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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배구선수 오빠 박준혁, 농구선수 동생 박지수를 만나다
강현지(kkang@jumpball.co.kr)
기사작성일 : 2017-10-04 22:37

[점프볼=강현지 기자] 명지대 배구부 박준혁, KB스타즈 박지수를 한 자리에서 만났다. 남매가 같이 운동을 한다니 서로 이해하고, 챙겨주는 따뜻함이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이게 웬걸. 토닥토닥, 때론 어색함에 어쩔 줄 몰라 하는 ‘현실 남매’가 따로 없다. 이번 인터뷰에는 ‘배알못’인 필자를 위해 배구전문잡지 「더 스파이크」 최원영 기자가 동행해 박준혁, 박지수 남매를 만났다.

 

# 본 기사는 2017년 점프볼 9월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박지수와 박준혁은 잘 알려진 스포츠인 2세들이다. 아버지는 삼성전자 농구선수 출신이자 현재 분당경영고를 이끌고 있는 박상관 코치이고, 어머니는 여자배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이수경 씨다. 오빠 박준혁은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생 박지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각자 농구공을 잡았다. 박지수는 청소년 국가대표는 물론, 최연소로 성인국가대표(15세 7개월)에 발탁되면서 2016년 청주 KB스타즈의 부름을 받아 프로선수로서 데뷔했다.

 

반면 박준혁은 송림고등학교 2학년 때 농구공을 내려놓고, 배구공을 잡았다. 호리호리한 체격 때문에 골밑 몸싸움에서 밀리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머니 이수경 씨가 “배구 선수로 전향하면 어떻겠냐”고 먼저 권유했다. 박준혁도 배구 선수로서 체격이 더 적합한 것 같아 배구로 종목을 전환했다.

 
Q. 남매가 같이 운동을 해서 좋은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박준혁_
배구 선수들까지도 지수를 다 알고 있어요. 유명하잖아요(웃음). 사람들이 지수를 알아보면 뿌듯하죠.

박지수_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 오빠였다면 운동하는 고충을 몰랐을 텐데, 저희는 부모님까지 스포츠인이잖아요. 운동하면서 힘든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좋죠.

 

Q. 운동 신경은 누가 더 좋은가요? 누가 부모님의 좋은(?) 유전자를 더 물려받았나요?
박준혁_
동생이 더 좋아요. 잘 하고 있잖아요.
박지수_ 아니에요(웃음). 오빠도 농구에서 배구로 전향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종목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블로킹 순위권 안에도 들었어요. 그런 걸 보면 오빠도 운동 신경이 좋아요.

 

Q. 운동선수로서 바라보는 서로는 어떤가요?
박지수_
오빠랑 같이 농구를 하다가 오빠가 배구로 전향했잖아요. 사실 제가 배구 규칙도 잘 모르고, 오빠 경기만 몇 번 봤던 게 다였는데, 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오빠가 득점하거나 블로킹을 하면 혼자 박수치고 막 그래요. 엄마가 경기 보면서 응원하시고, 소리도 지르시는 편인데, 오빠 경기를 보면서 제가 그러고 있더라고요(웃음).

박준혁_ 동생은 어디를 가나 다 알아요. 최고의 선수라고 이야기를 들으니까 기분이 좋고, 자랑스럽죠.

 

Q. 서로의 종목을 지금 각자가 했다면 어떨까요? 박지수 선수가 배구를, 박준혁 선수가 농구를 했다면요.
박준혁_
지수는 배구를 해도 잘했을 것 같아요. 키도 있고, 운동 신경도 좋으니까요.
박지수_ 저도 비슷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오빠가 진천 선수촌에 같이 들어와서 훈련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선수촌에 배구, 농구 코트가 붙어 있어서 항상 보거든요. 남녀배구대표팀을 다 봤는데, 여자대표팀 하고는 같이 농구도 하고, 배구도 하고 친하게 지내요. 오빠가 들어온다면 남자 대표팀과도 친분이 쌓이지 않을까요? 사실 그래서 오빠가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어요. 하하.

 

Q. 농구 대 배구, 서로의 종목을 어필해 보면 어떤 장점들이 있을까요?
박준혁_
농구는 개인기가 멋있어서 재밌는 것 같고, 배구는 공을 세게 때리기 때문에 시원한 맛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박지수_ 맞아요. 저도 그런 것 같아요. 굳이 종목을 비교하자면 서로를 부러워하죠. 오빠가 농구를 했잖아요. 좀 전에 사진 촬영하면서 오빠가 농구 하고 싶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전 그랬죠. 난 배구하고 싶다고(웃음).

