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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G의 농구용어사전] 농구의 화려함을 대표한다, A-패스
민준구(minjungu@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11-15 15:30
[점프볼=민준구 기자] 매직 존슨, 존 스탁턴, 라존 론도, 이상민, 김승현 등 패스 하나로 경기를 지배했던 이들이 있었다. 단 한 번의 패스로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어시스트 패스, 즉 A-패스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던 주인공들이다. 최근 세계농구의 추세는 공격형 가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는 A-패스로 시대를 이끌었던 이들을 추억하고 있다.

어시스트 패스(A-패스)

득점으로 연결되는 패스를 의미한다. 자신의 특기를 활용해 동료의 득점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으로서, 이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최고의 선수로 평가하는 이유는 그 희생정신을 높이 감해서이다. 주로 포인트가드들의 임무이며, 그 능력을 측정하는 수치가 되기도 한다.

# A-패스 하나로 NBA를 지배한 그들. 매직 존슨과 존 스탁턴

NBA는 깊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해 왔다. 그 중에서 A-패스를 자유자재로 뿌려댔던 선수들도 수십 명이다. 그러나 이 시간엔 딱 두 선수만 꼽아보자. 아직 평가가 힘든 현역선수들이 아닌 은퇴한 레전드들을 상대로 말이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A-패서는 누구인가. 필자는 이미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편에서 언급했던 매직 존슨(Earvin "Magic" Johnson Jr)을 단연 최고로 꼽고 싶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NBA에서 매직 존슨은 All-Time No.1 포인트가드로 불리고 있다. 모든 포지션에서 영향력을 떨쳤던 그의 업적은 잠시 잊자. 매직 존슨이 선보인 패스만으로도 그의 대단함을 설명할 수 있다.


사실 매직 존슨의 패스는 동료들까지도 속일 정도로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나왔다. LA 레이커스 데뷔 시즌, 그의 평균 어시스트는 7.3개. 만약 그의 동료들이 제대로 받기만 했다면 그의 어시스트 수치는 더 올라갔을 것이라는 평이 있다. 매직 존슨은 4년차인 1982-1983 시즌부터 HIV 바이러스 감염으로 은퇴 직전인 1990-1991 시즌까지 평균 어시스트가 10개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환상적인 어시스트는 데뷔 후 13시즌 동안 13번의 플레이오프 진출, 5번의 FINAL 우승을 일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대 최고의 라이벌로 불린 래리 버드는 “매직은 내가 플레이 한 상대 중에서 최고의 선수다. 코트에서 그가 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매직 존슨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매직 존슨의 대표적인 A-패스는 ‘노룩(No Look) 패스’다. 공수전환시 스피드와 드리블을 이용해 상대를 제친 후, 비어 있는 동료에게 보지 않고 패스를 건네는 걸 즐겨했다. 이외에도 비하인드 백패스는 물론, 원 바운드 패스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정확하게 어시스트하는 장면은 매직 존슨의 대표적인 하이라이트 필름이다.


매직 존슨의 뒤를 이어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칭송 받았던 이는 유타 재즈에서만 19시즌을 보낸 존 스탁턴(John Stockton)이다. 통산 어시스트(15.806) 1위, 평균 어시스트(10.5) 2위에 올라 있는 그는 칼 말론과 함께 유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최고의 야전사령관이었다. 백인, 그리고 깡마른 체구로 스타성은 다소 부족(?)했지만, 묵묵히 팀을 이끈 존 스탁턴은 지금 시대에선 쉽게 볼 수 없는 정통 포인트가드였다.

비록 마이클 조던에게 밀려 우승 반지를 획득하진 못했지만, 19시즌 동안 19번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고 2번의 FINAL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존 스탁턴은 매직 존슨처럼 화려한 패스를 구사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평범(?)한 패스만 하고 있지만, 기록지를 보면 어느새 10개 이상의 어시스트가 기록돼 있다. 존 스탁턴의 주무기는 바로 칼 말론과의 픽-앤-롤에서 나오는 바운드 패스. 칼 말론의 결정력도 좋았지만, 완벽한 상황을 만들어주는 존 스탁턴의 패스가 아니었다면 ‘메일맨’이라는 호칭이 쉽게 붙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또 빈 공간으로 파고드는 동료에게 뿌린 백도어 패스도 일품이었다.

“내가 사전에서 ‘포인트가드’라는 단어를 찾았을 때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을 것이다. ‘존 스탁턴’” NBA 레전드 선수인 존 하블리첵이 했던 말이다. 매직 존슨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였지만, 그 위대함은 충분히 견줄 만 한 선수가 바로 존 스탁턴이다. 패스 하나로 경기를 지배했던 그는 NBA가 낳은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이었다.

# ‘6년 주기설’ 한국농구를 이끌었던 천재 A-패서 이상민·김승현

1966년생 강동희를 시작으로 6년을 주기로 천재 포인트가드들이 나타난다는 ‘6년 주기설’을 기억하는가? 김태술(1984년생)을 끝으로 6년 주기설의 역사는 끊겼지만, 대형 포인트가드들의 등장은 한국농구의 인기를 이끈 중심요소였다. 대표적인 주인공은 현 삼성 감독인 이상민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당시 쉽게 볼 수 없었던 환상적인 A-패스를 뽐낸 이상민은 농구대잔치 세대의 핵심 인물이었다. 당시의 오빠부대가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이상민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지 실감이 갈 정도다.


