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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요즘 그 누구보다 행복한 남자, DB 김영훈
김용호()
기사작성일 : 2017-12-28 11:26
[점프볼=김용호 기자] 이번 시즌 원주 DB는 이상범 감독의 ‘행복 농구’아래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서서히 빛나고 있는 숨은 진주가 있다. 지난 시즌까지, 아니 올 시즌 초반까지도 농구팬 혹은 관계자들 입에서 ‘쟤 누구야?’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고생 끝에는 반드시 낙이 오는 법. 김영훈은 요즘 그 어떤 선수보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어느덧 프로 4년차에 접어든 김영훈의 우여곡절 많은 농구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자.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Q. 처음 인터뷰 소식을 들었을 때 믿지 못했다고 하던데 솔직하게 기분이 어땠나요?
처음에 구단 프런트 분을 통해 지나가는 말로 들었는데 정말 장난인 줄 알았어요. 나중에 매니저 형을 통해서 정식으로 들었을 때도 ‘내가 진짜 인터뷰를 하나?’라는 생각에 의아했죠. 지금 이 순간에도 뭔가 기분이 이상하네요(웃음).

Q. 이번 시즌 23경기를 치렀는데, 요즘 코트 내외에서 생활이 어떤가요.
팀 자체적으로는 너무 분위기가 좋아요. 시합할 때, 훈련할 때, 숙소 내에서도 모든 팀원들의 분위기가 밝은 편입니다. 올해 프로 4년차인데 지난 세 시즌동안 1군에서 3경기를 뛰었어요. 그마저도 1분 남짓이어서 투입만 됐다가 나오는 게임이었는데……. 그래서 지금 이렇게 코트에서 뛰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지금이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행복한 시기인 것 같아요.

Q. 아직 김영훈 선수를 잘 모르는 팬들이 더 많은 게 사실이에요. 아마추어 시절을 조금 돌아보자면 군산고 시절에 본인은 어떤 선수였나요?
그 때는 포지션이 센터였어요. (서)민수 다음으로 팀에서 두 번째로 키가 컸거든요. 그 때는 전체적으로 운동 자체가 너무 힘들었어요. 대학 진학 문제도 순탄치 않았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센터인데도 체격이 왜소한데 당시 자주 만났던 선수가 이승현, 이종현이었거든요. 팀 농구 스타일이 외곽에 더 비중을 두기 시작하면서 저도 필요성을 느끼고 그 때부터 3점슛 연습을 했었던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동국대 시절에는 어땠나요?
입학하자마자 포지션 변경을 했고, 팀 합류와 동시에 새벽운동을 시작했어요. 지방에 있다가 서울에 올라와서 적응도 힘들었는데 (김)건우 형, (김)종범이 형, (김)윤태 형이 많이 챙겨줬어요. 저학년 때는 형들을 많이 보고 배우자는 생각이었고, 3학년이 되면서 슛이 필요한 시기에 감독님이 투입시켜 주셔서 기회를 받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4학년이 돼서는 민수, (이)대헌이, (석)종태랑 같이 뛰었는데 그때 농구를 가장 재밌게 했던 것 같아요. 지금 현재를 제외한다면 그 때가 농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때에요. 사실 4학년이 되고 주장까지 맡았는데 베스트5로 뛰질 못해서 처음에는 엄청 불안하기도 했었어요. 그때 이승현 코치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셨어요.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제 장점을 충분히 살리면 프로에 갈 수 있다고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서 편하게 하자는 생각으로 부담감을 줄여나갔던 것 같아요.

우여곡절 끝에 김영훈은 2014-2015시즌을 앞두고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당시 동부에 입단했다. 김영훈의 단 하나뿐이었던 입단 동기는 많은 이들이 주목했던 허웅(1라운드 5순위)이었다.


Q. 모두의 주목을 받던 허웅과 함께 입단을 했는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부담감은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그 때까지 웅이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 상태였어요. 같이 팀에 들어오고 나서 미디어가 웅이를 주목하는 걸 보고 ‘대단한 친구랑 동기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그에 비해 제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거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Q. 하지만 허웅은 데뷔 첫 해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고, 본인은 1군 데뷔를 하지 못했어요. 마음고생을 했었을 것 같은데.
데뷔 시즌에는 크게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어요. 당시에 저희 팀이 리그 2위를 할 정도로 멤버가 좋았기 때문에 '코트 밖에서 잘 지켜 보고 다음 시즌에 기회를 잡자'라는 생각이었죠. 오히려 그 다음 시즌에 1군 무대에 나서지 못하다 보니까 더 초조해졌던 것 같아요.

