면 여러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외국선수 제도 폐지의 대한 장단점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는 많은 외국선수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들어와 성장한 것이다. 일본은 외국선수가 7년 동안 활약하면 국내선수로 인정해준다. 외국선수 제도가 없지만,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예를 적용할 규정이 없지 않나. 이렇듯 여러 방안과 문제를 생각하며 외국선수 제도 폐지를 생각해야 한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한다고 해도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우선 유소년 농구가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또 국내선수들이 외국선수들을 상대해 봐야 국제무대에서 경험을 살릴 수 있다. 외국선수 제도를 폐지해 장점이 있을 수 있지만, 단점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IDE STORY | 전문가들의 생각은?
WKBL 재정위원이자, 유소녀 클럽을 운영 중인 차양숙 위원은 조건부 찬성을 내걸었다. “발전을 위해서는 없어야 한다. 그러나 볼거리가 줄어든다. ‘프로’라는 것의 이미지도 중요하지 않겠나. 1명을 보유하고 1~2쿼터는 외국선수 없이 치러보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외국선수들로부터 우리가 배우는 것도 있다. 포스트 기술이나 자기 관리 등이 대표적이다. 바로 없애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은퇴한 김영옥도 “외국선수 둘을 쓰는 것은 국내선수에게 마이너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제대로 된 1명’이라면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봤다. 대표적인 선수가 타미카 캐칭이었다. “캐칭은 이미 한국에 올 때부터 스타였지만, 몸을 사리지 않고 팀을 위해 뛰었다. 저런 대단한 선수도 저렇게 하는 만큼 우리도 배워야 한다는 의식이 생겼다. 또 국제대회에 나갈 기회가 없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외국선수 존재가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신기성 감독을 보좌하는 정선민 신한은행 코치는 감독과 의견을 같이 했다. “지도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선수 없이 경기하기가 무척 힘들 것 같다. 과도기가 찾아올 것인데, 이 부분을 견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려면 국내선수들부터 프로의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외국선수는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없애는 것은 너무 힘들 것이다. 그 자리를 채울 국내선수들이 부족하다.” 그러면서 정 코치 역시 “지금 외국선수들보다 나은 선수들이 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은 오히려 우리가 외국선수를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한편 KBSN 김은혜 해설위원은 “그래도 1명은 있는 것이 좋다. 시청자 입장에서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다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라 생각한다. 단 1명을 쓰더라도 수준이 높은 선수들이 와서 뛴다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_유용우 기자,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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