현역 시절, 이상민은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박자 빠른 패스를 뿌리며 경기를 지배했다. 우지원, 김훈, 서장훈 등 동료 선수들도 당대 최고였지만, 이상민의 패스로 그들이 더욱 돋보일 수 있었던 부분도 있었다. 이상민의 패스 능력은 현대농구가 요구하는 모든 공격전술에서 빛났다. 세트 오펜스는 물론, 공수전환 상황, 선수들의 개인적인 공격 성향에 알맞게 패스를 내주며 현대 왕조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통산 어시스트(3,583) 2위, 평균 어시스트(6.17) 4위라는 기록으론 이상민의 대단함을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다.

이상민과 함께 현대 왕조를 구축했던 KCC 추승균 감독은 “한국농구에서 최고의 A-패스를 뿌린 건 이상민 감독이다.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준 선수였다. 이상민 감독과 함께 뛰던 시절에는 그런 패스를 한 선수가 거의 없었다.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패스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이상민을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조니 맥도웰이다. 작은 신장이었지만, 탱크 같은 힘과 스피드로 현대를 최강의 팀으로 이끌었다. 맥도웰이 돋보일 수 있었던 건 이상민의 패스가 큰 영향을 줬다. 리바운드 후 어느새 상대 진영에 넘어가 있는 맥도웰은 이상민의 정확한 패스를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이상민이 정상궤도에서 내려올 때 즈음 한국농구는 역대 가장 화려한 포인트가드를 맞이하게 된다. 2001-2002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대구 동양에 지명된 김승현이 나타난 것. 동국대 시절부터 동료 선수들이 받을 수 없는 패스를 뿌렸다던 김승현은 프로무대에서 빛을 발휘했다. 마르커스 힉스와 단짝을 이룬 김승현은 프로농구 최초로 데뷔 시즌 신인왕과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게 된다. 어시스트(12.1)상과 스틸(3.2)상은 덤이었다. 이후 2002 부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보인 퍼포먼스는 그의 위상을 더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승현의 위대함은 시즌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했다. 예측할 수 없는 패스로 관중을 환호하게 했고 특히 외국선수와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이며 프로농구의 인기를 이끌었다. 물론, 고질적인 허리부상과 함께 짧은 전성기를 보냈지만, 한국농구 역사상 그 누구보다 임팩트 있는 선수로 꼽힌다. 2004-2005 시즌 평균 10.4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건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대기록이다(당시 김승현은 2월 9일 삼성전에서 23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바 있다).

마이데일리 최창환 기자는 “강동희, 이상민 등 한국의 걸출한 포인트가드들은 많았지만, 김승현처럼 패스를 하는 선수는 드물었다. 아니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도무지 패스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님에도 어느새 공이 가 있었다. 지금까지도 김승현처럼 패스하는 선수를 보기는 힘들다. 어쩌면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며 김승현에 대해 극찬했다. “몸 관리만 잘 되었더라면 지금까지도 뛰었을 것이다”는 말도 덧붙여서 말이다.


여자농구에선 통산 어시스트(2,733) 1위를 차지한 김지윤과 ‘할미스폴’ 이미선이 있다. 김지윤은 A-패서라기 보단 자신의 공격을 먼저 보는 선수였다. 그러나 통산 어시스트 1위에 올라 있다는 것은 그가 어떤 방식으로든 최고의 A-패스를 뿌렸다는 것을 증명한다. 탱크처럼 밀어붙여 상대를 무너뜨렸던 김지윤은 자신에게 집중된 수비를 뚫고 빈 공간에 있는 동료에게 어시스트를 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여자선수였다.

현 삼성생명 코치로 있는 이미선은 김지윤과는 다른 스타일의 포인트가드다. 여자농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한 축으로 현역 시절엔 ‘여자 김승현’이라고 불릴 정도로 환상적인 패스를 뿌렸다. 시드니 올림픽 4강, 베이징 올림픽 8강,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빛나는 그의 업적은 왜 이미선이 최고의 포인트가드 인지를 증명해주고 있다.

# A-패스의 빛과 그림자

화려한 A-패스는 관중을 환호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면엔 실책이란 그림자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매직 존슨은 은퇴 전까지 경기당 3.9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존 스탁턴(2.8)과 이상민(2.6)도 적지 않은 실책 수치를 보이고 있다. 김승현도 2.8개로 꽤 높은 편이다.

A-패스는 보기엔 화려할지 몰라도 실책을 감수하고 펼치는 모험적인 플레이기도 하다. 한 번의 성공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도 있지만, 실패하게 되면 곧바로 실점과 연결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감독들은 대부분 안정적인 포인트가드들을 찾게 된다. 경기를 지배할 순 없지만, 실책 없이 꾸준한 활약을 해 줄 선수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A-패서들은 대부분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모험 정신없이 단순한 패스만 제공했다면 매직 존슨의 ‘매직’이란 칭호는 없지 않았을까? 김승현이 단조로운 패스만 했다면 우리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특별한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의 차이는 의외로 작은 것에서 비롯된다. A-패스를 마음껏 뿌려주던 그들이 실책에 얽매여 소극적인 패스만 했다면 한국농구를 비롯해 세계농구의 흐름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안 좋은 쪽으로.

점프볼 Choice

손대범 편집장 – 김승현, ‘농구선수’ 중에서는 그의 패스가 가장 간결하고 깔끔하며 신명났다. 
이원희 기자 – 라존 론도, 패스 하나만으로 NBA 팬들을 들었다 놨다한 선수.
강현지 기자 – 김승현, 주는 선수도 받는 선수도 신났던 그의 A-패스.
민준구 기자 – 매직 존슨, 그는 대체 못 하는 게 무엇이었을까?

# 사진_점프볼 DB(문복주, 이민호 기자), NBA 미디어 센트럴,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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