그 초조함 속에 김영훈은 2년차인 2015-2016시즌 1군에서 단 한 경기를 뛰었다. 출전 시간은 2분 6초. 기록지에는 ‘0’이라는 숫자만 가득했다. 그 다음 시즌에도 김영훈은 2경기(평균 1분 2초)밖에 뛰질 못했다. 데뷔 후 세 시즌동안 뛴 1군 무대 3경기의 출전 시간을 다 합쳐도 10분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1월 21일. 김영훈은 작게나마 본인의 이름을 알릴 기회를 잡았다. 당시 서울 SK와의 D리그 경기에서 30득점 1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이끈 것이다.

Q. 당시 승리 후에 인터뷰 요청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경기를 이겼다는 것 자체에 좋아했던 것 같아요. 비록 D리그였지만 1군에서 많이 뛰지 못하던 선수들이 힘을 합쳐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어요. 30점을 넣으면서 한 번쯤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근데 당시에 팀 컬러가 수비에 더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비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서 1군에서 많이 뛰질 못했던 것 같아요.

Q. 비시즌 인터뷰에서도 수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었어요. 지금은 어때요?
그때보다는 나이진 것 같아요. 수비에 있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요즘은 제 매치 업 대상에게 점수를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굳게 하고 경기를 뛰어요. 제가 주로 2번(슈팅 가드) 포지션을 많이 막는데, 예전 같으면 상대방 스크린에 걸려서 제 수비 대상을 못 따라 갔었어요. 근데 요즘은 스크린을 피해서 상대방을 수비하러 계속 따라가는 걸 보면서 스스로 조금은 나아졌구나라는 생각을 해요.
 
Q. 올 시즌 평균 출전 시간(10분 04초)이 10분을 넘고 있어요. 
앞서 말했지만 그냥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정말 너무 행복해요. 그 말 하나면 다 표현되는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고 ‘올 시즌에 이렇게 뛰려고 그동안 힘들었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나가야죠.

이번 비시즌에 이상범 감독은 팀에 새롭게 합류하면서 선수들에게 감독에게 원하는 것을 문자메시지로 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이때 김영훈은 ‘경기에 뛰고 싶다’라는 답을 보냈다. 코트를 밟고 싶다며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다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팀원까지 챙기는 모습을 보였던 김영훈이다. 

Q. 이번 시즌 DB 선수들이 본인의 라커에 목표를 적어놨더군요. 본인은 뭐라 적었나요?
‘정규리그 27경기 출전, 경기당 3점슛 2개, 굿 디펜스 1개 이상’이라고 적었어요. 큰 목표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정해놓고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래 정규리그 54경기 출전으로 적었다가 일단 절반부터 뛰어보자는 생각에 27경기로 고쳤어요(웃음).

Q. 27경기 출전 목표는 지금 페이스라면 달성할 것 같은데. 혹시 시즌 치르면서 다른 목표가 생겼나요(현재 김영훈은 목표에 단 4경기만을 남기고 있다).
수비에서 조금 더 팀에 기여하고 싶어요. 제가 기록지를 보면 항상 리바운드가 너무 적더라고요. 리바운드 외에도 루즈볼 싸움이나 슬라이딩 같은 부분으로 팀의 사기를 돋굴 수 있는 플레이를 더 하고 싶어요.

지난 10월 18일 고양 오리온과의 원정 경기. 이 날은 김영훈에게 매우 뜻 깊다. 바로 프로 데뷔 후 첫 스타팅 멤버로 경기에 나섰던 날이다.

Q. 스타팅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사실 경기 전날에 미리 알았어요. 비디오 미팅을 하는데 다른 형들이 코치님들 수첩을 지나가다 봤는지 “내일 영훈이 선발이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겉으로는 모르는 척하고 있었는데 사실 속으로는 엄청 긴장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프로무대 첫 선발이었으니까요. 걱정 반, 설렘 반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까지는 벤치도 아니고 그 뒤편 관중석에 있어야 했기 때문에 베스트5를 소개하는 장면을 아예 안 봤어요. 그 순간 이 지나가면 경기장에 들어와서 경기를 보곤 했죠. 속으로는 ‘나도 저기에 서서 코트에 입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 오리온 원정을 다녀와서 그 다음 경기가 서울 삼성과의 홈경기였는데. 그날 선발로 나서면서 홈코트를 밟을 때는 정말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너무 울컥했던 것 같아요.