 

Q. 박준혁 선수는 최근에 농구공을 잡아본 적이 있나요?
박준혁_
5대5는 해본 적 없는데, 농구부랑 같이 체육관을 쓰다 보니 슛 내기 같은 걸 가끔 해요. 아직도 손맛이 좋더라고요. 하하. 농구를 그만두고 오히려 슛이 더 잘 들어가는 것 같아요.

 

Q. 나만의 몸 관리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박준혁_
아플 때는 그냥 쉬는 게 가장 좋은 거 같아요.

 

 

오빠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동생 박지수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몸 관리 방법은 술 아니야?”라고 반박한 동생. 그렇게 남매의 폭로전(?)이 시작됐다. 선제공격은 박지수가 날렸다. “오빠가 술을 마시는 건 직접 보지 못했는데, 소문이 자자해요(웃음).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큰 대접에 마시던데”라는 동생의 말에 “그건 생일 주였어”라고 반박한 박준혁. 자연스럽게 농구, 배구가 빠진 일상 이야기로 이어졌다.

 

Q. 두 분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박준혁_
저는 지수가 한 3~4병정도 마신다고 들었어요. 회식 자리에서 잘 마신다고 하더라고요. 가족들이랑은 잘 안 먹고요.
박지수_ 사실 친구들 만나면 잘 먹는데, 회식 자리에서는 안덕수 감독님이 워낙 그런 자리를 좋아하세요. 그래서 회식 자리를 종종 갖는데, 집에 가면 잘 안 먹어요.

 

Q. 준혁 선수는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지수 선수가 평소에 많이 외로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소개팅 한 번 시켜 줄 법도 한데(웃음).
박준혁_
동생이 너무 유명해서 제 주변에서는 박지수를 다 알아요. 술 마실 때 장난식으로 주변에서 (동생을)부르라고 하는데, 그럼 어색하지 않을까요. 대표팀 다녀와서 한번 같이 마시려고 했는데, 몸이 안 좋아서 잔다고 하더라고요. 
박지수_ 맞아요. 그땐 정말 아팠어요. 신장 차요? 예전에도 인터뷰에서 말했었는데, 전 저보다 키 작은 남자도 괜찮아요.

 

 

Q. 연년생이라 많이 싸웠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둘 사이는 어땠나요.
박준혁_
어렸을 때는 많이 싸웠는데, 제가 중학교 때부터 숙소 생활을 해서 자주 못 만났어요. 그 이후부터는 싸울 일이 없었죠.
박지수_ 어렸을 때 오빠가 많이 괴롭혔었어요.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는데, 오빠는 아마 기억을 못 할 거예요. (어린 마음에) 너무 충격적이었거든요. 선배 언니가 집에 와서 공기놀이를 하는데, 손기술을 쓰지 않기로 해놓고 제가 손가락을 좀 움직였어요. 근데 오빠가 갑자기 절 때리는 거예요. 그때 정말 억울했는데, 오빠한테 반격하면 더 맞았거든요. 울면서 오빠한테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박준혁_ 야! 거짓말 하지마~ 전 공기놀이를 할 줄도 몰라요.
박지수_ 얼마나 맞았는지는 노코멘트 하겠습니다(웃음). 오빠가 저를 많이 건드렸어요. 전 그럼 엄마아빠한테 이르고 그랬죠.
박준혁_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허허.

 

Q. 만약 박지수 선수가 누나, 박준혁 선수가 동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박지수_
그게 더 어울리지 않아요?
박준혁_ 어딜 가면 ‘누나 어딨어’라고 해요. 아무도 지수를 동생이라고 생각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웃음).
박지수_ 저한테도 그래요. ‘동생 키가 몇이야?’라고 질문하면 ‘제가 동생이에요’해요. 정확하게 22개월 차거든요.

 

Q. 서로의 장·단점, 혹은 비밀 한 가지씩만 폭로 하자면요.
박준혁_
장점도 크게 없는데, 단점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아! 지수 잠버릇이 안 좋아요. 저는 형들이 일부러 저를 데리고 자려고 하거든요. 얌전히 자서. 술을 마셔도 주사가 없거든요.
박지수_ 오빠 되게 시끄러운데?(웃음). 혼자 중얼거리면서 자요.

박준혁_ 지수가 없는 말을 만드는 거 같은데…, 내가 너보다 더 늦게 자잖아. 형들이 나 조용히 잔다고 얼마나 좋아하는데, 저 정말 잠버릇 없어요~!

