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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근-이종현-테리, 그들이 지역 방어를 깨는 방법
서영욱(seoyw92@hanmail.net)
기사작성일 : 2018-01-12 05:07
[점프볼=서영욱 기자] 화력전은 SK가, 저득점 진흙탕 싸움은 현대모비스가. 지난 3라운드까지 펼쳐진 서울 SK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맞대결 양상이었다. SK가 승리한 1, 2라운드 경기는 각각 82-77, 105-104로 비교적 많은 점수가 나왔다. 반대로 모비스가 승리한 3라운드 경기는 67-59, 예전 현대모비스를 떠올리게 하는 저득점 경기였다.

하지만 1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SK와 현대모비스의 4라운드 맞대결은 이전의 양상을 뒤집었다. 최종 점수는 98-92로 다득점 경기였지만, 최종 승자는 SK가 아닌 현대 모비스였다. 현대모비스가 다득점 경기 끝에 SK를 꺾을 수 있었던 건 SK가 자랑하는 3-2 드롭 존 수비를 성공적으로 공략했기 때문이었고, 그 중심에는 양동근-이종현-레이션 테리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있었다.

흔히들 농구에서 지역 방어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방법으로 3점슛을 꼽는다. 현대모비스가 1쿼터에 보여준 공략법 역시 3점슛이었다. 현대모비스는 1쿼터에 6개의 3점슛을 시도해 3개를 성공하는 높은 성공률을 보였는데, 이 중 2개는 양동근의 몫이었다. 나머지 1개는 전준범이 기록했는데, 전준범의 3점슛을 어시스트한 선수 역시 양동근이었다. 모든 3점슛에 양동근이 관여한 셈이다.

동시에 안에서는 이종현이 힘을 냈다. 이종현은 자신에게 온 첫 세 번의 공격 기회를 모두 득점으로 연결했다. 첫 번째는 함지훈의 득점을 돕는 어시스트로, 나머지 두 번은 자신이 직접 마무리했다. SK에서는 이종현 수비에 자신감을 보인 김민수와 대학 시절 자주 맞붙은 최준용을 이종현의 수비수로 낙점했지만, 이종현은 자신 있게 포스트업을 시도한 이후 좋은 마무리까지 선보였다. 이종현은 1쿼터에 100%의 야투 성공률(5/5)과 함께 10점을 올리며 이전 세 경기에서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부진을 1쿼터 만에 떨쳐냈다.

현대모비스 역시 전반까지는 지역 방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SK 역시 지역 방어를 파훼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SK가 2쿼터에 51-48로 역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 역시 지역 방어 파훼에 있었다.

SK는 1쿼터에 현대모비스가 보여준 것처럼 외곽슛과 지역 방어의 수비수 사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테리코 화이트의 활약이 돋보였다. 2쿼터에만 3점슛 2개를 포함해 무려 15점을 올리며 2쿼터 팀 득점(29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 화이트는 외곽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돌파를 통해 현대모비스 수비에 균열을 냈다. 2쿼터에 화이트가 팀에서 가장 많은 페인트존 슛 시도(4회)를 기록한 건 우연이 아니었다.

SK가 2쿼터에 73%에 달하는 야투 성공률(11/15)을 보여줬음에도 점수차가 3점에 멈출 수 있었던 건 테리의 활약 덕분이었다. 테리는 2쿼터 초반 양동근이 없는 사이 뻑뻑해진 공격에서 1대1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냈고, 결과적으로 2쿼터에 3점슛 2방과 함께 8점을 기록하며 분위기가 SK로 급격하게 넘어가는 걸 방지했다. 뿐만 아니라 내외곽을 오가며 애런 헤인즈의 수비에서의 활동량을 늘리며 체력 부담을 늘렸다.

경기의 분수령이 된 3쿼터에 현대모비스는 2쿼터에 간파된 지역 방어에서 대인 수비로 전술을 바꾸는 한편, 공격에서는 SK가 자신들을 공략할 때 활용한 방식을 역으로 보여주며 SK의 수비를 붕괴시켰다.

우선 수비에서의 효과는 곧장 나타났다. 대인 수비와 함께 수시로 더블팀에 이은 빠른 로테이션으로 SK를 압박했고, SK는 3쿼터 3분이 지날 때까지 무득점에 그쳤다. 공격에서는 3쿼터 첫 공격에서 양동근이 멋진 백도어 컷을 성공한 데 이어 테리와 양동근, 전준범이 3점슛 1개씩을 성공하며 분위기를 완전히 가져왔다.

특히 3쿼터에는 테리의 기여도가 눈에 띄었다. 테리는 3쿼터에 야투 자체는 11개 중 4개만을 성공하며 성공률이 높지는 않았지만, 3쿼터에도 지속해서 지역 방어 수비수 사이 공간을 파고들며 헤인즈의 수비 부담을 늘렸다. 2쿼터부터 이어진 테리의 이러한 움직임은 공격 리바운드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현대모비스는 3쿼터에만 테리가 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따낸 것을 비롯해 총 8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냈고 이 중 5번은 득점으로 연결됐다. 공격 리바운드가 3쿼터 29-18이라는 격차를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경기 후 SK 문경은 감독은 후반에 드러난 헤인즈의 수비 부담과 공격 리바운드 문제에 대해 안영준의 공백이 느껴졌다고 밝혔다. 준수한 윙 수비수 역할을 하는 안영준의 부재로 인해 헤인즈를 비롯해 나머지 주전 선수들의 수비 부담과 체력 저하에 따른 집중력 문제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게 문경은 감독의 설명이었다. 안영준은 새골 부상으로 앞으로 약 4주간 결장이 예상된다. 안영준이 없는 동안 이 문제는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SK는 4쿼터 시작과 함께 김민수와 정재홍의 3점슛으로 75-77까지 추격했지만, 현대모비스에서는 이날 경기 내내 팀을 이끈 이종현-양동근-테리의 삼각편대가 다시 힘을 내며 승기를 잡았다. 양동근은 전준범의 3점슛을 도왔고 테리는 3점슛 2방을 성공하며 점수차를 벌리는 데 앞장섰다. 이종현 역시 6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특히 테리는 4쿼터에도 4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면서 10점을 올리며 헤인즈와의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현대모비스의 승리는 여러모로 의미가 있었다. 최근 부진했던 두 핵심 선수, 양동근과 이종현이 각각 20점을 올리며 반등을 알렸다. 이날 경기 전까지 4라운드 평균 26.7점을 올리며 팀의 핵심 득점원으로 올라선 테리의 상승세까지 이어지며 그간 약세를 보인 SK와의 외국 선수 대결에서도 대등한 모습을 보인 것 역시 고무적이었다. 게다가 올 시즌 마지막까지 순위를 두고 경쟁할 가능성이 큰 SK의 장기인 3-2 드롭 존 수비를 공략해 승리를 따낸 것 역시 의미를 둘 수 있는 부분이다.

현대모비스는 10연승이 끊긴 이후 상위권인 원주 DB와 전주 KCC 상대로 패하며 아쉬운 분위기 속에 올스타 휴식기를 맞이할 뻔했지만, SK를 꺾고 다시 반등 요소를 마련한 채 전반기를 마쳤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현대모비스가 이날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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