Q. 예전과 비교해보면 코트에 들어설 때 각오나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시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계시니까 그만큼 더 준비를 잘해야겠단 생각을 해요. 모든 선수들이 똑같겠지만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매치 업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들어가게 되더라고요. 지난 시즌까지 뛰었던 3경기는 모두 1분 남짓이어서 들어가서 공격 한 번, 수비 한 번 하면 경기가 끝났어요. 그 때는 ‘이 짧은 시간에 수비를 실패하면 큰일 나겠구나’, ‘혹시 공격할 때 공 잡으면 쏴보자’라는 생각에 조금 급하게 했던 것 같아요. 이번 시즌 초반에도 똑같았는데 지금은 실수를 하더라도 감독님과 코치님이 격려해주시니까 한결 편한 마음으로 뛰는 것 같아요.

Q. 원주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던데, 실감하나요?
처음 입단했을 때 팬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근데 시합을 못나오다 보니까 줄어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매년 다른 신인들이 들어오면 갈아타는 분들도 계시고(웃음). 지금은 경기 끝나고 숙소로 이동하는 길에 악수도 청해주시고 사진도 찍자고 하시니까 조금 실감하는 것 같아요. 모든 게 다 너무 감사해요.

Q. 기억에 남는 팬도 있겠네요?
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응원해주시는 팬이 있어요. 현장이 아니더라도 SNS로라도 항상 응원한다고 말해주세요. 제가 경기를 안 뛰는 날에도 제 이름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경기장에 와주시기도 하고요. 그런 거 보면 미안하기도 하면서 고마워요. 아무래도 처음부터 쭉 응원해주던 팬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제 이름이 달린 머리띠나 제 유니폼을 보면 절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생각에 정말 좋아요.

Q. 눈 깜짝할 사이에 프로 4년차가 됐어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힘을 줬던 고마운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정말 너무 많죠. 부모님은 제가 열심히 하면 나중에 후회는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팀에 있는 모든 형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어요. 정말 누구 한 명을 꼽기가 힘들 정도로요. 지난 시즌까지 계셨던 표명일 코치님하고는 지금도 가끔 연락하는데 항상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지금 감독님, 코치님들도 항상 한 마디 더 격려해주시고,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챙겨주셔서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가장 기억에 남는 말들이 있나요.
항상 좋은 말을 해주다가 가끔 한 번씩 강하게 말해주시는 분도 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더 욕심을 가지고 해야 한다’라면서 따끔하게 말해주는 게 더 뇌리에 박힐 때도 있었어요. 요즘은 (박)병우 형이 매일같이 좋은 말들을 해줘요. 경기장 밖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 중에도 칭찬과 조언을 번갈아 가면서 많이 챙겨주고 있어요.



Q. 이제 농구를 잘 할 일만 남았네요. 선수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프로 무대에 선수로서 오래 남고 기억되는 게 목표에요. 그런 면에서 (김)주성 이형을 많이 닮고 싶어요. 처음 입단했을 때 워낙 높은 선배라 어색했는데 동네 형처럼 정말 잘 대해줬어요. 같이 지내다보니까 왜 이 형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선수로 오래 남아있는지 알겠더라고요. 조금 가까운 미래에는 상무 합격이 목표에요. 제가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인데, 재계약에 성공하고 다음 시즌에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상무에 다녀온 뒤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어요.

Q. 본인을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흔히들 하는 말로 ‘프로 선수는 팬이 있기에 존재 한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정말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려요. 제가 그렇게 유명한 선수도 아닌데 많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그분들한테라도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할 테니 앞으로도 더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Q. 이번 시즌 빛을 보는 선수들의 대표로서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 해주세요.
진짜 열심히 노력하고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는 오는 것 같아요. 그 기회를 잡느냐 잡지 못하느냐의 문제인거죠. 저도 지금 확실히 잡았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근데 이렇게 기회를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고, 지금껏 힘들었던 것들이 다 보상되는 기분이에요. 그냥 죽으란 법은 없듯이 기회는 꼭 올 것이기에 다른 선수들도 모두 힘냈으면 좋겠어요.

#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윤희곤, 이선영, 김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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