 

Q. 이번 인터뷰에서는 오빠가 진 것 같은데요?(웃음) 마지막으로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한 가지씩 말하고 인터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박지수_
무조건 V1이죠. 한 번도 우승을 못 했거든요. 이번에 외국선수가 3쿼터에 두 명 출전할 수 있는 룰도 생겼어요. 여러모로 맞춰가는 시기인 것 같지만, 시즌 개막 때까지 잘 맞춰서 이번 시즌에는 꼭 우승하고 싶어요.
박준혁_ 저는 개인 성적을 올려서 프로 감독님들이나 배구 팬들이 ‘박준혁’을 좀 더 알리는 게 목표에요. 그리고 박지수 오빠가 아닌 배구선수 박준혁을 더 보이고 싶어요.

 

EPILOGUE.
인터뷰가 끝난 후 각자의 이야기를 좀 더 듣기 위해 박준혁, 박지수를 각자 인터뷰했다. 사실 박준혁이 어렸을 때부터 합숙 생활을 시작했기에 남매가 같이 시간을 보낸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인터뷰하는 내내 서먹함이 묻어난 것도 이 때문. 프로에 데뷔한 박지수도 숙소 생활을 하기에 가족 4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각자 인터뷰를 하니 비로소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놨다.

 

 

박준혁 said
박준혁이 농구에서 배구로 전향한 건 고등학교 2학년. 대학 입시를 앞두고 타 종목으로 전향하는 것이라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그가 갑작스레 배구로 종목 전향을 결심한 건 체격 때문이라고. “농구는 몸싸움이 많은 종목이잖아요. 그 부분이 저랑 잘 맞지 않은 것 같았고, 그래서 배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오히려 배구가 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키는 큰데 체격이 좋지 못해서 몸싸움에서 밀렸거든요.”

 

배구 선수 출신인 어머니 덕분이었을까. 늦은 시작이었지만, 실력이 느는 속도는 남달랐다. “처음보다는 훨씬 좋아졌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참 부족하죠. 블로킹이나 속공 공격, 또 서브는 작년보다 좋아진 것 같은데, 기본기가 가장 어려워요.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죠.”

 

그의 첫 번째 목표는 프로데뷔. 아직 동생만큼이나 이름을 알린 것은 아니지만, 그는 ‘박지수 오빠’라는 수식어 대신 ‘배구 선수 박준혁’으로서 주목받길 원하고 있었다.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프로 감독님들도 절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팀 성적과 더불어 개인 기록도 높이면서 감독님들에게 제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블로킹은 타이밍이라고 해요. 세터가 빠르게 토스하면 거기에 맞춰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이 부족해요. 그래도 대학교에 와서 형들이 알려주면서 점차 알아가고 있죠.”

 

그러면서 박준혁은 곧 시즌에 돌입할 동생에게 응원의 메시지도 남겼다. “시즌 들어가면 부상 조심하고, 더 잘했으면 좋겠어. 운동선수는 부상이 가장 안 좋은 거니까, 부상 없이 너도 나도 잘했으면 좋겠다(웃음).”

 

 

박지수 said
아무래도 동생 실력이 좋다 보니 스포트라이트는 오빠보다 박지수에게 더 많이 돌아갔다. 게다가 딸이다 보니 부모님의 보살핌도 오빠보다 더 많이 받았다. 박지수는 그간 오빠에게 가졌던 미안했던 마음을 오빠에게 전했다.

 

“제가 동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엄마가 절 더 뒷바라지를 많이 해주셨어요. 또 전 집에서 학교를 다녔고요. 엄마도 오빠를 덜 챙겨줬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데, 그런 부분에서 오빠에게 미안하죠.”

 

어렸을 때부터 박지수는 어머니 이수경 씨와 시간을 많이 보냈다. “제가 소위 말하는 ‘집순이’거든요”라고 웃는 박지수. 그렇다면 박지수가 어머니의 피를 이어받아 배구 선수를 했다면 어땠을까. 먼저 태극마크를 단 박지수는 오빠와 나란히 대표팀에 뽑히는 그림을 그렸다. “주변에서 제가 운동 신경이 더 좋다고들 하시는데, 오빠가 운동 신경이 없는 편이 아니에요. 농구와 배구에서 쓰는 근육들이 다른데, 저 정도 하는 거면 오빠도 좋은 거죠. 정말 나중에 진천선수촌 들어가서 같이 훈련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이후 박준혁은 프로 조기 진출을 결정, 2017~2018 KOVO 남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1순위로 현대캐피탈에 지명됐다.

 

박준혁 프로필
포지션: 미들블로커
신장: 205cm
출신교: 송림고-명지대

 

#사진 홍기웅 기자, 더 스파이크, 이수경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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